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엄마표 영어 - 초등영어부터 입시영어까지 꽉 잡는 바른 교육 시리즈 29
오현주 외 지음 / 서사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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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엄마표 영어’라는 것이 꼭 영어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엄마표로만 해서 엄마표 영어가 아니라는 데서 한 번 위안을 얻었고, 그렇다면 어떤 과정으로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원시원한 정보들이 담겨 있어서 참 유익했다. 책 한 권으로 초등영어부터 입시영어까지의 로드맵이 다 담겨 있으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영어동요-알파벳-파닉스, 그리고 영어그림책-리더스-챕터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노출해주면 좋은 소스들 역시 아낌없이 담겨 있다. 또한 이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래형’ 엄마표 영어를 하고 싶은 분들께 아주 좋은 수단 중 하나인 ‘ChatGPT’를 활용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하다.

우리집 어린이의 경우 3세 때 혼자서 알파벳을 익혔는데 그 때는 아직은 학습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영어 동요 외에는 별다른 노출을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 하려고 했던 그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영어를 노출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국어든 영어든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 다양한 방면으로 서포트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본격적으로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려 하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아주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아직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엄마표 영어가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어떤 자료를 노출해주면 좋을지 한 번 훑어보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다. 아마 이 책은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는 동안 옆에 두고 수시로 꺼내보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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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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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p.9 (저주토끼)

작년에 너무나 유명했던 이 한 문장 때문에, <저주토끼>를 손에 들었다 놓았다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모른다. 나는 유명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타이밍에서 남들과는 조금 다르고 싶어하는 요상한 고집 같은 것이 있다. 모두가 다 읽고 있으면 왠지 ‘지금은’ 읽고 싶지 않은 그런 똥고집이랄까.

그러다 드디어 <저주토끼>를 만났다. 이건 운명이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한 10편의 단편소설은 놀라웠다. 너무나 참신하고 공포스러우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두려움과 억압의 이야기.

<저주토끼>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졌다고 하는데, 그 실제 사건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소설만큼이나 무서웠고, <몸하다>는 컨셉이 신선해서 감탄하던 와중 임산부의 고단한 날들과 죄책감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에 소름이 돋았다. 그 외에도 <덫>, <흉터>, <즐거운 나의 집>도 무섭고 재미있게 읽었다.

무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자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같아 이질감이 들지만 그게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비현실적으로 오싹하고 음산한 이야기, 그러나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로 존재할 것만 같은 그런 현실감. 뭐라고 딱 꼬집어 표현하기 힘든 환상적인 그 느낌을, 다른 독자 분들도 꼭 느껴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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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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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해 마지않는 고전 <프랑켄슈타인>의 새로운 번역본을 읽어보았다. 이번이 삼독인데, 윌북의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적인 언어로 번역해서인지 가독성은 굉장히 좋은 편. 그야말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우리의 요주의 인물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 생명체의 혐오스러운 외모를 보고는 괴물이라 칭하며 도망쳐버린다. 창조주로부터 버림받은 괴물은 처음에는 순수하고 지적호기심이 가득했으며 사랑을 갈구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괴물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게 두 번 버림을 받게 되고, 그 이후 복수심에 불타 이번에는 진짜 ‘괴물’이 되어버린다.

이 책의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굉장히 분분한데, 메리 셸리가 어떤 의도로 이 소설을 썼든, <프랑켄슈타인>은 너무나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삼독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읽어내려갔던 <프랑켄슈타인>. 조금은 오싹하고 영화같은 맛의 고전을 원한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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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밤하늘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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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팔, 다리,뇌의 일부 혹은 전체, 심장이나 폐를 인공기기로 교체한 사람을 여전히 인간이라 부를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p.69

이 문장을 읽고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아버지의 도끼’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매일 산에 가지고 올라가 나무를 베던 도끼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들이 그 도끼를 가져갔다. 그런데 도끼가 썩어서 아들이 자루를 바꾸고, 날이 너무 무디어져서 날도 바꾸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여전히 아버지의 도끼일까?

아버지도 사라지고 도끼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도끼는 아버지의 도끼이다. 아버지의 도끼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으로 살아 있는 것’이기에. 물질 그 자체가 언어가 아니라 차이의 의미가 언어라는 이어령 선생의 말을 기억한다면 우리 몸의 일부가 교체되더라도 어째서 계속 인간일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p.101-102)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p.160

작년 12월 북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여러 책을 읽으면서 종종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책들을 만나게 되었다. 올 해 나에게 유독 크게 다가오는 책들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책 역시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 ‘지금 내가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늘 현재만을 살아간다. 과거는 지나버렸고, 미래는 오지 않은 것. 언제나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꽤 많은 후회와 걱정들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이 사치품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배고프면 먹고, 고통은 피하고, 잠이 오면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뉘어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가 인간들은 참으로 번거롭겠다고 불평했던 바로 그것들이 나한테는 귀한 선물이었다. /p.276

그렇다. 우리의 몸은 SF 소설에 나오는 휴머노이드에게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사치품이다. 어디선가 불어와 볼에 맞닿는 바람의 숨결, 고로롱거리며 이마를 부딪혀오는 고양이의 부드럽고 둔탁한 감촉, 이와 같은 행복감은 몸이 존재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소설에서 의식으로만 존재하는 휴머노이드의 감정 묘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마치 내가 몸이 없이 의식만 살아 있는 인공지능이 된 것만 같은 생각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가 아닌 진정한 ‘몸’을 가진 나는 얼마나 내 몸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돌보아 왔었는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나 이렇게 골골대는 시기에는 더욱이요.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나는 선이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선이가 충분히 인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충분히 인간이란 말인가. /p.283

<작별인사>를 읽으며 인간과 클론, 그리고 휴머노이드를 구분짓는 경계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나 역시 기계는 아닐까라는 질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기계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기계랑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난생 처음 읽은 SF소설이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따뜻해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호불호가 강한 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의 감상은 호. 마지막 장에서 제일 첫 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도 호. 나처럼 SF소설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벌써 작별을 염려할 때, 다정한 것들이 더이상 오지 않을 날을 떠올릴 때, 내가 기계가 아니라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한다. 그럴 때 나의 시간은 과거와 미래에 가 있지 않고 바로 여기, 현재에 있다. 그렇게 나를 현재로 이끄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p.305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뜻으로, 세상의 덧없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출전:법화경) 생명이 있는 것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뜻의 생자필멸(生者必滅)과 함께 어떤 일이나 인간관계에서의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작별인사>라는 제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이다. 결말은 스포가 될까봐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책을 다 읽은 분이라면 이 리뷰 끝의 작가의 말을 읽으며 이 말을 떠올리시지 않을까하여 옮겨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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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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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의 ‘뤼시’.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서커스단에서 자란 뤼시는 철창 속 (진짜)늑대와 사랑에 빠지고, 늑대의 눈동자에 감춰진 순수함을 자기 안에 간직한 채 서커스단과 함께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지낸다. 그러나 방랑하는 서커스단에서의 생활도 그녀의 영혼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나보다. 뤼시는 여러 번의 가출을 하며 그 때마다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과 이야기를 붙여준다. 이 가출은 매 번 아버지의 말없는 분노(혹은 체념) 그리고 어머니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막을 내리지만, 그녀 안에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자유로움이 늘 내재되어 있었다.

이런 가출생활을 마무리짓게 된 계기는 기숙학교 입성. 뤼시는 기숙 생활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로망을 만나 파리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뤼시와 로망의 결혼 생활은 다소 무료했고, 뤼시는 ‘단풍나무’를 계기로 만나게 된 알방(괴물)과 사랑에 빠진다. 결혼 생활 중 다른 이와 사랑에 빠진 것만도 어떤 면에서는 놀랍도록 자유로운데, 뤼시는 로망과 알방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채 모두를 떠나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우연히 시작하게 된 영화 배우 생활. 몇 년 만에 따낸 비중 있는 배역을 뒤로하고 그녀는 ‘나의 수호천사’의 요청대로 호텔에 머물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레몬빛 표지가 상큼하고 사랑스러웠던 크리스티앙 보뱅의 <가벼운 마음>. 이토록 산뜻하고 경쾌한 문장들이라니. 보뱅의 다른 책들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터라 그의 다른 책들과 어떻게 결이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책장 사이사이 자리잡은 수많은 인덱스들은 내가 보뱅에게 반했다는 증명. 인친님께 나눔받은 <환희의 인간>과 <그리움의 정원에서>도 어서 읽어보아야겠다.

<가벼운 마음>을 읽다보면 ‘랭보’ ‘모차르트’ ‘슈베르트’ ‘거인’ ‘괴물’ ‘뚱보’ ‘나의 수호천사’ 등 특별한 이름들이 많이 나오는데, 뤼시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들에 언제나 이름을 다시 붙이고, 새로운 이름을 주는 것은 ‘사랑의 행동이며, 연인들의 특권’이라고 말한다(p.192). 그런 면에서 그녀의 인생은 참으로 사랑이 넘치는 삶이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가출을 일삼던 자신에게도 수많은 새 이름들을 붙여주곤 했으니 말이다. 

뤼시의 ‘가벼운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홀로, 가벼이 존재하는 데서 한 층 더 빛을 발한다. 그녀는 ‘가장 위대한 기술은 거리두기의 기술’이며,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정확한 지점을 찾는 방법은 어떠한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배워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부모, 남편, 친구들’과 같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없으며, 그 곳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말하지 않을 것을 할 때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은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나에게는 뤼시의 가벼운 마음이, 일상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발견해내는 그 기술이, 타인과 분리되어 스스로 성장해가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는 부족한 그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이, 책의 레몬빛 표지 만큼이나 경쾌하게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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