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밤하늘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팔, 다리,뇌의 일부 혹은 전체, 심장이나 폐를 인공기기로 교체한 사람을 여전히 인간이라 부를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p.69

이 문장을 읽고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아버지의 도끼’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매일 산에 가지고 올라가 나무를 베던 도끼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들이 그 도끼를 가져갔다. 그런데 도끼가 썩어서 아들이 자루를 바꾸고, 날이 너무 무디어져서 날도 바꾸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여전히 아버지의 도끼일까?

아버지도 사라지고 도끼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도끼는 아버지의 도끼이다. 아버지의 도끼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으로 살아 있는 것’이기에. 물질 그 자체가 언어가 아니라 차이의 의미가 언어라는 이어령 선생의 말을 기억한다면 우리 몸의 일부가 교체되더라도 어째서 계속 인간일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p.101-102)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p.160

작년 12월 북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여러 책을 읽으면서 종종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책들을 만나게 되었다. 올 해 나에게 유독 크게 다가오는 책들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책 역시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 ‘지금 내가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늘 현재만을 살아간다. 과거는 지나버렸고, 미래는 오지 않은 것. 언제나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꽤 많은 후회와 걱정들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이 사치품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배고프면 먹고, 고통은 피하고, 잠이 오면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뉘어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가 인간들은 참으로 번거롭겠다고 불평했던 바로 그것들이 나한테는 귀한 선물이었다. /p.276

그렇다. 우리의 몸은 SF 소설에 나오는 휴머노이드에게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사치품이다. 어디선가 불어와 볼에 맞닿는 바람의 숨결, 고로롱거리며 이마를 부딪혀오는 고양이의 부드럽고 둔탁한 감촉, 이와 같은 행복감은 몸이 존재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소설에서 의식으로만 존재하는 휴머노이드의 감정 묘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마치 내가 몸이 없이 의식만 살아 있는 인공지능이 된 것만 같은 생각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가 아닌 진정한 ‘몸’을 가진 나는 얼마나 내 몸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돌보아 왔었는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나 이렇게 골골대는 시기에는 더욱이요.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나는 선이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선이가 충분히 인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충분히 인간이란 말인가. /p.283

<작별인사>를 읽으며 인간과 클론, 그리고 휴머노이드를 구분짓는 경계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나 역시 기계는 아닐까라는 질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기계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기계랑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난생 처음 읽은 SF소설이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따뜻해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호불호가 강한 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의 감상은 호. 마지막 장에서 제일 첫 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도 호. 나처럼 SF소설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벌써 작별을 염려할 때, 다정한 것들이 더이상 오지 않을 날을 떠올릴 때, 내가 기계가 아니라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한다. 그럴 때 나의 시간은 과거와 미래에 가 있지 않고 바로 여기, 현재에 있다. 그렇게 나를 현재로 이끄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p.305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뜻으로, 세상의 덧없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출전:법화경) 생명이 있는 것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뜻의 생자필멸(生者必滅)과 함께 어떤 일이나 인간관계에서의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작별인사>라는 제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이다. 결말은 스포가 될까봐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책을 다 읽은 분이라면 이 리뷰 끝의 작가의 말을 읽으며 이 말을 떠올리시지 않을까하여 옮겨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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