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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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표지를 보니 내용에 썩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책 날개에 작가에 대한 내용을 보니 주인공 처럼 부모님이 빨치산 출신이셨다. 빨치산.. 이 단어가 어째 불경스럽게 느껴지는데 소설에서 자주 언급되어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어 나도 모르게 쓰게 되는 것도 있고 달리 적당한 다른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무시무시한 사상적인 무장을 한, 보통의 사람들과는 어울리기 어려운 지독한 그런 이미지와 선입견이 있었다. 사실 정규교육과정에서 이들을 다룬 글이나 이야기를 접한 적도 없고 성인이 된 후 전쟁사나 문학에서 언급되는 정도였기 때문에 늘 궁금하기도 했던 것도 있었다.
당시 그들의 활동중심으로 역사 속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전후 70년 이라는 한 세대가 저물어 갈 시점에서 노쇠한 그들을 둘러싼 일상에서 차츰 과거를 짚어가는 형식이었기에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그들에겐 형벌과도 같았을 연좌제도 얼마든지 끔찍하고 독자들을 분노케 그려낼 수 있었을텐데 작가는 꾹꾹 눌러담듯 과거의 아픈 상처의 흔적을 보여주는 정도로 회상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은 슬픔과 연민을 끌어내게 했던 것 같다. 풀어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위트있고 친근하게 써서 보여준 작가의 능력을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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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세번째인가.. 독서모임을 위해 다시 읽고 있는데 요조와 함께 했던 여자들이 모두 하나같이 밋밋하고 요조에세 순종적이고 아낌없이 주는 것이 보인다. 직업과 사는 곳이 다를뿐 그녀들의 캐릭터를 알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다. 즉 그말은 요조 자신이 기대고 보호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마치 어머니와 같은 대상으로서만 그녀들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자신은 세상 조심스럽고 착하고 귀여운 특별한 존재라 생각하니 세상도 온갖 타인들은 그런 자신을 이해 못하고 막무가내고 그래서 두려운 것이라며 선 긋고 도망다니다 자포자기하기에 이른 거 아닌가 싶다.
자신은 나약해서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스러져갔다고 할 지 모르지만 과연 그의 가족들 그를 케어하던 주변인물들에겐 아무런 타격이 없었을까. 책이 짧아 다 보여주지 못해 그렇지 속 터지는 사람, 구원하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사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까지 다양한 피해도 있었을 것이다.
책이 짧아서… 딱 요조의 관점만 나와 있어서 인간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할 그동안 조명받을 가치도 없었던 인물을 한껏 돋보이게 해 준 책이 아니었다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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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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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중년 남교수, 자신의 전공인 위스망스에 대한 이야기와 섹스 파트너에 대한 얘기들로 대부분 차 있어 위스망스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이해하지 못할까 우려하며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와중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혼란스런 정치로 학교는 문을 닫고 파트너였던 미리암은 시대의 수상함을 눈치 챈듯 부모님과 이스라엘로 돌아가버렸고 그녀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긴듯하자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치며 위스망스처럼 카톨릭 수도원에 피정도 가 보지만 성욕의 절제보다 참을 수 없었던 건 실내에 연기감지기가 있어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의 이슬람 정치인이 세를 넓히며 포섭해 나가기 시작한다. 분명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다들 무기력해 보이고 결국 이슬람 정권이 프랑스를 장악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까지 받게된 소르본 대학은 이슬람이 아닌 교원들을 퇴출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주인공 프랑수아즈도 미련없이 떠나 두둑한 연금에 그의 연구저서로 책 출간까지 하는 영광을 얻으며 남부러울 것 없이 바뀐 새로운 세상에도 잘 살 수 있으리라 여겼다. 섹스파트너도 매칭 앱을 통해 구하고 한명보다 두 명이 더 좋았다며.. 그렇게 돈으로 성을 사며 만족한듯 보였으나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들은 뒤라 더 외로워 졌을까… 새로 부임한 총장이 다시 대학에 교수로 영입하려 자신의 집에 초대했을때 그의 두 아내, 1,2번을 보고 부러웠는지 기쁘고 들뜬 맘으로 이슬람교로 개종하며 교수가 되기로 하는것으로 끝이 난다.
부모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나 친구도 없는 것 같고 대학에서 연구하는 전공 위스망스와 어떻게 성적 욕구 대상으로 바라보는 여학생들외에 그의 인생엔 뭐가 있을까 싶은 그런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좋은 세상을 만나 아내를 넷까지 거느릴수 있게 되었으며 급여도 세 배 더 받을 수 있게되었으니 주인공에겐 더할나위 없는 유토피아인 것이다. 하지만 옮긴이가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했으니 이는 한참 비틀린 풍자로 보아야 마땅한가?
저자가 노벨문학상에 거론될 만큼의 명성을 가진 자라고 하니 그런 측면에서 볼땐 참으로 도발적인 소설이라 생각되었다. 프랑스의 이민자 다수를 이루고 있는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들, 그들이 저임금 노동자이면서 낮았던 출산율을 받쳐주는 프랑스 국민으로서 본토 출신 국민들과 차별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계층이동이 이뤄져 언젠가 이민자 출신의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그는 프랑스 국민으로 교육받아 프랑스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이니 소설의 대통령처럼 이슬람교로 개종시키고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허구맹랑한 일은 발생할 리 없다.
영국의 수낙총리로 인해 영국에 인도의 전통과 관습이 강요될 거라 생각하지 않듯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시절 흑인세상 백인 타도가 일어나지 않았듯이 말이다.
이민자들의 종교를 이런식으로 표현한 것은 정말 조롱으로 여겨질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급한 정치선동꾼이 아닌 세계적 명성의 작가가 썼다면 프랑스의 다수 본토인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민자 문제, 갈등으로 대표되는 것들이 많이 심각하구나 싶기도 하다. 다른 나라도 아닌 똘레랑스의 프랑스가 이러하다면 우리나라의 이민자들에게 가해질 차별은 더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미 함께 살고 있고 앞으로도 같이 살아가야할 이민자들,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의 정책과 융화에 힘써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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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리기가 싫어 - 달리고 싶지만 달리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애증의 러닝 가이드
브렌던 레너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좋은생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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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대한 위트있는 책이다. 얇고 그림이 재치있고 예뻤다. 러닝 초보이거나 러닝 권태가 온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 러닝을 몇 달이라도 해 본 사람이면 그래그래 맞아맞아 하고 공감할 거리들이 가득.
뭐 다 아는 거네 싶은 내용이지만 내용이 밉지 않게 웃으며 읽을 수 있게 잘 편집되어 있다. 역시 이 책은 편집의 힘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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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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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유토피아 소설이다. 작가가 그린 세상을 유토피아라 보느냐 마느냐는 독자의 몫이라 하더라도…
책에서 표현한 문명사회와 야만사회는 야만인이 문명사회로 들어 와 살면서 겪게되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야만인이 자살로 마감되고 문명사회는 여느때와 다름 없이 잘 수습하고 통제해 나가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 세계의 대비를 통해 보여준 불안과 고통과 노화가 없는 안정되고 행복만 추구한 삶이 과연 좋기만 한 걸까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계급별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입실론과 같은 하위 계급은 그들의 삶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없어 짐작할 뿐이지만 계급 차이로 인한 불평등을 모르고 육체노동과 피로를 풀고 쾌락을 주는 소마만 있어도 만족해 살지 않을까 싶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벗어날 일이 없을테니까.
대신 최상위 계급인 통제자의 경우 끊임 없이 체제의 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해 고민하고 통제하에 실험하고 적용하는 일을 위해 고민해야하는데 이는 소마로 해결해 버릴 수도 없으니 문명인 야만인의 경계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에선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지금 우리의 리더들과 다를바 없는 훈련을 하고 다른 계급엔 금지된 문학도 읽는 그들은 권력의 최 정점에 있지만 그만큼 책임과 역할도 막중하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의 비유를 떠올리게 된다. 난 배부른 돼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미 문학과 예술을 맛 본 나는 돼지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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