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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책에서 인간은 선천적으로 욕망의 동물이고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다만 이성이 인간의 욕망을 어느 정도 제어하기 때문에 도덕적인 사회로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 욕망을 이성이 제어하지 못해 도덕성을 버리고 튀는 인간들을 간혹 볼 수 있다. 대중의 시선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맘대로 살아가는 그들, 그들은 대부분 권력의 맛을 본 자들이었다. 소설 <파우스터>는 바로 권력을 지녔던 자들의 이야기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은퇴를 하고서도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욕망을 채우며 살아가고자 남을 희생시키는 이야기다. 그 욕망의 구체적인 대상은 젊음과 끝까지 놓치 못하는 권력이다.
<파우스트>란 제목만 보고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가 떠오르긴 했는데 역시 무관하지 않았다. 물론 괴테의 소설을 읽어보진 못해서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큰 주제에는 부합하는 것 같다. 젊음을 되찾기 위한 악마와의 거래를 말이다.
“메피스토에 돈을 지불하고 남이 청춘을 빨아들이는 흡혈귀들을 파우스트라고 불러요.”
“그리고 당신이나 지수 씨처럼 메피스토를 통해 파우스트에게 청춘을 해킹당한 젊은이들을, 파우스터라 불러요.”
소설은 메피스토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는 파우스트와 파우스터간의 이야기다. 노인들이 거액을 돈을 메피스토에 지불하면 메피스토는 노인들이 원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를 선택해 그들의 인생을 조종하게끔 해준다. 여기에서 파우스트는 노인이고, 파우스터는 젊은이가 된다. 노인들은 자신의 파우스터의 일상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하게 되고, 자식을 키우듯이 대하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키워내는 데 이용한다. 대체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데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겠다는 걱정스런 마음도 든다.
이야기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꿈인 야구선수 박준석이 자신이 파우스터임을 알고 나서부터 긴장감이 증폭된다. 이제껏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릴 때부터 자신을 조종하는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파우스트와의 정면대결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파우스트 남선과 그녀의 파우스터 은민의 등장으로 사건은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무소불위 권력자의 위엄 속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시종일관 애처롭게 다가온다.
자신이 원하는 젊음을 지닌 파우스터의 일상 행동을 통해 욕구를 자극받는 삶에서 새로운 탐욕에 눈을 뜨는 기성세대의 모습에 진저리치게 만든다. 절대적인 욕망, 이미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망을 그대로 분출하는 그들이 과연 사람일까 싶다. 난 괴물로 보였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는 것은 왜일까? 파우스트가 이 시대에도 비슷하게나마 존재한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마지막 순간에 꽤 멋진 반전을 보여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에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과연 어떤 결과를 내 보일지도 예상하지 못하는 궁금증은 두꺼운 소설은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이 정도의 스릴러라면 영상으로도 만들면 대박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쓴 분이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것 보니 어쩌면 영상으로도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