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틈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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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자신과 작품을 동일시하지 말아 달라 부탁했지만, 미안하게도 어쩔 수 없었다. 아니, 편한 독해 방식이었다. 오히려 완곡한 거절이 더욱 진실 돼 보였다. 매번 빙 둘러 비유적으로 자신의 심경을 대변하는 작가의 글쓰기 특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권여선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처녀작으로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기존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작가의 처녀작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그 알 수 없는 불균일한 틈새를 오롯이 엿보았다. 그나마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작가에게 축복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이겨내야 한다. 자기애적 글쓰기를 강행하면서 작가는 이 땅에서 버텨나가야 한다. 그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그렇게 문학을 영위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괜찮다. 우리 모두, 서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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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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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간결하다. 중산층 소시민의 균열을 대변한다. 일상에 침투하는 낯선 사건으로 시작된 인물들의 변화에 주목한다. 인간 내면의 밑바닥을 가볍게 ‘툭’치고 뛰어오른다. 예민하게 집착하거나 그려 보이지 않는다. 변화의 언저리가 나타나는 일상의 모습을 심도 있게 관찰한다. 나를 관찰당하는 것 같다. “단편소설” 같은 뛰어난 단편 걸작들이다. 차분한 어투와 달리 심장을 녹아내리듯 따갑다. 평범한 일상에 불쑥, 솟아오르는 붕괴의 지점을 가벼운 낚싯줄로 낚아채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를 알겠다. 처절하게 울부짖지 않고 에너지의 과잉도 없지만, 차분한 자세에서 비뚤어진 넥타이를 주시하는 그의 눈동자가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 있는 듯하다. 단편의 매력을 간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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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 - 낯선 세상에 서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노래하다 뮤진트리 뮤지션 시리즈 2
그레그 브룩스.사이먼 럽턴 지음, 문신원 옮김 / 뮤진트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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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디 머큐리, 참 멋지다! 뚜렷한 주관과 자기확신, 일면의 나르시즘과 선명한 현실인식이 균형을 맞춘다. 엉뚱한 예술가라고 불리기엔 그는 단단한 사업가이며, 뛰어난 기획자라고 하기엔 음악적 재능이 대단히 뛰어나다. 머큐리의 육성을 그대로 활자로 접하고 나니 그가 가깝게 느껴진다. 에이즈에 걸릴까 두려워했던 그가 그 병으로 세상을 등지다니, 안타깝다. 참 재미있는 친구며 한편으로 무서운 연인이었을 것 같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머큐리의 내면을 들어보니, 그도 나와 같은 인간임을 깊게 느꼈다.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사람이 어느 한 지점에 머물렀고 풍부한 음색의 노래들을 곁에 두고 떠났다. 고맙다. 솔직하게 울어줘서 따뜻하다. 사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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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현대문학 테마 소설집 1
하성란.권여선.윤성희.편혜영.김애란 외 지음 / 강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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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희경의 추천글은 진심일까.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처럼 소설집에 실린 서울은 의미를 가지는가, 혹은 의미있다 생각한 걸까. 추천글을 쓸 때 은희경의 고민이 궁금하다. ‘서울’에 대한, ‘서울’을 위한 소설 모움집이라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작가들은 ‘도시’ 이미지를 주축으로 글을 썼다. ‘서울’이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해도, 서울 그만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 여러 여류작가들의 소설을 한데 읽어 볼 수 있다는 기쁨만은 재미났다. 김인숙, 김숨, 권여선의 글이 가장 돋보였다. 독특한 개성들이 맛있었다. 김애란의 한계를 만났다. 관찰의 소설만으로 독자에게 깊이 있는 감동을 전하기 어렵다. 장편소설은 힘들 것이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방도시, 군소마을 등을 소재로 이런 소설집을 내면 매우 좋을 것 같다. 서울을 선택한 건 박음질이 뚜렷한 바느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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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 제6회 채만식문학상, 제10회 무영문학상 수상작
전성태 지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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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여편의 단편소설들보다 ‘작가의 말’에서 짧고 간결한 절규가 더 인상깊다. “나는 끝까지 글을 쓸 것이다.” 작가 자신의 다짐은 진솔했다. 그는 끝까지(반드시라는 말보다 더 지독하게) 글을 쓰고 말리라! 쉬이 지워지지 않는 포부다. 미래를 향해있는 다짐이, 아무런 수식 없는 이 문장이 그토록 강렬한 건, 단편들에서 보여준 그의 넓은 스펙트럼과 독특한 완성도 때문이다. 소재의 단편성을 잊게 만드는 주제와 고민의 치열함은 무엇보다 작가를 닮았다. 그러니 그는 반드시(!) 글을 쓰고 말리라는 기대가 어렴풋이 전해진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그의 결심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그렇지, 그는 글을 쓰고야 마는 작가인 게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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