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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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선 감당이 되지 않는 너무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루실이지만 또한 그래서 매력적인 인물이다. 나로선 도저히 그렇게 살아 낼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서 동경하게 되는 삶을 루실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남자버전으로 조르바가 있듯이.
그녀의 두 남자, 샤를과 앙투안 그녀는 둘 사이에서 재거나 계산하지 않는다. 그녀가 누구를 선택하든 납득하게 되는 놀라운 글에 감탄하게 된다. 너무 뻔하고 통속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사랑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사강의 전작에서 보였던 장면들, 침대에서 꾸물거리기, 아침을 오렌지 한 조각으로 떼우기, 자동차 드라이브 씬들이 사강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이 익숙해 읽는 동안 팬심이 절로 든다. 프랑스 사교계를 엿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닳고 닳은 중년들의 시선들, 허세와 가식이 가득한 세계에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젋은 남녀의 사랑이 반짝이고 사그라드는 것이 너무 뻔한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겐 가슴절절하게 다가왔던 것은 루실과 앙투안의 순수함이었을까. 순수함 사랑의 열정 그런것들을 우리모두 욕망하고 동경하기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 루실이 샤를과 결혼했다는 문장을 본 순간 난 소름이 끼쳤다. 세상에 없는 크고 넓은 아량과 지고지순한 루실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샤를이 애초에 이런 결말을 생각하고 마침내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루실은 발목 잡혔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퇴각의 북소리에 무감해지는 루실과 앙투안의 모습이 내겐 너무 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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