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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7
은모든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표지가 예쁘다고 추천받았다. 추천하는 사람의 유일한 추천 사유가 ‘표지 그림이 예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민음사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예쁘지만, 이번 녹색 표지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책등만 보기 아까워서 전시하듯 꺼내 두고 있다.
내용은 딱히 예쁘지 않다. 보다 정확히는, 아무 내용도 없다. 주인공 경진은 과외선생이고 약국 손님이고 딸인데, 사람들은 경진에게 계속 말을 건넨다. 제목처럼 ‘모두‘ 그런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주변인이 평소보다 다소 수다스러울 뿐이다.
제목에서 어쩌면 연상할 수 있을 서사적 장치나 장르와는 달리, 미스터리도 스릴러도 SF도 아니다. (나폴리탄 괴담을 상상해버린 건 내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로맨스도 추리극도 없다. 갈등도 없다. 주인공은 대나무숲이다. 어떤 수다에도 댓잎이 바람에 부스럭거리는 만큼만 반응한다.
극히 평범하고 평온한 일화라, 레몽 크노의 <문체 연습> 식으로 다시쓰기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재미가 없다.
<안락>도 <미니멀리즘>도 <애주가의 결심>도 잘 읽었었다. 취향인 작가라 생각했기 때문에 당황스럽다. 담담하고 깔끔한 글은, 한끗 차이로 심심한 글이 되어버리네.
이렇게 늘어놓고 말하기 머쓱하지만 무난하게 편안하게 잘 읽었다. 한가한 주말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 경진과 비슷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듣는 건 힘든 게 아니니까, (뭘 해줄 건 아니지만) 뭐든 말해 보라는 사람이 된다.
아, 설마 그게 목적인가.
"집에 무슨 일이 있니?" 하고 물으면서 실은 알고 싶지 않은데 하고 생각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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