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환기관 ㅣ TURN 10
유진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평점 :
<전환기관>은 가해자의 생명을 희생해 죽은 피해자를 되살리는 형벌 '전환형'이 존재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정의와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SF소설이다. 전환을 악용하려는 이들을 조사하고 잡는 전환기관 특수감찰부 감찰관 주승우는 수사가 잘못되면 전혀 다른 사람이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누구보다 철저하게 사건을 조사한다. 그러나 아무리 신중한 수사가 이루어지더라도 전환형이 집행된 세계에서 삶은 여전히 불완전했고,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제도는 자리를 잡았지만 사건과 사고는 계속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균열이 드러났다.
이야기는 빠르고 긴장감 있게 전개되지만, 책을 덮은 후 남는 여운은 묵직했다. 인간의 악의와 선택, 그리고 행동이 선명하면서도 충동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생명을 희생해 또 다른 생명을 되돌리는 전환형은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처럼 보였다. 피해자는 되살아나고 가해자는 죗값을 치르니, 균형이 맞는 제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수사 과정의 오류나 의도적인 함정, 혹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과연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전환형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 없고, 그것을 판단하고 집행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제도가 또 다른 희생을 낳지 않으려면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전환기관>은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보다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고, 우리를 둘러싼 제도와 환경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누가 무슨 기준으로 누구를 살릴지를 결정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야. 나는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공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 - P57
"책임주의. 이 말은 너무 많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어요. 살인마에게 살해당하는 일은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대부분은 이번 사고처럼 갑작스럽고, 예상 못 했을 때 일어나죠." - P160
두 사람이 가야할 곳은 매번 달랐지만 할 일은 매번 같았다. 삶과 죽음을 가리고 욕망과 거짓으로 뒤섞인 진창 속에서 진실을 건져내야 했다. 그럼으로써 이 세상에 최상의 정의를 집행하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 P1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