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튿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믈들도 그렇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도 아무렇지 않게 독특함, 이상함을 툭툭 내 뱉는 거 같다. 죽음과 삶이 항상 가까이에 있는 극한 상황에 추위와 어두움과 외로움을 벗삼아 살아가는 이들이라 그런지 거칠고 대범한 측면이 있다. 문명 세상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지만 그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여기 와 이 일을 하게 된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군가 어떤 인물은 아랫동네를 무쓸모에 한심한듯 폄하하는 말을 한 대목도 있었다. 그런 호기심들이 소소히 책장을 넘기게 하는 요소랄까. 간도 안한 심심하게 끓인 스프같은 소설이다. 그러다 가끔 얼토당토 않은 건더기가 발견되기도 하는…
재미있었고 카야의 삶 속에 함께 있다 나온듯 생생하다. 버려져 불행한 삶을 오롯이 혼자 겪어낸 카야는 원망보다 고집스레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도움을 받거나 제안이 들어오면 쉽게 의지할 법도 한데 뭐든 자신의 기준대로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모습이다. 그리고 늪이라는 환경과 생태를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좋았고 무엇보다 연인 테이트라는 인물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누군가 이상형은 누구? 라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테이트라 할 것이다.
나쓰메소세키의 다른 소설 마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다. 풍자와 해학이 있는. 심지어 주인공은 어리숙하고 좌충우돌하는 자신의 기질 그대로의 모습인 것도 인상적이다. 보통 이런 류의 소설이라면 성장의 모습을 담고 있을법한데 말이다. 익히 일본인들의 특성이라 할만한 체면을 중시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내면을 숨기는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비판을 하고 승자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솔직하고 의협심 넘치는 주인공과 훗타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참 귀여운 소설이구나 싶게 음악으로 치자면 가벼운 소품같았다. 그리고 특이한 인물로 기요라는 주인공의 유모같은 존재가 인상 깊었다. 집안에서 말썽장이로 부모형제에게 찬밥신세였던 주인공을 무조건적으로 감싸며 자식처럼 돌보았던 기요는 결국 자식없이 외로이 쓸쓸하게 독신으로 늙어죽지 않고 주인공의 가장 친밀했던 가족으로 마감한 것을 보니 피붙이가 아니어도 가족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잘 키운 도련님 하나가 아들노릇을 한 격이랄까.기요는 참 현명한 할머니였구나 싶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보니 내용에 썩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책 날개에 작가에 대한 내용을 보니 주인공 처럼 부모님이 빨치산 출신이셨다. 빨치산.. 이 단어가 어째 불경스럽게 느껴지는데 소설에서 자주 언급되어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어 나도 모르게 쓰게 되는 것도 있고 달리 적당한 다른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무시무시한 사상적인 무장을 한, 보통의 사람들과는 어울리기 어려운 지독한 그런 이미지와 선입견이 있었다. 사실 정규교육과정에서 이들을 다룬 글이나 이야기를 접한 적도 없고 성인이 된 후 전쟁사나 문학에서 언급되는 정도였기 때문에 늘 궁금하기도 했던 것도 있었다. 당시 그들의 활동중심으로 역사 속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전후 70년 이라는 한 세대가 저물어 갈 시점에서 노쇠한 그들을 둘러싼 일상에서 차츰 과거를 짚어가는 형식이었기에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그들에겐 형벌과도 같았을 연좌제도 얼마든지 끔찍하고 독자들을 분노케 그려낼 수 있었을텐데 작가는 꾹꾹 눌러담듯 과거의 아픈 상처의 흔적을 보여주는 정도로 회상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은 슬픔과 연민을 끌어내게 했던 것 같다. 풀어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위트있고 친근하게 써서 보여준 작가의 능력을 높이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