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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생각한다 -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평점 :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1964~)는 그간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대중서를 출간해왔다. 철학 분야 책을 좋아하는 국내 독자들 중에는 〈철하는 철학사〉 시리즈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 총 3권 모두를 차례차례 구입하여 읽었다.
이번 신간에서 그의 관심이 동물로 향했다. 책 『동물은 생각한다』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평가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에 매혹되어 동물원장이 되겠다고 결심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곧 동물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 속에 양심의 가책이 싹텄다. 그는 1990년대부터 동물 윤리에 관한 에세이를 쓰거나, 동물원에 대한 특별 기고문을 실었다. 철학자 프레히트에게 인간이 비인간 동물과 맺고 있는 관계, 우리가 다른 동물들에게 얼마나 공정하지 못한지는 그의 삶의 화두라고 한다.
약 1만여 년 전부터 인간 동물은 비인간 동물을 '가축화'했다. 즉 계획적으로 사육하여 오직 우리의 이익을 위해 살아 있는 식량 자원의 형태로 키웠다는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무자비한 착취와 사디즘뿐 아니라 왜곡된 사랑과 본성 파괴, 의도치 않은 학대'가 뒤섞여 있다. 이 책이 던지는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Q. 인간과 동물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적절할까?
Q. 동물을 도덕적으로 존중하기 위한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Q. 지능이 높은 동물의 생명권이 지능이 낮은 동물의 생명권보다 더 크고 귀할까?
(이 질문에서 '지능이 높다'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 성급한 판단이다. 동물의 '지능'이란 무엇인지 합의된 기준조차 없다.)
이 책은 위 질문들을 새롭게 제기하여 하나하나 고찰한다. 먼저 1부에서 인간 동물이 대체 무엇 때문에 특별한 동물인지 살펴본다. 2부에서는 인간과 동물 관계의 문화사를 살펴보고 3부에서는 저자 고유의 윤리적 입장을 개진한다. 4부에서는 동물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일상의 혼돈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를 살펴본 뒤, 우리의 인식을 총결산하여 앞선 논의에서 결론을 이끌어 낸다.
근대 과학의 진보 이후 우리는 동물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동물의 행태에 대한 앎뿐만 아니라 신경 생물학 및 행동 생태학을 통해 동물의 정신과 의식에 대한 앎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앎을 축적했다고 해서,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까지 나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철학자 피어 싱어가 동물 윤리에 대한 책을 펴냈고, 전 세계 여러 젊은이들이 비건을 실천하고 동물 해방을 부르짖으며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지만, 이것들을 인류 초창기 시설 가축 사육자들의 애니미즘과 비교하여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우리는 인류 역사상 동물과 가장 혼란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동물을 물건처럼 생산 수단화하고, 생존 기계나 고기 공급원으로 사육한다. 그런데 국가에 따라서는 법에서 동물을 물건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판다 푸바오를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반려동물 전용 장례 서비스를 통해 애도의 의례 행위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중국으로 간 푸바오가 행여나 한국에서만큼 대접을 못 받을까 봐 걱정하면서 상상초월의 환경에서 사육되고 살해된 돼지의 살을 맛있게 구워 먹는다.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비둘기 무리를 극혐한다. 즉 보통 사람들의 동물 윤리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고 모순적이다. 한편 동물 윤리학자는 다를까? 저자는 이 책에서 동물 윤리학자들이 이념적 기저에 깔려 있는 잘못된 도덕관을 살펴본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대부분의 앎을 허물어야 한다. 우리는 동물이 어떤 존재인지 결코 정의 내릴 수 없으며, 인간 동물이 가진 특징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 다른 동물을 착취하는 본인 존재를 견딜 수 없게 된다. 이 불편감은 새로운 앎을 실천하고 그간 누리던 것을 버리지 않는다면 결코 해소될 수 없다. 우리는 영양 문제와 동물 사육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른 생명들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지만, 폭력의 규모와 구체적인 방식은 바뀔 수 있다. 인간 동물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끔찍할 수 있는지는 상상초월이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 동물의 윤리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통찰한다.
“ 인류의 역사는 인간들이 공동체적 질서 체계를 처음 떠올리고 실현하고 다시 뒤집고 개혁하는 과정들을 모아 놓은 박물관이다. 우리에게 당연해 보이는 창조와 도덕의 현 질서도 우리 시대와 문화 내에서만 이해횔 수 있다. 질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이한 문화와 영역에서 그때그때 자기만의 규칙에 따라 만들어진다.”
저자는 '오늘날 새로운 이념과 이상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과거처럼 선구적인 지식인이 아니라 시대정신의 풍향계로 검증된 폭넓은 공감'(534쪽)이라고 말한다. 그가 동물 윤리에 대한 책을 펴내고 우리의 기존 앎이 죄다 틀렸음을 알려주는 것은 바로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우리 인간 동물은 인류의 다른 산적한 문제들처럼 동물 문제에 있어서도 크게 들렸음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알게 된 정확한 한 가지 진실은 우리가 거의 대부분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지의 윤리학을 토대로 무지의 실용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적 진보나 성장이 아니라, 인간 동물을 비롯하여 비인간 동물에게까지 도덕적 척도를 향상해야하는 시급한 과제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