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괴물들 - 불안에 맞서 피어난 인류 창조성의 역사
나탈리 로런스 지음, 이다희 옮김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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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괴물들』은 우리가 과거에도 만들었고 지금도 지치지 않고 만들고 있는 괴물들이 과연 인류의 어떤 모습을 드러내왔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먼저 괴물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 인류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는 것일까?

우리는 괴물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안다. 그러나 괴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왜냐면 괴물은 보는 그것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도도새나 천산갑(아르마딜로)은 다른 조류들이나 포유류와 비교하여 약간 다른 것을 알고 있지만 어쨌거나 이들을 괴물로 부르진 않는다. 그러나 18세기 사람들은 이들을 괴물로 분류했다. 그 당시 근세 유럽인들의 세계에는 이들을 적절히 분류할 수 있는 체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인들의 신학적 세계에서 괴물의 존재는 당연했다.

이 책에서는 구석기 인류가 동굴에 남겨놓은 혼종 생물부터 요즘 영화에 등장하는 프레데터 등을 종합하여 괴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괴물은 인간인 것과 인간이 아닌 것,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괴물은 곧 우리이다.
이 책이 괴물을 탐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괴물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인 인간이 만들어놓은 갖가지 이야기들, 즉 신화와 민담과 동화 속에 등장하는 온갖 괴물들을 살펴보면 결국 괴물은 인간 사회가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가장 위험한 괴물은 인간 동물인 우리의 동물성에서 비롯되는 공격성, 잔인함, 공포, 불안, 슬픔 등 외면하고 싶거나 멀리하고 싶은 본성과 경험의 부분들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괴물을 이해하는 일은 곧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다.

“ 우리가 만든 괴물의 역사는 우리 자신의 동물적 본성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와 동물적 본성의 필요를 드러낸다. 이 까다로운 관계라는 상처 속에 박힌 파편이 바로 괴물이다. 그렇다면 치유의 열쇠를 가진 것 또한 괴물일지 모른다. ”

또한 괴물은 인간이 자연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서구 문명은 자연의 모든 생명체 위에 군림하는 위계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그 유명한 그림 ‘존재의 대사슬’에서 확인된다. 인간은 신과 천사 바로 밑에 있고, 그 아래에는 온갖 동물들이 있다. 서구 문명은 아주 오랫동안 인간을 자연과 동물과 분리하려고 노력하였다. 서구의 근대 이후 과학은 자연을 변형하고 통제하고 착취하여 인간생활을 아주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끝이 있는 법이다. 현재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벼랑 끝’(p32)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만든 우리의 분신인 괴물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에서 분리된 인간,
영적인 인도자였던 반인반수 모습의 신들을 악마로 퇴출해버리다
이 책 1부에서 선사시대의 인간의 영적인 삶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계속하여 만난다. 그간 이런저런 책들에서 선사시대 인간에 대해 설명한 것을 읽어왔는데 이번 책이 가장 인상 깊다. 그 당시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현대인들이 집단적 고양감을 얻기 위해 교회에 가고 콘서트에 가는 것은 먼 옛날 수렵채취 시절 우리 조상들이 고안했던 공동체 의식에서부터 비롯한다. 소규모 집단 시대의 주술사들이 의례와 초월적 상태의 경험을 통해 공유된 믿음을 만들었고 공동체의 협력을 이끌었다. 공동체가 좀 더 큰 농경 공동체가 되자 이들은 신이 되었다. 한편 이러한 신들은 일신론이 등장하자 그 자리를 잃는다. 초기 기독교를 비롯한 거대 조직 종교가 대두하자 이전의 신들은 저급한 동물적 본성을 가졌다며 퇴출되었다. 기독교는 인간을 동물들의 세계에서 분리시켰고, 신 바로 아래 두었다. 반인반수의 모습을 가졌던 신들은 영적 인도자에서 기이한 괴물이 되었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사탄'이라고 불렀고, 무시무시한 악마로 취급했다.


“ 고대의 뿔 달린 신들은 어두운 그림자가 되었다. 주류 종교가 우리를 자연 세계에서 떼어 놓았지만 두려움과 상상력의 결합은 계속하여 기이한 존재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 존재들은 우리가 공포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영적 인도자가 아니었다. 괴물이 도사린 어둠 속으로 유혹하고 혼돈을 일으키는 악한 세력이었다.”


✅이 책은 괴물들이 가지는 의미를 하나하나 파고들면서 결국 우리의 본성에 대해 알려준다. 우리가 '문명화'라고 '진보'라고 불렀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아니 억눌러온 동물적 본성은 '괴물'이라는 존재를 통해 점점 드러난다. 이 섬세하고 지적인 책은 우리의 본성을 우리의 괴물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우리 인간동물은 자신을 다른 존재들로부터 구분하려 애써왔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가녀린 몸집을 지닌 인간동물은 변화무쌍한 자연에서 생명체들과 함께 지내다가 언제부턴가 떨어져 나왔다. 인간동물은 논리적 사고와 과학적 이해 능력을 가졌다고 우리는 스스로를 동물과 짐승에서 분리시켰다. 인간동물은 과학과 철학으로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세상은 '물리와 화학 법칙으로 구성된 세계가 아니다.'(p345)
신과 영웅, 괴물과 마법 이야기는 우리의 인간동물의 불안전한 심리적 경험을 들려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괴물들이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며 우리가 마법에 걸린 존재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간이 세상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서 괴물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다른 민족, 다른 종, 심지어 지형까지 괴물로 만들어 말살해온 야만적인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 인류세 시대에 우리 인간동물은 스스로의 위치를 재고해야 한다. 우리는 위계의 꼭대기에 있지 않다.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들처럼 불완전한 존재이다. 우리가 우리 안의 괴물을 받아들이고 이와 불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동물적 본성을 깨닫는다면, '짐승'과 '동물'이라는 단어에 깃든 부정적 의미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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