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족영원 문학과지성 시인선 535
신해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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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헐벗은 뱀, 눈이 먼, 발이 없는

무족영원류의 호칭은 라틴어로도 한자어로도 예쁘다

뱀이나 지렁이를 닮은 이 생물들은 파충류도 환형동물도 아닌 양서류니까 둘 중 고르자면 한자어 쪽-발 없는 도마뱀-이 더 정확하다 해야겠다

하지만 세실리아 아포다 짐노피오나, 라니
어느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일까

시집은 자꾸 구덩이를 헤매이며 무언가 누군가를 찾으려 하는데
케이크, 드링크, 과자, 공작 부인, 붉고 몰상식한 요정이 나오고
세상은 이상하면서도 쉽게 읽힌다

세실리아는 앨리스를 닮았다


1.
장류진 작가의 추천으로 읽었다

말마따나, 여름에 읽기 좋은 시집이다

가는 여름날에, 다시 올 여름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2.
생일 선물로는 구진성 두드러기를 받았다

벼룩 모기 진드기 따위에 물렸을 때, 해독을 하지 못하면 벌레독이 자꾸 몸을 흐르며 벌레물린 듯한 두드러기를 피워낸다고 한다
(이걸 온 집을 세탁하고 청소하고 소독하기 전에 알아냈다면 좋았을 텐데)

면역력이 부족하다는 소리지
이만큼 살았는데도, 삶에 면역이 부족하다니
그래도 나이 좀 먹었다고
억울한 마음은 조금씩이나마 덜어내는 중이다
아직도



...

나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핏가루 콩가루
빵가루
뇌하수체 가루
알록달록 고물이 담긴 쟁반을 받쳐 들고 있습니다

- 나눠 먹읍시다!

나눠 먹읍시다 메아리도 울리는데

검은 머리는 뒤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

- <천변에서>




...
파도가 부서졌습니다 나는 처음이었습니다
등 번호는 없었고 가방만 있었고
뜨겁다 뜨겁구나 틈이란 틈을
샅샅이 더듬는 긴 여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래와 물 사이
물과 묽음 사이
묽음과 소금 사이
목이 말랐습니다 녹는 점과
끓는 점 사이 죄와 벌 사이
비누로 손을 씻고 싶었습니다 완전한 마모의 비누와
...

- <완전한 마모의 돌 찾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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