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캐모마일 - 한 여름, 한 청춘, 한 사람
서원균 / 잇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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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간 '잇스토리'에서 종이책(1권)과 전자책(1,2권)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캐모마일>은 폭력과 가난, 외면과 고통 속에서도 꺽이지 않고 청춘을 살아낸 주인공 범룡이의 삶을 그려낸 도서이다.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거친 현실 속에서도 작은 꽃처럼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는 범룡을 응원하다 보면 순식간에 읽히는 힘이 있다.

이야기는 시간 순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청년 시절의 범룡을 오가며 전개된다. 처음에는 구조가 다소 헷갈렸지만,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현재의 상황이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매번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범룡의 삶은 너무나 고단했고, 나였다면 진작 집을 뛰쳐나왔을 것 같아 그의 선택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끝이 보이면 희망이라도 붙잡을 수 있겠지만, 범룡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아 더 마음이 아팠다. 드디어 웃음을 되찾고 행복해지는가 싶을 때에도, 불행은 또다시 범룡을 찾아왔다.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에 이토록 많은 시련이 이어질 수 있는지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고 나아가는 범룡의 모습이 참 대단했다. 때로는 그를 응원했고, 때로는 그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아 안타까워했으며, 또 때로는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 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범룡을 보며, 언젠가는 빛날 그를 믿고 응원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너무도 생생히 살아 있어 책을 덮고 나니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몰입감을 받았다.

특히 옆에서 늘 그를 지켜주던 주희의 존재가 인상 깊다. 범룡의 아픔을 모른 척하지 않고 함께 감당해낸 주희를 보며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았다. 어린 시절에 주희라는 따뜻한 존재가 범룡의 곁에 있어주어 참 다행이다. 그리고 범룡의 어머니와 지선 역시 마음 아픈 인물들이다. 사람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들의 처지는 안쓰러웠다. 그래서 범룡이 아버지와 기룡이를 떠나 어머니, 지선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와 동생을 향한 범룡의 복잡한 마음을 알게 되자,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은 씁쓸했다.

이 책을 통해 1980년대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부모님 세대가 지나온 시대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다만 80년대의 화폐 가치를 체감하기 힘들어 돈의 개념이 조금 어려웠다. 그러나 금액 자체보다는 범룡에게 돈이 가진 의미, 즉 꿈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 더 크게 다가왔기에 읽는 데 무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은 것은 범룡이 사람에게서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도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캐모마일>은 무겁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범룡이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잔잔한 감동 받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다움과 삶의 존엄성, 그리고 끝내 피어나는 꽃과 같은 가능성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읽는 과정은 아프고 시리며 눈물을 자아내지만, 그 속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이야기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면 잠시 책을 덮고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다시 읽어나가기를 권하고 싶다.

그날 범룡은, 자신을 응원해 주는 가족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슬픔이나 서러움이 아닌 아픔으로 다가왔다. - P70

"사람은 한 번 바스라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바스라진대. 그래서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훨씬 힘들다고 하더라. 내가 주희 너를 지켜줄게. 우리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서로 응원하면서, 우정만큼은 변하지 말자." - P109

아버지가 무섭고 두려웠지만, 이 통장을 빼앗기는 순간 자신의 미래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깊고 어두운 수렁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어둠은 빛으로 밝혀낼 수 있지만, 이 통장이 없으면 자신의 삶은 더 이상 빛은 없다고 여겼다.
아버지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기에, 범룡은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희망은 다름 아닌 돈이었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희망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결처럼 느껴졌다.
통장 속의 돈은 범룡의 미래이자, 집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날개였다. - P165

그 눈속에 분명 범룡이 있었다. 그 눈은 언제나 피로에 지친 눈이었다. 원망보다는 애달픔이 서렸고, 웃음 대신 슬픔으로 가득했다. 자신보다 가족을 걱정하며 근심으로 가득 찬 그 눈빛은 절박하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때, 괴물... 아니, 범룡이 울음을 터뜨렸다. 피맺힌 울음소리는 하늘과 땅을 울릴 정도로 서럽고도 처절했다. 어머니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울부짖으며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범룡아! 불쌍한 우리 범룡아!"

어려운 순간마다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은 크든 작든 상관없었다. 빈말이라도. 아니, 옆에서 손을 잡아주거나 웃어 주기만 해도 큰 힘이 되었다.

"범룡아, 난 네가 스스로를 망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네가 잘 되면 정말 기쁠거야. 높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나는 새처럼,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너를 보면 나도 행복할 것 같아.내 친구 범룡아, 부탁이야. 호텔로 가서 , 네 꿈을 다시 펼쳐봐. 그날이 오면 나도 호텔에 가서 스테이크 한번 썰어보고 싶어. 그리고 네가 서빙을 해줘. 내가 너한테 이렇게 부탁하는 건 처음이잖아. 나 박주희가 부탁한다. 서!범!룡! 내 친구야! 호텔에 가서 일해. 지금 이 꾀죄한 모습, 보기 싫어. 가서 너의 날개를 펴란 말이야. 88년 그때처럼 화려하게 퍼덕이는 불사조처럼 날아오르란 말이야. 범룡아, 너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야. 하나! 둘도 아닌 단 하나뿐인 너 자신을 위해,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

"가족이란,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 존재잖아요. 그리고 사랑은 그러쥐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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