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p.9 (저주토끼)

작년에 너무나 유명했던 이 한 문장 때문에, <저주토끼>를 손에 들었다 놓았다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모른다. 나는 유명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타이밍에서 남들과는 조금 다르고 싶어하는 요상한 고집 같은 것이 있다. 모두가 다 읽고 있으면 왠지 ‘지금은’ 읽고 싶지 않은 그런 똥고집이랄까.

그러다 드디어 <저주토끼>를 만났다. 이건 운명이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한 10편의 단편소설은 놀라웠다. 너무나 참신하고 공포스러우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두려움과 억압의 이야기.

<저주토끼>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졌다고 하는데, 그 실제 사건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소설만큼이나 무서웠고, <몸하다>는 컨셉이 신선해서 감탄하던 와중 임산부의 고단한 날들과 죄책감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에 소름이 돋았다. 그 외에도 <덫>, <흉터>, <즐거운 나의 집>도 무섭고 재미있게 읽었다.

무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자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같아 이질감이 들지만 그게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비현실적으로 오싹하고 음산한 이야기, 그러나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로 존재할 것만 같은 그런 현실감. 뭐라고 딱 꼬집어 표현하기 힘든 환상적인 그 느낌을, 다른 독자 분들도 꼭 느껴 보셨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