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충격파 - 성균관대 김장현 교수의 AI 인사이트
김장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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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파>는 인공지능이 불러올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기술적 발전 상황과 AI가 사회·경제·교육 환경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AI는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들(기후 위기, 팬데믹, 불평등, 자원 고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위험과 윤리적 딜레마를 만들고,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자의식과 창의성 부분까지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포스트휴먼 시대는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AI와의 건전한 공존 방안을 준비하고 모색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이끌 수 있다고 말이다. 과도한 낙관주의나 비관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접근과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 덕분에 더욱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나 역시 처음에는 '굳이 AI를 써야 하나'라고 망설였고, '창의성을 요구하는 작업에 AI를 쓰면 티가 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배울 시간도 부족해 당장 시작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정당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무량이 늘어나고 선택의 여지가 좁아질수록 ChatGPT 같은 도구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 느낀 건 놀라움이었고, 곧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느낄 정도가 되었다. 이전에 혼자 처리하던 일들이 AI의 도움으로 훨씬 빨리, 그리고 체계적으로 끝나니 시간 배분과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이처럼 AI는 구체적이고 적절한 프롬프트(명령)를 입력하면 적절한 답변을 제공한다. 그리고 AI에게 적절한 질문을 연속해서 던져 AI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전문가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라고 한다. 기계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포스트휴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저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AI의 환각을 맹신하지 않는 비판적 사용자로서 말이다. AI를 막연히 믿거나 배척하기보다는, 명확한 기준과 책임 하에 사용한다면 AI는 위협적이기보다는 공존에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다. 물론 반사회적인 이용자가 아닌 올바르고 착한 이용자로서 사용한다면 말이다.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AI. 이미 우리 삶에 깊게 들어온 AI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준과 시선을 기를 필요가 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상호보완하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AI라는 거대한 파도의 힘을 이용해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충격파‘는 파괴의 힘인 동시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창조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AI라는 거대한 파도는 이미 우리를 향해 밀려오고 있다. 이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충격파에 나가떨어져 파도에 휩쓸려가면서 표류할 것인가, 아니면 파동의 힘을 이용해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것인가, 둘 중 하나뿐이다. - P7

교육기관이 따라잡기에는 세상의 변화가,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그래도 변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대학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챗GPT와 상담해보아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런 시대가 왔다. - P24

진빵 하나를 추천받는 작은 일상에서부터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채용과 대출 심사까지, AI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AI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넘어서 ‘AI가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P3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닌 준비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 변화를 주도하는 자세다. 포스트휴먼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가능성이 무한한 시대가 될 것이다. 그 시대의 주인공은 AI가 아닌, AI와 함께하는 우리 인간이다. - P83

기술이 개인영역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만성적인 불안이 되고 있다. 기계가 더 이상 나에게 귀찮은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동시에 내 개인정보는 잘 보호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공존하는 요즘이다. - P132

한참을 스마트폰에 빠져있던 우리는 눈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나서야 바깥세상에 나가보려 한다. 그런데 집을 나선지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을 응시하며 주변 상황에 무감해지는 ‘스몸비‘, 즉 스마트폰 좀비로의 변신을 경험하게 된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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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 초보 농사꾼의 고군분투 영농기
김영화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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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학이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는 시골 생활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견한 진짜 삶의 가치를 전해주는 책이다. 고되고 때로는 절망적이기까지 한 농사일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기쁨과 성취감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부모님이다. 저자가 묘사하는 계절의 흐름과 농사의 과정을 보면서, 부모님도 이 길을 걸어오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갈 때마다, 계절마다 수확한 작물을 건네주시는 부모님의 그 맛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신선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의 땀과 시간, 그리고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사랑 때문이었다. 어릴 때에는 부모님을 따라 자주 밭과 논에 가곤 했는데, 성인이 되고부터는 시간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럼에도 가끔 농사일을 거들 때면, 부족한 나의 보탬이 부모님께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껏 받은 것에 익숙해져 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는 함께 나누는 삶에 더 익숙해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이 질문처럼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는 쉽게 채소와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기거나, 농사를 '조금만 하면 되는 일'쯤으로 가볍게 생각하곤 한다. 저자의 말처럼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씨앗, 거름, 농기구 등 어느 것 하나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없다. 게다가 기후 위기 앞에서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이 매번 찾아오고, 땀 흘린 만큼의 대가를 받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농사꾼들은 늘 고단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시골인심을 운운하며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났고, 혹여나 나도 그런 적은 없는지 생각해보았다. 이 세상의 쉬운 일은 없기에 모든 일이 값지고 대단하다. 우리의 식탁을 지탱하는 농사꾼들의 땀과 노고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솔직한 기록을 통해 농사의 무게를 글로 접할 수 있었고, 매 계절 묵묵히 농사를 지어내는 부모님의 삶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오신 부모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길에 작은 보탬을 더하며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다.



모두 맛있게 먹고 건강하길. 이것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음식이 아닌, 오래도록 가까이 두고 친구처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길. 달콤한 인생으로 지내길. - P15

농사를 종교처럼 품고 한길을 걸으며 진심을 다해 농사짓는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 엄지 척! 농부들이 우리동네에 살고 있다. - P19

시골도 사람 사는 곳이다. 세금 내고 산다. 땅에다 씨앗을 뿌리려면 돈 주고 씨앗을 구입해야 한다. 거름도 비료도 구입한다. 자기 땅이 없으면 임대료 내고 농사지어야 한다. 무엇 하나 거저 얻는 것은 없다. - P22

부모님을 보다가 명치끝이 아파와 슬며시 밖으로 나왔다. 참 많이 늙으셨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힘들면 찾아가 기대어 쉴 수 있는 버팀목이었으나 이제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세월의 무상함에 점점 더 쓸쓸해져 가는 부모님이다. - P93

욕실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버지는 이 어려운 걸 어찌 해마다 하셨던 걸까. - P129

여러가지 채소 등을 직접 재배해서 먹으니 무엇이 진짜 맛있지 알게 되었다. 수확한 농산물을 먹는 행복은 땀 흘리며 수고한 노동을 잊게 해준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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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 우울증 걸린 런던 정신과 의사의 마음 소생 일지
벤지 워터하우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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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는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을 진료하던 벤지 워터하우스가, 환자의 자리에 서게 되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의 역할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정신과는 주요 증상에 집중하고, 심한 정신병에도 약물 처방을 통해 치료를 진행한다. 이는 일회용 반창고처럼 즉각적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심리치료사는 환자의 삶과 개인사를 깊이 들여다보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정신과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자신의 정신 질환을 인지하고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심리상담은 긴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움직이는 과일에 스티커를 붙이듯, 저자를 비롯한 정신과 의사들은 매일같이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증, 감정 불안정성 인격 장애라는 이름으로 분류된 환자들을 만난다. 환자는 많고, 이를 진찰하는 의사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의사들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절차적으로 환자들을 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환자들이 가진 다양성은 딱딱한 의학용어로 표시되고, 약 처방으로 단순화된다. 처음에는 너무 기계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다가도, 한정된 병상과 의료진 현실을 떠올리면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의료진의 딜레마가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또한, 환자들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며, 나도 모르게 정신질환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의 문제를 '정신 질환'으로 치부하거나, 반대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단편적인 정보로 질환을 오해하곤 한다. 저자가 지적하듯,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우울증은 '화학적 불균형'이 원인이고, 양극성 장애는 창의적 천재를 낳고, 조현병은 '분열된 뇌를 가진' 도끼를 휘두르는 살인자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러한 통념 속에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안의 편견을 인식하고, 그것이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점을 깨달았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저자가 곳곳에 담은 유머 덕분에 끝까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책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감정을 쉽게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그 사람만의 이야기와 맥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설명되지 않는 마음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 그리고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 자체가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책은 정신의학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해준 귀한 작품이다.

어느새 나는 극도의 충격, 공포, 슬픔 같은 감정도 전문가답게 로봇처럼 흡수한다. 감정에 너무 많이 동요되지 않는 편이 더 견디기 쉬우니까. - P27

"괜찮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분야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뜻이긴 해요.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경력 전체를 인간의 고통을 대하며 보내겠다고 선택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정신의학과 종사자가 다른 정신의학과 종사자의 도움을 구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자기 머리를 자기 손으로 자르면 얼마나 엉망이겠어요?" - P88

환자들은 가공 처리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움직이는 과일과도 같다. 사과, 오렌지, 바나나 등에 붙는 스티커 대신 우리의 베스트셀러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증, 감정 불안정성 인격 장애다. - P105

정신의학은 온통 ‘보통,‘아마도‘,‘설마 아니겠지‘로 이루어져 있어요. 인간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정밀과학이 아니니까. 우리는 그저 임상적 평가와 육감, 그리고 가끔 기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걸로는 늘 충분하지가 않아요. - P306

"항상 아슬아슬해요. 환자를 입원시키려면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싸워야 하고, 입원시키지 않으면 환자 안전을 걱정하고요. 정신과 의사 노릇이 이럴 줄 몰랐어요." - P358

어쩌면 오랫동안 끔찍한 무감각 속에서 헤맨 끝에 이제 감정을 느낀다는 것, 아니 감정과 다시 연결된 느낌이 든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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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캐모마일 - 한 여름, 한 청춘, 한 사람
서원균 / 잇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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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간 '잇스토리'에서 종이책(1권)과 전자책(1,2권)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캐모마일>은 폭력과 가난, 외면과 고통 속에서도 꺽이지 않고 청춘을 살아낸 주인공 범룡이의 삶을 그려낸 도서이다.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거친 현실 속에서도 작은 꽃처럼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는 범룡을 응원하다 보면 순식간에 읽히는 힘이 있다.

이야기는 시간 순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청년 시절의 범룡을 오가며 전개된다. 처음에는 구조가 다소 헷갈렸지만,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현재의 상황이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매번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범룡의 삶은 너무나 고단했고, 나였다면 진작 집을 뛰쳐나왔을 것 같아 그의 선택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끝이 보이면 희망이라도 붙잡을 수 있겠지만, 범룡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아 더 마음이 아팠다. 드디어 웃음을 되찾고 행복해지는가 싶을 때에도, 불행은 또다시 범룡을 찾아왔다.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에 이토록 많은 시련이 이어질 수 있는지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고 나아가는 범룡의 모습이 참 대단했다. 때로는 그를 응원했고, 때로는 그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아 안타까워했으며, 또 때로는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 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범룡을 보며, 언젠가는 빛날 그를 믿고 응원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너무도 생생히 살아 있어 책을 덮고 나니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몰입감을 받았다.

특히 옆에서 늘 그를 지켜주던 주희의 존재가 인상 깊다. 범룡의 아픔을 모른 척하지 않고 함께 감당해낸 주희를 보며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았다. 어린 시절에 주희라는 따뜻한 존재가 범룡의 곁에 있어주어 참 다행이다. 그리고 범룡의 어머니와 지선 역시 마음 아픈 인물들이다. 사람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들의 처지는 안쓰러웠다. 그래서 범룡이 아버지와 기룡이를 떠나 어머니, 지선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와 동생을 향한 범룡의 복잡한 마음을 알게 되자,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은 씁쓸했다.

이 책을 통해 1980년대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부모님 세대가 지나온 시대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다만 80년대의 화폐 가치를 체감하기 힘들어 돈의 개념이 조금 어려웠다. 그러나 금액 자체보다는 범룡에게 돈이 가진 의미, 즉 꿈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 더 크게 다가왔기에 읽는 데 무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은 것은 범룡이 사람에게서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도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캐모마일>은 무겁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범룡이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잔잔한 감동 받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다움과 삶의 존엄성, 그리고 끝내 피어나는 꽃과 같은 가능성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읽는 과정은 아프고 시리며 눈물을 자아내지만, 그 속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이야기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면 잠시 책을 덮고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다시 읽어나가기를 권하고 싶다.

그날 범룡은, 자신을 응원해 주는 가족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슬픔이나 서러움이 아닌 아픔으로 다가왔다. - P70

"사람은 한 번 바스라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바스라진대. 그래서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훨씬 힘들다고 하더라. 내가 주희 너를 지켜줄게. 우리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서로 응원하면서, 우정만큼은 변하지 말자." - P109

아버지가 무섭고 두려웠지만, 이 통장을 빼앗기는 순간 자신의 미래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깊고 어두운 수렁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어둠은 빛으로 밝혀낼 수 있지만, 이 통장이 없으면 자신의 삶은 더 이상 빛은 없다고 여겼다.
아버지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기에, 범룡은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희망은 다름 아닌 돈이었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희망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결처럼 느껴졌다.
통장 속의 돈은 범룡의 미래이자, 집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날개였다. - P165

그 눈속에 분명 범룡이 있었다. 그 눈은 언제나 피로에 지친 눈이었다. 원망보다는 애달픔이 서렸고, 웃음 대신 슬픔으로 가득했다. 자신보다 가족을 걱정하며 근심으로 가득 찬 그 눈빛은 절박하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때, 괴물... 아니, 범룡이 울음을 터뜨렸다. 피맺힌 울음소리는 하늘과 땅을 울릴 정도로 서럽고도 처절했다. 어머니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울부짖으며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범룡아! 불쌍한 우리 범룡아!"

어려운 순간마다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은 크든 작든 상관없었다. 빈말이라도. 아니, 옆에서 손을 잡아주거나 웃어 주기만 해도 큰 힘이 되었다.

"범룡아, 난 네가 스스로를 망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네가 잘 되면 정말 기쁠거야. 높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나는 새처럼,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너를 보면 나도 행복할 것 같아.내 친구 범룡아, 부탁이야. 호텔로 가서 , 네 꿈을 다시 펼쳐봐. 그날이 오면 나도 호텔에 가서 스테이크 한번 썰어보고 싶어. 그리고 네가 서빙을 해줘. 내가 너한테 이렇게 부탁하는 건 처음이잖아. 나 박주희가 부탁한다. 서!범!룡! 내 친구야! 호텔에 가서 일해. 지금 이 꾀죄한 모습, 보기 싫어. 가서 너의 날개를 펴란 말이야. 88년 그때처럼 화려하게 퍼덕이는 불사조처럼 날아오르란 말이야. 범룡아, 너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야. 하나! 둘도 아닌 단 하나뿐인 너 자신을 위해,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

"가족이란,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 존재잖아요. 그리고 사랑은 그러쥐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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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읽는 카페
문혜정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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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읽는 카페>는 소설가의 꿈을 접고 타로 리더로 살아가는 신세련과 웹툰 작가 유진주의 만남을 중심으로, 상처받은 마음들이 서로를 어루만지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도서이다.

타로카드에 관심은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나에게 이 책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카페'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공간에서 타로카드를 읽어준다는 설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점술소가 아닌, 누구나 편안히 찾을 수 있는 카페에서 타로를 보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다양한 사람과 삶이 교차하는 카페에서, 손님들은 타로카드를 통해 저마다 자신의 마음과 상처를 마주하고 답을 찾아간다. 그 속에서 나는 질문자의 입장이 되기도, 세련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속 감정과 사연이 더 깊이 다가왔다.

카페에 찾아온 다양한 손님들의 사연과 그들이 선택한 타로카드를 통해, 카드의 상징과 의미가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되고 해석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았다. 덕분에 타로카드의 이미지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구체적인 이야기로 다가와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각 장마다 등장하는 타로카드는 인물들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소드3'이 보여주는 슬픔으로 상처 입은 마음, '컵4'가 상징하는 권태와 정체감처럼, 카드 한 장 한 장은 미래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질문자의 현재 마음 상태를 비춰주는 메시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세련이 그 카드의 상징을 해석해줌으로써 손님들은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해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다. 때론 세련의 따끔한 해석에 흠칫 놀랐지만, 제3자의 시선에서 감정에 치우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세련의 까칠했던 마음이 따뜻하게 변화하는 과정, 진주의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이 세련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나누며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급하지 않고 천천히 진행되어 더 진실되게 다가왔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그 상처를 숨기려 애쓰고, 어떤 이는 그것에 매몰되어 살아간다. <타로카드 읽는 카페>는 그런 상처받은 마음들이 모여드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따뜻하고 치유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상처와 마주하는 용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알았다.

그녀는 스스로를 속이려 들었다.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결과의 달콤함만을 꿈꾸는 사기꾼이 꼭 바깥에만 있는 건 아니다. 어쩌면 우리를 가장 자주 속이는 건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 P12

몹시 탁하고 끈적거리고 지저분한 감정이다. 감정은 수채화 물감과도 같아서 여러 색이 섞이면 섞일수록 탁해진다. 처음의 색은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이 뒤섞여 빛을 잃어버린다. - P28

"싫으면 그만두셔도 돼요. 그렇게 억지로 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어르신에게도, 어르신에게 도움을 받는 분들에게도." - P41

"내가 노력하든 하지 않든 슬픈 상황은 생길 수 있어요. 내가 뭘 잘못해서도 아니고 뭘 덜 해서도 아니에요. 애를 써도 무언가 자꾸만 어긋나고 잘못되는 듯한 기분이 들 때는 그냥 아무런 노력도 하지 말고 가만히 그 상황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둬보세요.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지나간 것들은 언젠가 잊히기 마련이니까요." - P67

본인도 알까? 복잡한 인생에 비해 너무 심플한 답변이라는 걸. 왜 우리는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만은 모든 것이 단순한 공식에 따라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내 인생은 점심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 같은데. - P97

"모든 것이 채워지면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와 마찬가지가 되죠. 아무것도 없을 때는 필요한 것을 하나씩 채워가면 되지만 이미 채워져 있으면 느낄 수가 없어요. 공허해요. 비어있기 때문이 아니라 빈 곳이 없어서. 채워진 덩어리가 그 자체로 하나의 큰 구멍이 되는 거예요."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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