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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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특정 개인과 특정 정치권력 탓으로만 돌리는 일은 얼마나 쉽고 안이한가? ❞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지난 내란 사태를 보다 두텁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를 위한 책이다. 나처럼 한국 현대 정치사를 드문드문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민주화 이후 더 이상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일이 없다고 믿었던 평범한 시민들을 위한 책이다. 12.3 계엄 시도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의견을 한데 모아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 나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법무법인 경 공익연구소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내란 사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동사업으로 탄생했다. 9개 분야 전문가 50인의 의견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서는 먼저 12.3 계엄 시도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본 뒤, 내란이 발발한 한국 사회의 정치의 구조적, 시대적 맥락을 분석한다. 12.3 계엄의 사회경제적 원인과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12.3 내란을 민군 관계와 남북 관계 등 외교의 위기에서 분석하며, ‘북풍’을 유도하려는 나쁜 관습 타파가 중대한 과제임을 강조한다. 인간 윤석열에 대한 분석도 빠질 수 없다. 윤석열 개인의 특유한 성격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12.3 계엄 시도를 촘촘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엄 이후 또 한 번 충격을 안겨준 서부지법 폭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극우의 준동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광장으로 나와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서울 시민들뿐만 아니라 강원, 대구, 부산, 대전 등에 있는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헌정질서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본 뒤 책은 마무리된다.

얼마 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행동이라는 것을 배웠다. 침묵도 행동이며, 계속하여 무지한 상태로 있는 것도 행동이다.
나는 내 뭉툭한 머리를 혹사시켜서라도 이 모든 사태의 원인들에 대하여 최대한 두껍게 읽고 학습해야 할 책임을 느낀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첨예한 균열과 쟁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희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woojoos_story 모집 @sideways_pub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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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법칙 - 장벽을 허물고 관계를 변화시키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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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풍부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의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에 달려있으며,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경제적 성공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과 작가들은 우리가 세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수록 더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인들 중에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현대인들에게 고독과 외로움, 소외와 단절은 필연적으로 느끼고 감당해야 할 감정이 된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연결의 법칙을 알려준다.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과학 분야의 전문 저널리스트로 『지능의 함정』, 『기대의 법칙』 두 권의 책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책에서는 바람직한 사회적 연결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관계가 깊어지고, 저자는 300편이 넘는 학술 논문들을 검토한 끝에 더욱 건강해지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13가지 주요 원칙을 도출하였고, '연결의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이 연결의 법칙들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공유 현실'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흥미진진한 최신의 이론에 따르면, 강한 연결감은 타인과의 '공유 현실'을 구축하면 생겨난다고 한다. 상대방이 대체로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생각하고 느끼고 해석한다는 것을 알면 상대방과 나 사이에 연결감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공유 현실을 형성하면, 상호 작용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되고, 신뢰감과 애정이 커지고, 스트레스 수준도 뚝 떨어진다고 한다. 공유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것이 아닌가!

책에서는 이러한 공유 현실을 형성하는 데 방해되는 심리적 장벽을 소개하며 우리가 가진 인지적 편향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내가 이 책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부분은 바로 심리적 장벽 부분이었다. 20대 30대 때 한창 관계에 대한 고민이 컸었고 인간관계를 다룬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지금도 관계를 다룬 책들을 진지하게 읽는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나는 관계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인지적 편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먼저 책에서 소개하는 연결의 법칙 총 13개는 다음과 같다.

1.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라. 스트레스를 주는 프레너미가 되지 말라.
2. 만나는 사람들과 상호 이해관계를 구축하라. 피상적인 유사점은 무시하고, 내면세계에 집중하라. 생각과 감정이 일치하는 독특한 방식에 집중하라
3. 평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고 믿어라. 사회적 기술을 발휘해서 사회성 면에서 자신감을 가질 준비를 하라.
4. 자신의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라. "관점 전환" 보다는 "관점 파악"을 통해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오해를 방지하라.
5. 대화 중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자기 노출을 망설이지 말고, 새로움의 대가를 피해야 한다. 그래야 상호 이해가 구축되고 마음과 마음이 합쳐진다.
6. 후하게 칭찬하라. 다만 표현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7. 자신의 취약성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솔직해져라. 친절보다 정직을 중요하게 여겨라
(단, 가능하다면 친절과 정직, 두 가지 모두를 실천하라).
8. 질투를 두려워하지 말라. 성공을 공개하되, 발언은 정확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는 피하라. "다른 사람의 행복에 함께 기뻐하는 즐거움"을 누려라.
9. 지원을 부탁하면 장기적으로 더 강한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 아래, 필요한 경우 도움을 청하라.
10.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감정적 지지를 보내되, 절대 강요하지는 말라. 그들의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문제를 보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라.
11.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정중함과 호기심을 잃지 말라. 반대의 관점에 관심을 보여라.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라.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의 도덕적 언어로 표현하라.
12. 안녕감을 위해서 앙심보다는 용서를 선택하라. 말다툼할 때에는 큰 그림을 보라. 사과할 때에는 반드시 잘못을 규정하고, 행동에 책임을 지고, 후회를 표현하라. 사람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13. 현재 여러분의 인생에서 한 발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라. 그들이 여전히 마음 한편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러라.


이 연결의 법칙 13개 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그러나 실천은...) 것도 있고, 잘못 알고 있던 것도 있다. 가령 '3. 평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고 믿어라'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의 반대로 믿게 되었고 '5. 자기노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지속적으로 반신반의하던 것이었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등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좋은 책들 덕분에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불완전성 등을 수용하고 애틋하게 보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유아적인 기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자기 노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한편 자기노출에도 요령이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자기노출은 신변잡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진지하다고 여겨지는 주제들에 대해서도 연출된 감정들이 아니라 정말로 내밀한 감정들을 드러내어 대화를 나누어 보라는 것이다.
'8. 질투하지 말고 함께 기뻐하기'에서도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나의 성공담을 알리는 것이 관계에 유익할까, 아니면 숨기는 것이 나을까?' 샤덴프로이데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숨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에 따르면 요령 있게 말을 골라서 하고 다른 사람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면 공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지만 관계에 서투르다고 여기는 사람들 중 범람하는 심리학 기반의 위로+조언 책들에 질렸다면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한다. 최근 읽은 관계를 다룬 책들 중 철학서나 사회학 등 인문서를 제외하고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들 중엔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과 함께 이번 책이 무척 좋았다.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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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싸우는가 - 싸울 수밖에 없다는 착각 그리고 해법
크리스토퍼 블랫먼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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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싸우는가』 는 전쟁과 폭력적 갈등이 만연해 있고 우발적으로 일어난다는 통념을 뒤엎고, 수많은 적대적 경쟁 관계 중 극히 일부만이 전쟁으로 폭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스 보도와 역사책은 실제로 벌어진 소수의 폭력적 다툼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든 피한 수많은 갈등은 좀처럼 다루지 않는다. 대규모 전쟁, 유혈과 폭력이 난무한 사건들에만 하이라이트를 비추고 조용한 평화는 못 본체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종의 선택 편향을 낳고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에는 전쟁이 빈번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전쟁은 예외지 규칙이 아님을 보여준다. 가장 적대적인 적도 평화적으로 서로 증오하는 쪽을 선호한다. 한편 여기서 ‘평화’는 반드시 평등이나 정의를 뜻하지 않는다. 한쪽이 압도적인 협상력을 갖고 있을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약한 쪽은 불리한 협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세계는 가끔 전쟁이 발생하지만 ‘섬뜩하지만 평화로운 불평등으로 가득하다’.(29쪽)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블랫먼은 정치경제학자로 전 세계적인 폭력, 갈등, 범죄, 빈곤 문제를 연구해오고 있다. 그는 이번 책에서 어떤 사회가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고, 어떻게 해야 지극히 취약하고 폭력적인 사회도 그런 사회와 비슷해질 수 있는지 고찰한다.


책의 1부에서는 전쟁의 근원 다섯 가지를 분석한다. 무엇이 타협을 선택하려는 정상적인 동기를 방해하고, 전쟁을 선택하게 만들까. 책에 따르면 다음 다섯 가지 논리가 전쟁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1) 견제되지 않은 이익 : 전쟁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같은 집단의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을 때, 전쟁 비용과 분쟁의 고통을 경시하고 자신의 집단을 전쟁으로 몰아가는 유혹에 빠진다.
[대표적 사례] 중세 및 근대 초기 유럽에서 군주국과 공국 및 공화국이 주기적으로 벌인 전쟁. 미국의 독립혁명.

2) 무형의 동기 :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지위나 지배력과 같은 가치 있는 것을 획득할 수 있는 경우이다. 책에서는 총 네 개의 무형의 동기에 대해 소개한다. 정의로운 분노, 영광과 지위를 향한 욕망, 이데올로기, 인간에게 내재한 공격성.
[대표적 사례] 엘살바도르 캄페시노 게릴라(정의로운 분노), 제2차 세계대전 전투기 조종사, 헨리 8세가 일으킨 전쟁들(영광과 지위를 향한 욕망), 아돌프 히틀러, 미국 독립혁명(이데올로기), 훌리건들(인간에 내재한 공격성).

3) 불확실성 :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는 경우이다. 분쟁이 불리하더라도 때로는 공격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 이라크 전쟁

4) 이행 문제 : 한쪽이 향후에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협의가 실패하는 경우이다. 양쪽이 안정된 관계를 이유는 전쟁이 발발하면 너무도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다할 거라고 믿지 못하는 경우 상대방의 발흥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이른바 ‘예방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 제1차 세계대전, 펠로폰네소스전쟁

5) 잘못된 인식 :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상대방 집단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정확한 추정과 판단에 실패한 경우이다.
[대표적 사례] 월스트리트 거물들의 값비싼 실수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인수합병 실패 사례들(성공 가능성 과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북아일랜드 분쟁(상대방 집단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 다섯 가지 논리를 조합하면 언제 전쟁이 일어나는지 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다섯 가지 논리가 존재하더라도 반드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확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런 경쟁이 그 자체로는 무척 취약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는 역설을 강조한다.


2부에서는 안정되고 성공한 사회들을 추적한다. 이들 사회는 전쟁에 이르는 다섯 가지 종류의 실패로부터 크게 영향받지 않을 보호 장치를 구축했다. 이 장치들은 총 네 가지이다.

1) 상호 의존 : 성공한 사회에서 경쟁자는 독립된 존재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서로 촘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는 평화를 향한 중요한 동기가 된다.

2) 견제와 균형 : 제도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갖춘 안정된 사회는 지도자에게 소수보다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전쟁을 벌이는 무형의 동기들이 억눌러질 수 있고, 정보가 원활하게 흘러 불확실성도 줄어든다. 견제 받는 지도자들은 이행 문제의 덫에 빠질 가능성도 적다.

3) 규칙과 집행 : 평화로운 사회는 법과 사회적 규범, 규칙을 집행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공공질서를 담당하는 조직들은 강제적 집행 권한을 통해 국가 내 폭력을 크게 줄인다. 국제 영역에 있어서는 가장 강력한 국가들이 주도하는 소수의 연합체들이 국제 질서를 이끌어 나가고, 나름의 평화를 유지한다.

4) 개입 : 평화로운 사회는 폭력 사태가 벌어지더라고 폭력을 멈추는데 효과적인 ‘개입’이라는 도구가 있다. 개입의 도구로는 처벌, 집행, 촉직, 사회화, 인센티브가 있다.

책의 결론에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올바른 접근법은 대담하고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부지런히 신중히 내딛는 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도자들이 원대한 계획을 내놓으며 우리 사회를 몇 년 안에 혁신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할 때 이를 비판적으로 듣고 경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세상의 문제는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신중하게 수정을 거듭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이러한 접근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 책은 전쟁의 근본 원인들을 분석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바람직한 사회의 예시들을 제시한다. “평화”란 형제애나 협력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폭력이라는 상존하는 위협에서 생겨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이마누엘 칸트는 《영구 평화론》에서, 전쟁이 아니라 긴박하지만 비폭력적인 대치가 인간의 자연 상태라고 칭했다. 이 책을 통해 “전쟁”과 “평화”라는 두 단어를 완전히 새로 배울 수 있었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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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현대미술 - 21세기가 사랑한 예술가들
김슬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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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현대미술』은 매일경제신문 문화부 김슬기 기자가 쓴 현대미술 안내서로, 21세가 사랑한 예술가들 24명에 주목하고 있다.

1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초현대미술 작가들>에서는 1980년대생이 주류가 된 미술 시장 새로운 슈퍼스타 12명(니콜라스 파티, 플로라 유크노비치, 아드리안 게니, 조너스 우드, 헤르난 바스, 비플, 매튜 웡, 캐롤라인 워커, 록카쿠 아야코, 엠마 웹스터, 아모야코 보아포, 루시볼)을 다룬다.

2부 <컬렉터가 사랑한 20세기 거장들>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해 여전히 미술 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동시대 거장 12명(게르하르트 리히터, 데이비드 호크니, 필립 거스틴, 조안 미첼, 루이즈 부르주아, 피터 도이그, 조지 콘도, 나라 요시토모, 스콧 칸, 우고 론디노네, 세실리 브라운, 론 뮤익)을 다룬다.

지은이는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푸념이, “현대미술은 너무 어려워.”였다고 한다. 이 책은 현대미술 슈퍼스타 작가 24명의 작품과 삶에서부터 미술 시장의 작동원리까지 두루 살피며 현대미술 작품을 음미하는 안목을 키워준다.

이번 독후감에서는 가장 강렬했던 작가 한 명과 ‘아 이 작품이 이 작가의 것이었구나’하고 드디어 알게 되어 반가웠던 작가 한 명을 소개한다.



📍공포와 비극을 재료 삼는,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

아드리안 게니는 1977년 루마니아 북서부의 광산업 도시 바이아 마레에서 태어났다.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정치적 격변은 게니로 하여금 슬픔과 좌절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은 침묵하는 세계에 린치를 가한다.

그는 코믹한 영화적 표현을 통해 권력자를 희화하고 그들의 권위를 무력화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역사 속 인물들도 등장한다. 과학자, 예술가, 독재자 등 20세기를 형성했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어두운 역사를 작품에 담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유산과 모든 형태의 파시즘의 유령에 집중한다.

나는 이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어두운 면,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 슬픈 역사에 더 끌린다. 그래서인가 게니의 작품에 시선을 빼앗겼다.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담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게니의 그림은 우리 시대의 폭력과 야만을 보여준다.



📍시선을 강탈하는 극사실주의 인간 조각,
👤론 뮤익(Ron Mueek)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독일 이민자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인형 공장을 운영했고, 뮤익은 어릴 적부터 인형 모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린이 영화와 TV 프로그램용 모형과 인형 제작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가,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조각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은둔 작가로, 돈 버는 걸 포기한 것처럼 작업 속도가 느리고 방식이 꼼꼼하다고 한다.
30대 후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조각을 시작했지만 그가 내놓는 작품의 희소성 때문에 경매에 출품되는 화제를 모았고, 금세 스타가 된다.

그의 작품에는 현대인의 외로움, 취약함, 불안감 같은 내면의 감정이 녹아 있다. 보기 불편하고 혐오스러운 조각을 통해 공감의 예술을 펼친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인스타그램에 도배되어 있다. 이번 책을 통해 나의 시선 역시 빼앗았던 강렬한 조각 작품이 바로 론 뮤익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작가들의 드라마틱한 삶들이 가득하다. 어떤 작가는 미대의 비싼 등록금과 재료비를 아무 고민 없이 낼 수 있는 금수저를 문채로 태어나지 못해 쓰레기통을 뒤지며 학교를 다녔고,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에 투쟁하며 그림을 그린다(아모아코 보아포). 어떤 작가는 홀로코스트와 전쟁이 가져온 비극으로 얼룩진 가족사 속에서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필립 거스틴).

현대미술 경매 시장에서 천문학적 금액으로 팔려나가는 작품들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 진면목을 일깨운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작가들을 보면서 현대 사회의 거품과 욕망을 엿본다. 문득 온갖 복잡한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현대미술의 매력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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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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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은 하드 SF의 대가로 손꼽히는 영국 SF 작가 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장편 SF 소설로, '균열'과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 떠나는 데테메르호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 이 문장에서 벌써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균열'이 무엇인가?

소설은 19세기의 한 범선, 데테메르호, 위에서 시작된다. 이 배에 고용된 영국 웨스트컨트리 출신의 44세 가난한 의사 사일러스 코드는 원정대와 함께 탐험을 떠난다. 앞서 말했듯 이 범선의 목적은 '균열' 너머에 존재하는 미지의 구조물을 찾는 것이다. 소설은 '균열'이 무엇인지 독자를 서서히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균열에 가까워진 순간 정체불명의 난파선 유로파호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 한편 사일러스가 죽어가는 순간 소설의 초반에 등장하여 사일러스를 은근히 무시하여 독자의 마음도 다소 불편하게 만든 캐릭터인 '코실 부인'은 이렇게 말을 던진다.

"오, 코드 박사님." 이렇게 죽는다고 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

이제 한층 더 궁금해진다. '코실 부인'은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이 사람은 정체는 무엇인지? 부인은 무엇을 알고 있으며, 작품 속에서 무슨 역할이지? '균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원하는 내게 작가는 질문만 던진다.

102페이지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사이러스는 103페이지에서 멀쩡히 깨어난다. 이제 사일러스 코드는 '증기선'을 타고 있다. 앞선 이야기에서 사이러스는 소설 쓰기로 취미로 가지고 있고, 그의 소설에서 '증기선'에 대해 나온다. 당시에는 증기 추진 선박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증기선은 사일러스의 작가적 상상력에서 나온 산물이다. 그런데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한 사일러스가 바로 증기선 위에서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사일러스는 증기선에서도 죽고 비행선에서 깨어난다. 소설은 촘촘히 퍼즐을 짜놓고, 독자를 계속하여 궁금하게 만든다. 소설의 해설을 쓴 심완선 SF 평론가는 '이 책은 의미심장한 단서를 흩뿌려 놓은 입체적인 퍼즐'이라고 표현했다. 평론가의 적확한 표현처럼 이 소설을 읽어가는 것은 무언가 퍼즐을 푸는 느낌을 준다. 소설의 결말을 읽고 나면 이 작품이 마치 추리소설과 같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이게 이 말이었구나, 이 단서가 여기에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대전환'은 수학적 개념에서 가지고 왔다. 위상수학의 '구면 전환'은 3차원 공간에서 구면의 내부와 외부를 온전히 뒤바꾸는 방법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 소설에서 데테메르호 원정대의 지도 제작자이자 수학 천재인 레이몽 뒤팽은 구면 전환 문제에 집착한다. 소설을 결말을 읽고 나면 '대전환'이 결국 '대반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의 수수께끼들은 다 풀리고, '떡밥들은 다 회수된다'. 한바탕 몰입해서 읽으면 우리는 사일러스 코드 박사의 정체에서부터 균열에 대해서도 알수 있게 된다.

“ 그 목표물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일은 저속한 미신에 대한 지성의 승리였다. 그리고 우리의 탐조등이 심연을 더듬으며 목표물에 좀 더 많은 빛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집단적 의지는 보상을 받았다.”___209쪽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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