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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왜 제목이 정크일까?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쓰레기...’
주인공 성재는 27세의 동성연애자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첩의 자식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며 화장품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숨기기 위해 얼굴에 화장을 하고, 자신을 인간쓰레기라고 외쳐대며 그저 삶의 의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의 존재성만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삶을 두려워한다. 그래도 이런 삶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인 민수형이 있지만 편안해지다가도 불안해지는 마음 때문에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 삶의 변화를 주고자 취직을 위한 노력도 해보지만 이 또한 쉬이 도와주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해 보지만 오히려 옥죄는 삶에 성재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성재의 삶을 들여다보니 얼굴에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다. 루저라는 말을 써보지도 평소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단어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전체적인 바탕이 루저다. 어쩌면 인생의 패배자보다 더 심한 말일 수 있는 루저를 저자는 소설을 통해 밖으로 끄집어냈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루저들의 삶을 대변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내용은 너무나도 파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놀랬다. 동성애자들의 섹스행위, 마약중독자의 환각효과, 게이들의 문화 등 그들만의 세계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뒤섞여 행위를 묘사한 내용은 약간 메스꺼움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결국 성재의 꿈과 민수형과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괴감과 상실감을 사랑으로 전환시켜보고자 집착도 해보지만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상처만이 남게 된다. 아버지의 뜻하지 않는 죽음에 첩의 자식이라는 꼬리표에 집착한 나머지 죽음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은 채 살고자 했지만 결국 저 깊은 곳에서 아빠란 말 한마디를 꺼내놓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일주일에 두 번 오시는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어머니마저도 성재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도 않는다. 부모님의 무관심속에서 자라난 주인공 성재는 내면 깊숙이 자신은 인생을 망쳐버리기만 하는 쓰레기 같은 새끼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에 원래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아버지, 어머니는 무관심속에서 망각해 있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로소 인식하게 되고 더불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이 시대에 생겨난 루저들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읽는 내내 부모의 무관심이 마음에 걸렸다. 소설은 어쩌면 부모의 부재가 성재를 통해 이런 과정과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는 동시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 같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자학과 성애적인 묘사가 불편하기도 하였지만 이 시대에 그들의 삶을 설명하기에 적절했던 것 같고, 그들도 이 사회에 존재함을 부각시키는 것 같았다. 이 시대의 루저들의 존재성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조금이라도 이해의 수준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