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하와 예언자의 관계는 보편적인 부모 자식의 관계 같기도 하다. 서로 상대의 세계를 파멸시키는 관계.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이 작품에서 이모인 ‘나‘와 조카 미성의 관계도 그렇다. 친모와 미성은 오히려 서로의 세계를 건드리지 않았다. 친모는 아이를 방목했고 그래서 자신이 살던대로 계속 살았다. ‘나‘는 미성을 딸처럼 키우며 자신이 갖고 있던 암묵적인 매뉴얼에 따라 양육하고자 했고, 미성으로 인해-자신의 선택이라곤 해도-살던대로, 예상했던 대로 살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상대의 세계를 없애버리게 되었고 ˝가을 하늘이 산산이 쪼개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반대편 세상에도 예언자가 살고 있어서, 마로하의계획을 미리 알고 그 일을 막으려고 한다. 이것은 또 다른 역설을 낳는다. 마로하는 바로 그 예언자의 흔적을 따라가야만 이넓은 우주에서 반대편 세상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낼수 있다.
미성이는 핸드폰 매뉴얼 중 GPS 기능이 설명되어 있는 부분을 그런 식으로 읽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거야말로 사랑의 본질 아닌가. 우주의 반대편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주제에, 그들이 만나는 이유는 결국상대의 세계를 없애버리기 위해서니까.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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