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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현대미술 - 21세기가 사랑한 예술가들
김슬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탐나는 현대미술』은 매일경제신문 문화부 김슬기 기자가 쓴 현대미술 안내서로, 21세가 사랑한 예술가들 24명에 주목하고 있다.
1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초현대미술 작가들>에서는 1980년대생이 주류가 된 미술 시장 새로운 슈퍼스타 12명(니콜라스 파티, 플로라 유크노비치, 아드리안 게니, 조너스 우드, 헤르난 바스, 비플, 매튜 웡, 캐롤라인 워커, 록카쿠 아야코, 엠마 웹스터, 아모야코 보아포, 루시볼)을 다룬다.
2부 <컬렉터가 사랑한 20세기 거장들>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해 여전히 미술 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동시대 거장 12명(게르하르트 리히터, 데이비드 호크니, 필립 거스틴, 조안 미첼, 루이즈 부르주아, 피터 도이그, 조지 콘도, 나라 요시토모, 스콧 칸, 우고 론디노네, 세실리 브라운, 론 뮤익)을 다룬다.
지은이는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푸념이, “현대미술은 너무 어려워.”였다고 한다. 이 책은 현대미술 슈퍼스타 작가 24명의 작품과 삶에서부터 미술 시장의 작동원리까지 두루 살피며 현대미술 작품을 음미하는 안목을 키워준다.
이번 독후감에서는 가장 강렬했던 작가 한 명과 ‘아 이 작품이 이 작가의 것이었구나’하고 드디어 알게 되어 반가웠던 작가 한 명을 소개한다.
📍공포와 비극을 재료 삼는,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
아드리안 게니는 1977년 루마니아 북서부의 광산업 도시 바이아 마레에서 태어났다.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정치적 격변은 게니로 하여금 슬픔과 좌절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은 침묵하는 세계에 린치를 가한다.
그는 코믹한 영화적 표현을 통해 권력자를 희화하고 그들의 권위를 무력화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역사 속 인물들도 등장한다. 과학자, 예술가, 독재자 등 20세기를 형성했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어두운 역사를 작품에 담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유산과 모든 형태의 파시즘의 유령에 집중한다.
나는 이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어두운 면,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 슬픈 역사에 더 끌린다. 그래서인가 게니의 작품에 시선을 빼앗겼다.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담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게니의 그림은 우리 시대의 폭력과 야만을 보여준다.
📍시선을 강탈하는 극사실주의 인간 조각,
👤론 뮤익(Ron Mueek)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독일 이민자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인형 공장을 운영했고, 뮤익은 어릴 적부터 인형 모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린이 영화와 TV 프로그램용 모형과 인형 제작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가,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조각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은둔 작가로, 돈 버는 걸 포기한 것처럼 작업 속도가 느리고 방식이 꼼꼼하다고 한다.
30대 후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조각을 시작했지만 그가 내놓는 작품의 희소성 때문에 경매에 출품되는 화제를 모았고, 금세 스타가 된다.
그의 작품에는 현대인의 외로움, 취약함, 불안감 같은 내면의 감정이 녹아 있다. 보기 불편하고 혐오스러운 조각을 통해 공감의 예술을 펼친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인스타그램에 도배되어 있다. 이번 책을 통해 나의 시선 역시 빼앗았던 강렬한 조각 작품이 바로 론 뮤익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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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시대의 작가들의 드라마틱한 삶들이 가득하다. 어떤 작가는 미대의 비싼 등록금과 재료비를 아무 고민 없이 낼 수 있는 금수저를 문채로 태어나지 못해 쓰레기통을 뒤지며 학교를 다녔고,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에 투쟁하며 그림을 그린다(아모아코 보아포). 어떤 작가는 홀로코스트와 전쟁이 가져온 비극으로 얼룩진 가족사 속에서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필립 거스틴).
현대미술 경매 시장에서 천문학적 금액으로 팔려나가는 작품들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 진면목을 일깨운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작가들을 보면서 현대 사회의 거품과 욕망을 엿본다. 문득 온갖 복잡한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현대미술의 매력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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