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드는 나라 - 잘 자요 그림책
야나가 히데아키 지음, 이나토메 마키코 그림, 이소담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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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어른의 불면증에도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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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창비시선 462
강지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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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이었나, 유리컵을 깨뜨렸다.

날이 추워서 급히 창문을 닫으려고 탁자에 내려놨던 유리컵을 깜빡하고 휙 몸을 돌리다 그렇게 됐다.

(공익을 위한 제보: 다이소 2000원 내열유리컵은 강화유리컵이 아닙니다. 깨지면 산산조각납니다.)


순서대로 떠오른 건 1.고양이!! 막아!!! 2.뭐야 완전 먼지가 됐네 3.이거 얼마 전에 읽었는데.

여기에서 3이 이 시집이었다.


 달걀을 깨서 유리잔에 넣을 때였다. 달걀을 가득 담아 

 테이블에 유리잔을 내려치면 그 잔이 자신만의 달걀을 

 낳을 것 같아서. 하지만 내려치니 깨지는 건 내 앞의

 창문이었고...

 -<새의 밤>

(내 유리잔에 담긴 건 달걀이 아니라 아쌈과 설탕을 듬뿍 넣어 팬에 끓인 로얄밀크티였다.)


이번에 알았는데, 유리가 깨질 때는 아주 맑은 소리가 난다.  얇은 유리라서 그랬는지도.

덕분에 나는 이제 이 시를 읽을 때면 머릿속으로 챙그랑/찰랑/챠르릉 효과음을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유리를 깨뜨리기 전에도 나는 이 소리를 상상할 수 있었다.

달걀을 담고, 잔을 집어들고, 강하게 내려치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챙그랑. 그런 소리가 나겠지.

그럼 조금 시원하려나. 

(하고 생각했었다. 현실에서 조각난 유리잔이란 유리먼지를 전부 제거했다는 확신을 위한 고달픈 사투다.)


강지이 시인의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는 표지의 윤슬처럼 반짝거리는 시집이다.

시의 깊이와 무관하게 시어는 난해하지 않으며 쉬이 손끝에 닿는다.

단어를 읽으며 느끼고, 휘두르고, 보고, 맡고, 상상한다.

나는 깨어지는 유리잔,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너무 밝은 바다, 종이를 태운 불의 냄새를 안다. 그건 초대장이다. 

감각의 공유가 가능하다면, 공감도 이해도 곧 따라온다.


시인의 공간은 출입에 관대하고, 방대하다.

여름에서 시작해 겨울까지 함께 걷고, 더 넒은 곳까지 가자고 문을 연다.

그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시인을 만난다면 어쩜 이렇게 예쁘니, 하고 팔짱을 끼고 싶다. 물론 허락을 받고!)


오늘도 눈이 내리길래 발자국을 잔뜩 남기고 들어왔다.

유리 같은 이 눈 속에
발이 들어맞을 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다고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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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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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섬세하고 귀여운 리커버가 어울리는 즐거운 이야기. 정세랑표 유머는 덜했지만 제목의 3남매 모두 사랑스러웠다. 사람은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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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족영원 문학과지성 시인선 535
신해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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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헐벗은 뱀, 눈이 먼, 발이 없는

무족영원류의 호칭은 라틴어로도 한자어로도 예쁘다

뱀이나 지렁이를 닮은 이 생물들은 파충류도 환형동물도 아닌 양서류니까 둘 중 고르자면 한자어 쪽-발 없는 도마뱀-이 더 정확하다 해야겠다

하지만 세실리아 아포다 짐노피오나, 라니
어느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일까

시집은 자꾸 구덩이를 헤매이며 무언가 누군가를 찾으려 하는데
케이크, 드링크, 과자, 공작 부인, 붉고 몰상식한 요정이 나오고
세상은 이상하면서도 쉽게 읽힌다

세실리아는 앨리스를 닮았다


1.
장류진 작가의 추천으로 읽었다

말마따나, 여름에 읽기 좋은 시집이다

가는 여름날에, 다시 올 여름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2.
생일 선물로는 구진성 두드러기를 받았다

벼룩 모기 진드기 따위에 물렸을 때, 해독을 하지 못하면 벌레독이 자꾸 몸을 흐르며 벌레물린 듯한 두드러기를 피워낸다고 한다
(이걸 온 집을 세탁하고 청소하고 소독하기 전에 알아냈다면 좋았을 텐데)

면역력이 부족하다는 소리지
이만큼 살았는데도, 삶에 면역이 부족하다니
그래도 나이 좀 먹었다고
억울한 마음은 조금씩이나마 덜어내는 중이다
아직도



...

나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핏가루 콩가루
빵가루
뇌하수체 가루
알록달록 고물이 담긴 쟁반을 받쳐 들고 있습니다

- 나눠 먹읍시다!

나눠 먹읍시다 메아리도 울리는데

검은 머리는 뒤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

- <천변에서>




...
파도가 부서졌습니다 나는 처음이었습니다
등 번호는 없었고 가방만 있었고
뜨겁다 뜨겁구나 틈이란 틈을
샅샅이 더듬는 긴 여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래와 물 사이
물과 묽음 사이
묽음과 소금 사이
목이 말랐습니다 녹는 점과
끓는 점 사이 죄와 벌 사이
비누로 손을 씻고 싶었습니다 완전한 마모의 비누와
...

- <완전한 마모의 돌 찾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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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안전가옥 앤솔로지 2
시아란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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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앤솔로지 시리즈를 좋아한다. 존재 자체가 기쁘다. 브릿G에서 스크롤을 내리며 감상하는 기쁨과 종이책에 인쇄된 글자를 훑는 기쁨이 같지 아니하니 안전가옥이여 복되도다. SF 문학이여 만세!

별도로, 신인 작가가 많고 작가의 출신(?)이 다양한 까닭으로 내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앤솔은 아직까지는 없다. 제일 슬픈 건 마음에 드는 단편이 딱 하나일 때. (하지만 그 하나가 좋았으니까 괜찮아!)

<대멸종>의 구성은 지금까지 나온 안전가옥 앤솔 중 가장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점점 완전한 멸망으로 나아가는 순서도 좋았고 (개인적인 해석이다!) 저승과 신과 우주와 마법과 과학을 넘나드는 세계관도 즐거웠으며 결론적으로 이 책을 집필한 모든 작가의 후속작을 읽고 싶어졌다.

생각날 때마다 후루룩 읽으며 기운을 충전하는 내 배터리 책장에 꽂힌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나만이 아닌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나 보다. 새로운 표지로 얼마 전 재출간됐더라. 너무 멋져져서 당황했다. 다홍색과 네온그린의 촌스럽고 파격적인 조화를 버리다니, 배신이야.

아무튼 많은 분이 읽기를 바랍니다.
읽고 다른 앤솔이랑 작가님들 다른 작품도 읽으시구요.
SF는 재밌으니까!

1.시아란 <저승 최후의 날> - 이승이 멸망하면 저승은 어떻게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도출해 낸다. 짧은 글에 꽉꽉 담긴 서사의 공백이 아쉽다면 얼마 전 카카오페이지에서 148화(!!)로 완결이 난 장편ver <저승 최후의 날>을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

2.심너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사실 처음 책을 사고 몇번이나 읽을 때마다 건너뛰었다. 이미 많이 읽어서 그랬을 뿐이고 정말정말 재미있다. 세상이 게임이라면? 을 소재로 한 라노베 판소 로설은 백만개쯤 있지만 이 단편이 최고다. 브릿G에서 너울님 작품이 죄다 내려간 건 아쉽지만 꾸준히 책으로 출판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책 끝을 접다‘에서 11화의 웹툰으로도 만들었다. (리디북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3.범유진 <선택의 아이> - 앤솔 참가를 많이 하셔서 반가운 분. 냉면 앤솔에서도, 최근의 히어로 앤솔에서도 좋은 글을 써 주셨다. 선택의 아이는 어린아이 시점이고 말하는 동물이 등장하고 세계는 나쁜 인간들 때문에 멸망한다. (사실 이런 소재의 최고봉은 정글북(책)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죽지 말고 죽여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 정글을 들여라!) 이것도 책끝툰 웹툰으로 있음. 글 엔딩은 너무 슬프니까 웹툰 막화를 보며 마음을 달래자.

4.해도연 <우주탐사선 베르티아> - SF의 클래식, 스페이스 오페라 나왔습니다. 지구는 예전에 멸망했고 우주선 탑승인만 남았는데 뭘 할까요. 배경을 우주로 한 밀실살인사건 추리극.

5.강유리 <달을 불렀어> - 판타지! 판타지다! SF 앤솔에 마법이 나와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때. 재밌었고 드래곤이 보고 싶었다. 등장한 모두가 확실하게 죽어버리는 꽉 닫힌 대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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