마로하와 예언자의 관계는 보편적인 부모 자식의 관계 같기도 하다. 서로 상대의 세계를 파멸시키는 관계.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이 작품에서 이모인 ‘나‘와 조카 미성의 관계도 그렇다. 친모와 미성은 오히려 서로의 세계를 건드리지 않았다. 친모는 아이를 방목했고 그래서 자신이 살던대로 계속 살았다. ‘나‘는 미성을 딸처럼 키우며 자신이 갖고 있던 암묵적인 매뉴얼에 따라 양육하고자 했고, 미성으로 인해-자신의 선택이라곤 해도-살던대로, 예상했던 대로 살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상대의 세계를 없애버리게 되었고 ˝가을 하늘이 산산이 쪼개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반대편 세상에도 예언자가 살고 있어서, 마로하의계획을 미리 알고 그 일을 막으려고 한다. 이것은 또 다른 역설을 낳는다. 마로하는 바로 그 예언자의 흔적을 따라가야만 이넓은 우주에서 반대편 세상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낼수 있다.
미성이는 핸드폰 매뉴얼 중 GPS 기능이 설명되어 있는 부분을 그런 식으로 읽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거야말로 사랑의 본질 아닌가. 우주의 반대편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주제에, 그들이 만나는 이유는 결국상대의 세계를 없애버리기 위해서니까.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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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이 완결이 아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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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이 완결이 아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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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도서관

메시지가 안 보이는 건 내 탓이지만 사람이 안 보이는 건 내 탓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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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른‘에 대한 이야기라고 처음부터 꾸준히 말하고 있다. 어른이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 세어봐도 괜찮겠다.
아오야마가 깨달은 것처럼 다양한 문제들이 결국 하나의 문제라면 그 문제는 ‘어른‘이 아닐지



아버지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세계의 끝은 멀리 있지 않아"
"그럴까요?"
"그렇고말고. 세계의 끝은 밖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아버지는생각한단다. 웜홀도 그렇지 않을까? 너랑 아빠 사이에 있는 이테이블 위에 실은 웜홀이 이미 출현했을지도 몰라. 그건 정말로한순간의 일이라서 우리한테 안 보이는 것뿐일 수도 있어."
나는 커피잔을 봤다. 그리고 잔 옆에서 다른 우주로 통하는 입구가 열리거나 닫히거나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진짜라면 재미있는 일이다.
"세계의 끝은 접혀서 세계의 안쪽에 숨어들어가 있어."
아버지는 신기한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늘 세계의 끝에 다다를 것처럼 느끼는 걸까? - P238

누나의 옆얼굴을 보다 보니, 급수탑 언덕에 있는 하얀 아파트로 놀러 갔을 때 마룻바닥에서 잠들어버린 누나를 관찰하던 일이떠올랐다. 나는 그날의 일도 노트에 잘 기록해놓았지만 오늘의일도 노트에 기록해둘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도 이런 식으로 누나와 함께 지낸 일들을 선명하게 기억해낼 수있을 것이다.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누나와함께 있는 건 누나와 함께 있는 걸 기억해내는 것하고는 전혀 다른 게 아닐까. 누나와 함께 지금 이렇게 수영장 옆에 있고, 무척덥고, 물소리와 사람소리가 시끄럽고, 그리고 하늘에 소프트크림같은 뭉게구름이 떠 있는 걸 올려다보고 있는 것과, 그것들을 노트에 기록한 문장을 나중에 읽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다른 게 아닐까. 상당히 다를 거야. - P266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전철을 타고 해변의 도시로 갈 것이다.
전철에서 나는 누나에게 여러 가지에 대해 얘기해줄 생각이다.
어떻게 펭귄 하이웨이를 달렸는지. 누나와 헤어진후 내가 탐험한 장소와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눈으로본것들, 내가 스스로생각한 모든 것들. 그래서 누나를 다시 만나는 그 순간까지 내가어떻게 얼마만큼이나 어른이 됐나 하는 것.
그리고 내가 얼마나 누나를 좋아했나 하는 것.
얼마만큼, 다시 만나고 싶어 했나 하는 것.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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