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은 없어 - 생각을 여는 생명과학의 질문들 ㅣ 발견의 첫걸음 1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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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들. 왜 그런지 물음표를 던지지 않았던 생각들. 어릴 때는 "왜?"라는 말을 참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물음표 대신 느낌표와 마침표를 찍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세상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그것들을 '당연한 상식'이라고 믿게 되었을까. 책을 덮고 나니 "왜?"라는 질문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당연함을 의심하는 순간 생각의 폭은 훨씬 넓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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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산소 패러독스와 눈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산소의 낯선 역사부터 익숙하고 고맙게만 생각했던 산소의 양면성까지 알 수 있어 인상 깊었다. 산소는 생명을 유지하게 해 주지만, 동시에 노화와 같은 과정에 관여하며 우리를 조금씩 닳게 만드는 모순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와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눈물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그동안 눈물은 감정의 상징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감정에 의한 눈물은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며, 대부분의 생물에게 눈물은 생존을 위한 활동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익숙한 현상 하나에도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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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각 장의 말미에 마련된 주요 개념 정리와 함께 생각해 볼 질문들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내용을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관심 있는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너무 인간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속도가 다르듯 식물에게도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인간의 기준일 뿐이다. 식물은 오늘도 자신들만의 속도로 움직이고 성장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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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기준과 편견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익숙했던 세상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당연하다고 믿어 왔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각, 그리고 생각의 범위까지 한층 넓어질 수 있음을 알려 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느린 변화는 여러 환경 신호가 종합된 결과로 나타나는 식물 고유의 움직임이에요. 우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살아가서 놓쳤을 뿐, 식물은 ‘느린 시간‘의 언어로 끊임없이 세계를 읽고 있었던 거예요. - P14

이야기는 선과 악을 나눠야 흥미로워지지만, 자연에는 그런 구도가 없어요. 사자가 사냥한다고 해서 악당이 아니고, 가젤이 도망친다고 해서 선한 피해자가 아니에요. 그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일 뿐입니다. - P54

목적을 묻는 질문은 답을 하나로 좁히지만, 조건을 묻는 질문은 생명을 둘러싼 관계를 보게 만듭니다. 그 순간 생명은 설명서가 있는 기계가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 정보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지되는 과정으로 드러나요.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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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비밀이야 ㅣ 특서 어린이문학 18
박현숙 지음, 김진아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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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타인에게 말하면 안 되지만 결국 털어놓고 마는 고민과 비밀들. 우리는 때로는 비밀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비밀을 듣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비밀은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 무심코 입 밖으로 내어버린 경험 역시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비밀이야,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괜히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이처럼 비밀은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밀을 전해 받는 순간의 콩닥콩닥한 두근거림, 그리고 결국 말해버린 뒤 밀려오는 후회와 죄책감까지. 이 책은 비밀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쾌한 문체 속에 자연스럽고 무겁지 않게 담아내었다. 80페이지의 짧은 분량에 따뜻한 그림이 곳곳에 어우러져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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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 상상 사전 1 ㅣ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 1
송라음 지음, 서수인 그림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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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한 내게, 상상하며 세상을 보는 일이 얼마나 멋진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물론 모든 이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고, 익숙한 체계가 뒤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새하의 상상 속 공룡도, 나라도, 돈도 현실 속에 존재한다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함께 웃고 있으니, 상상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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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 혼자 하던 상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상상으로 변해가는 과정 또한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때로는 이상해 보이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일지라도, 그 속에서 웃고 서로를 이해하며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어쩌면 상상은 현실을 도망치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게 만드는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라면 그 시간은 더욱 깊고 풍부하며 즐거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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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편부터 'ㅎ'편까지 모두 열네 권의 사전 중 이번 1권에서는 'ㄱ'~'ㄷ'편을 새하의 상상을 통해 만났다. 책의 말미에 등장한 아이가 다음 권에서 어떤 상상을 펼쳐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요즘 독태기에 빠져있던 내게 다시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책이었다.

『그렇다니까 백과사전』은 참 좋아요. 상상이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라 새하얀 구름 같은 거라고 말해줘요. 잠시 후에 흩어지고, 어느 순간 비가 되어 내릴 수도 있겠지만, 상상을 하는 그 순간에는 정말로 있는 거예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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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 ㅣ 특서 어린이문학 17
이상권 지음, 오이트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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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정부군과 반군, 부족 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소년병들의 이야기다. 소년병의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동원된 아이들이었다. 원치 않게 납치되어 가족과 떨어지고,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해쳐야 했으며, 전쟁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깊은 정신적 상처와 사회의 시선 속에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아이들. 그들은 분명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버린, 복잡한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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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해 관계와 삶을 배워야 할 시기에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는 법을 먼저 익혀야 했던 아이들의 모습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이기에 쉽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분명 존재하는 사실이라는 점에 더욱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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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동원된 아이들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 이웃이었다. 전쟁이 그들을 소년병으로 만들었을 뿐, 그 이전에 그들은 그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미래란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이 아니라,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조차 허락되지 않은 삶, 그것이 이 아이들이 매일 버텨내야 했던 현실이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과 책 뒷부분에 수록된 삽화는 아프리카 내전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글로만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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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아프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고,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였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야 할 나이, 때로는 투정을 부리고 사랑받아야 할 아이들이 너무 이른 시기에 잔혹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 것은 아닐까. 총을 들고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는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아이들이 더 이상 소년병이 아닌 한 사람의 소년과 소녀로서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가난을 아는 아이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이란, 그 어떤 말로도 뿌리칠 수가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 P25

나는 떨려서 총을 쏘지 못했다. 아무리 손가락에다 힘을 주어도 총이 발사되지 않았다. 동료들이 쓰러졌다. 그제야 알았다. 총을 쏘지 않으면 내가 죽고, 동료가 죽어간다는 것을.
전쟁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그냥 적을 보고 총으로 쏘기만 하면 되는 거다. 나를 죽이지 못하도록 먼저 상대를 죽이는 게임. - P31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모른다. 사람들 눈에서 희망이 사라진 지 오래다. 희망이 없어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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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 도깨비 편의점 3 ㅣ 특서 어린이문학 16
김용세.김병섭 지음, 글시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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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능력을 지닌 상품들이 가득한 25시 도깨비 편의점. 이곳에는 마음속 고민을 가진 어린이를 찾아가 도깨비의 시간으로 초대하는 길달과, 신비한 상품과 함께 용기와 선택의 기회를 선물하는 점장 비형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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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 비형과 길달'에서는 1권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비형과 길달의 이야기가 나온다. 옛 설화인 『삼국유사』를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시리즈 전체의 뿌리를 짚어주는 에피소드라 더욱 흥미진진했다. 다만 3권부터 읽으면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할 수 있으니, 1권의 앞부분이라도 먼저 읽기를 권한다. (본인 경험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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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 그립'은 제담초 배드민턴부 마루와 지훈이의 이야기다. 승부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깨달아가는 마루의 모습을 통해, 경쟁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서로에게 진심을 전하지 못하는 마루와 지훈이를 보며,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진심을 전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착 그립은 손에서 라켓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꽉 붙잡기 위해 감는 것이다. 어쩌면 관계도 그런 것이 아닐까.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꼭 붙잡을 때, 비로소 손에 익고 단단해지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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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동전' 방송부 6학년 도윤이와 수아의 이야기다. 행운도 불운도, 결국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불운이라 여겼던 하루와 순간, 선택이 돌아보면 오히려 행운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동전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수아와 도윤이의 풋풋한 감정도 이 에피소드를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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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은 선택과 마음, 그리고 용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는 것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도 모두 작은 용기에서 비롯되었다. 저마다 마음속에 고민을 품고 있지만, 결국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답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때로는 서툴고 후회되는 순간도 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선택과 성장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당연하지. 다만 너의 자신감이 떨어지면 착 그립의 성능도 함께 줄어드니 마음을 단단히 먹도록 해. 모든 일은 네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니까." - P62

행운과 불운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닐까?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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