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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사 ㅣ 현대지성 클래식 72
투퀴디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평점 :
서양 고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역사서로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꼽는다. 페르시스 전쟁을 다룬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신화와 전설, 여행담과 풍문까지 폭넓게 담고 있는 것과 달리, 투키디데스는 오로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역사 기술을 추구했다.
🌿투키디데스,
역사학자이자 전쟁의 목격자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고대 아테나이 출신의 투키디데스는 추방당한 장군이었다. 즉 그는 전쟁의 참전자이자 목격자였다. 기원전 460년경, 아테나이에서 약 6킬로미터 떨어진 해안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유력 가문 출신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청년기에는 소피스트들과 교류하며 수사학, 철학, 역사를 배웠고 기원전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초기부터 이를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기원전 424년에는 트라케 해안 지역의 방어 임무를 맡아 장군으로 임명되어 타소스섬에 파견되었는데, 일련의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20년간 아테나이에서 추방당했다. 추방 기간 동안 아테나이 적국인 펠로폰네소스 동맹국들을 자유롭게 여행하며 정보를 수집하면서, 전쟁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연구했다. 기원전 423년-403년 동안 헬라스 전역을 다니며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집필했고 추방이 해제된 뒤에도 집필을 계속 이어갔다. 기원전 400년경에 사망하여 그의 저작은 기원전 411년까지의 사건만을 다룬 채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는 역사학자이자 전쟁의 참전자로서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을 오로지 인간의 행위에서 찾으면서, 역사의 무게중심을 신의 섭리에서 인간의 선택으로 옮겨놓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20세기의 냉전사와 21세기의 패권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고대 헬라스 세계에서 기원전 431년부터 404년까지 이어진 전쟁으로 민주정을 대표하는 아테나이(아테네)와 과두정을 대표하는 라케다이몬(스파르테) 간의 충돌이었다. 아테나이(아테네)는 페르시스 전체에 제국주의 정책을 펼치며 동맹국과 헬라스 도시국가들을 억압하며 팽창했다. 아테나이의 팽창을 견제하고자 라케다이몬(스파르타)은 전쟁에 나섰고, 당시 헬라스 세계는 이 두 강대국을 중심으로 양분되었다. 두 국가는 자신의 정치 체제를 동맹국에게 강요했는데, 민주정을 채택하지 않으면 아테나이의 동맹국이 될 수 없었고, 과두정을 따르지 않으면 라케다이몬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21세기 패권 전쟁과 비슷한 면이 많고, 두 강대국이 자신의 정치 체제를 동맹국에게 강요했다는 점에서는 20세기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그 영향을 미치는 냉전사도 떠올리게 만든다. 투키디데스가 말했듯 인간의 본성상 과거에 일어난 일들이 미래에도 되풀이된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회-국가 간 갈등을 들여다보면 인간과 사회의 본성을 통찰할 수 있다.
[제3권 제국의 균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상황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사태가 펼쳐진다. 인용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 정도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구성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총 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권은 전쟁의 배경과 발발 과정, 제2권은 실전 개시, 제3권은 동맹국들의 이탈과 내전, 제4권은 펠로폰네소스반도 서쪽 최남단 필로스에서 벌어진 전투, 제5권은 니키아스 평화조약과 라케다이몬의 동맹국들 간의 동맹 와해, 제6권과 제7권은 시켈리아 원정, 마지막 제8권은 시켈리아 원정 패전 이후를 다룬다. 이 전쟁은 기원전 404년에 끝났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기원전 411년, 라케다이몬과 페르시스 관계가 틀어지는 장면에서 갑자기 끝난다.
🌿연설문
앞서 말했듯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달리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역사 기술을 추구했다. 투키디데스 본인이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에 근거하여 쓴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예외적으로 포함시킨 것이 연설문이다. 그는 연설문이 단순한 상상이나 수사적 장식이 아니라, 발언 당시의 정세와 이해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합리적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 연설문들을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각기 다른 상황과 입장에서 이루어진 명연설들은 고대 헬라스에서 발달한 대중연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연설문들은 전쟁이라는 극한의 현실 속에서 인간 사회는 어떤 논리와 명분으로 자신들을 정당화했는지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고대 헬라스 세계를 쇠퇴하게 만든 27년의 전쟁사를 읽으면서 변치 않는 인간사를 엿본다. 세상이 혼란에 빠지면 가장 영악한 사람들이 득세한다. 명분 같은 것은 그때 그때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혼란을 틈타 각자의 욕망을 추구하고, 떼로 뭉쳐 조직적으로 탐욕을 충족시킨다.
✅박문재 번역가의 매끄러운 번역과 657개의 주석, 해설. 지도 등은 이 책을 온전하게 읽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당시 도시국가의 수는 학자에 따라 700개에서 2,000개 이상으로 추정되며, 상당수가 이 책에 등장한다. 생소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명이 계속하여 등장하기 때문에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이 책 뒤에 실린 지도 세 장을 복사하여 곁에 두고 본문과 함께 읽었다. 처음에는 다소 진도가 더뎠지만, 익숙해지니 페이지가 잘 넘어갔고 읽고 나서도 남는 것이 많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20세기 국제정치학과 실증주의 역사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2,500년 전의 역사가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빅히스토리의 관점으로 우리 인간동물의 길고 긴 역사를 고려했을 때 2,500년 전에 쓰인 책은 아주 최신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100년도 채 못 살고 죽는 인간동물은 빅히스토리 관점으로 본인의 삶과 공동체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지만 2,500년 전 고대 헬라스에 살았던 사람들도 호모 사피엔스 종이고 2026년을 살고 있는 우리도 호모 사피엔스 종이다. 인간의 본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투키디데스의 통찰은 너무나 당연히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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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