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국 책의 언어 - 조우석의 색깔있는 책읽기
조우석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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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호의 부인에게 저자가 물었다. 남편이 작품을 많이 쓰는데 부인은 읽어 보기는 하느냐. 최작가 부인의 거침없는 대답이 있었다. “저 사람 작품요? 아니요, 거의 안 봐요.”(10p) 이 일화를 통해서, 저자 조우석은 랑그(언어)가 아니라 파롤(말)이 당당한 주인공임을 강조한다. 즉 언어 보다는 입말이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이 책에 소개되는 수준 높은 서평과 비교했을 때, 최인호 부인의 일화를 통해 진지한 담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종이 신문을 전혀 안 보고 있지만, 5년 전만 해도 나는 신문 마니아였다. 집에서 종합 일간지를 두 개씩 구독했고, 배달사고라도  있으면 보급소에까지 찾아가서 구해다 읽었다.

 

그 당시 거의 모든 신문들은 간지에 ‘책 마을’이니 하는 서평 기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실어왔다. 그 신문이 책 정보를 습득하는데 제격이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면이 되었었다.  현재는 서평 소개 신문을 제외하고, 종이 신문 읽은 자체를 후회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거기서 조우석을 만났었다.  중앙일보, 근래에 우연히 이 신문을 보니 사이즈가 많이 줄었던데, 저자가 소속된 신문사이다.
 

 

리뷰 쓰는 것이  조우석 기자의 밥줄이긴 하지만,  전문가다운 솜씨였다. 몇 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나도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을, 그의 표현을 빌자면 ‘근수를 재고’ 있었다.  어느 책 소개에서는 정말 얼마나 실감이 나는지 빨리 인터넷에 들어가서 주문을 내지르고 싶었다.  


이 책은, 저자가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초반부에는 동양 철학, 신화에 대한 책자를 리뷰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작가 녹을 먹고 있는 신문사의 입장을 따라서 그런지 ‘한국 현대사’ 소 제목하의 서평에서는 다분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한 마디로 말하면 김대중 ․ 노무현 정부를 까면 좋은 책, 박정희 등의 과오를 지적하면 아주 나쁜 책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이 책에 대한 평가이다.

 

 박정희와 구상 시인과의 우정을 거론하며, 구상 선생이 최고 권력자 박정희를 가슴으로 품어줬다는 것이다. “박정희를 품을 그릇이 대한민국에는 없다”(92p) 오로지 구상 시인 밖에 없었다. 저자가 구상을 예로 들은 핵심은 따로 있었다.  바로 구상이 박정희 사후에도 그에 대한 일화를 발설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는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구상 시인이 박통과의 일화를 무덤까지 가지고 같다는 것이다. 모 교수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 내용이, 그의 말마따나 ‘인상적’이었다. “구상 선생은 박정희를 무덤까지 가지고 간 것이죠. 봉황은 봉황을 알아본다던가요?”(92p)

 

놀고 자빠졌다는 표현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의문이 들었다. 봉황이 얼마나 세인들이 알면 안 되는, ‘허리 아래의 관대함’(91p) 등 나쁜 짓을 저질렀기에 그렇게 감추었나. 그렇게 훌륭하다면, 오히려 봉황의 소소한 일화를 만백성들에게 알리어 귀감을 삼게 함이 올바른 것 아닌가.  

 

장하준 - 정승일 대담집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저자는 어떻게 읽었을까. 박정희 경제 성장에 실체를 비로소 알았다고 감탄하면서, 김대중 ․ 노무현을 ‘유사 좌파’ ‘사이비 좌파’로 칭하며, 그들 정부의 집권 10년의 결과물을 이야기하며 거품을 문다. ‘지금 우리 경제의 참담한 모습’, ‘고질적 저성장’, ‘실업의 공포’,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빈곤충의 급속한 확대로 한국사회는 거의 해체 직전이다’, ‘눈먼 신자유주의의 퇴행’,  ‘서툰 개혁’등의 말로 맹렬히 공격한다.  ‘한국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경제를 나는 잘 모르지만, 한나라당에서도 이제는‘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 실제로 이런 견해가 그의 시각인지, 아니면 이 책의 글이 쓰여 졌을 때가, 축구만 져도 노무현 때문이라고 공격하던 보수 신문들의 유행을 따른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책 <쾌도난마 한국경제>을 아주 좋은 책으로 보았다. 왜!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아주 적절한 지적을 통하여 잘 공격했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가히 ‘한국 사회에 벼락같은 축복’의 텍스트였다.”(95p) "한국의 잃어버린 10년을 얘기 하려면 장하준의 지적을 경청부터 해야 해“(96p).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는 조선일보도 인용한다. 그 신문의 기사 내용은 이렇다.   ”삼성 비자금 문제를 터트린 MBC는 정․ 경․ 언 유착 끊기에 일단 성공한 듯 보이지만, 사회는 혼란스럽다.“


 조희연(성공희대 교수)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다> 어떻게 그에게 읽혔을까. 짐작이 갔으리라. 긍정적인 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 마디도 없다. ‘못내 실망스럽다’, 심지어는 “엄격하게 말해 책이 아니다”(97p)도 까지 했다. 책 읽고 서평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이게 할 소린가 의문이 갔다. 진보 논객의 거목 조희연 교수의 산고의 산물을 한 마디로 부정해 버리는 저자의 혜안이 두렵다 못해서 끔직하다. 계속 그의 저주를 따라 가보자.


‘학자의 무게 있는 저술로도 도무지 깜이 안 된다’, ‘재미도 덜하고 영양가 또한 없다’, ‘삼류 팩트로 얼기설기 끼워 맞춘 연구서들’, 등 끝이 없다. 조우석의 서평을 읽고, 모든 사람들이 액면 그대로 믿었다면 이 책을 구입할 독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진지하고 과격하며 신랄하다.


박명림 <한국전쟁의 기원과 발발>을 들이 대며서 ‘현대사를 다루려면 이만큼은 돼야한다’라고 말하며 조희연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그는 박명림의 책을 읽고 꺼이꺼이 울었다고 한다. 무슨 책 이길래, 교수보다 더 똑똑하다는 메이저 신문 문화부 기자를 울린단 말인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또한, 나는 아직 수준이 안 돼서 읽지 못한 <해방 전후사의 인식>에  대항하여 나온, 보수 학자들이 쓴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은 어떻게 평가할까. ‘당당한 독설과 함께 펼쳐지는 레토릭은 그 자체로 흥취를 준다’, 툭 치고 나가는 기세도 대단하다‘ ,  ’맛있는 글‘,’고개가 끄덕여진다‘ (103p)칭찬이 대단하다. 그런데 같은 쪽에서 리뷰한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은 냉랭하기만 하다.  ’현대사를 보는 냉소적인 분위기‘,  ’삐딱한 시선‘,  '삐딱한 시선이 체질화된 것이다’, ‘붕어빵 가치판다’, ‘붕어빵 현대사’로 안타까워한다.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 ,     가진 재주도 많지만, 헛소리를 잘 지껄여 잊을 만하면 파문도 일으키는 가수 아닌 가수 조영남이 쓴 책이다. 조영남은 이 저자와 친한가 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리뷰를 쓰게 된 동기를 조심스럽게 애기하고 있다. 그래도 쓰기는 썼다. 그리고 엄청나게 옹호한다. 내 기억으로는 언젠가 조영남이  한 ․ 일간에 대해서, 민감한 시기에 뭔 말을 지껄여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네티즌에게 욕을 먹었던가? 확실하지 않다.  


조영남 책 리뷰는 건성건성 읽었는데, 이런 말이 있었다. 물론 조우석의 조영남을 옹호하는 말인 것 같다. “왜 그들은 얼치기 애국심에 민족주의 감정으로 절을 대로 절어 있는 제도권 교육에 피해자들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 피폭자 구성원들은 말하자면 자동인형이다. 당했다고 생각을 하면 벌떼처럼 일어서는 --- 그러면 누가 듀라셀 배터리를 집어넣었고, 누가 프로그램밍을 했을까? 그것은 제도권교육이다.”(144p)  결론은 제도권 교육이 문제라는 것이다. 글쎄다. 자동인형이라는 말이 섬뜩하고, 제도권교육으로 연결시키는 발상이 이해가 안 간다.  세상이 변했다. 일본의 침략은 잊어버리자. 이렇게 가리키라는 말인가. 그의 말마따나 정말 짜증난다.

 

독일의 저널리스트가 지은<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를 리뷰하면서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통탄한다.  “사람 잡는 교육, 교육도살 행위‘(269p)의 극단적인 용어 선택이 그의 우리 교육에 대한 참담함을 대변한다.  그리고 유학, 학교 혐오로 인한 의도적 탈락을 ’사람 잡는 생지옥을 떠나는 액소더스 행렬‘로 확대 시켜 질타한다.   바로 이 책이 저자에게 ’거대한 지옥도‘, 방사능 피폭 못지않게 위험한 교육 시스템’등 꼭꼭 감춰온 그런 생각을 일깨워 준 신간이란다.

 

우선 우리나라 교육이 아무리 잘 못되어 간다고 해도 이런 자극적인 용어를 쓸 수 있을까. 선명한 문제의식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좀 그렇다. 생지옥을 떠나는 액소더스는, 내가 있는 지방에서는 꼭 교육 제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거의가 집안에 돈은 많고, 아이가 공부를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 거의 모두가 교육학 박사 정도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구난방 식으로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해결책은 요원하다. 그래서 똑똑한 중앙 일간지 등에서 교육에 대한 어젠다 를 많이 제시해야 한다. 저자 말마따나 ‘입시 브로커 기사’같은 것은 지양하고 진정으로 우리 교육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저자가 몸담았던 신문을 그렇지 않지만,  돈 많은 메이저 신문에서, 자사의 입시 관련 책자를 팔아 먹으로고 특목고 입시에 영향을 주려한다거나, 주요 대 합격 현황을 너무 자세히 공개하여 경쟁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오랜지’니 뭐니 하면서 사교육을 부추겨 놓고는 그 책임을 몽땅 모두 학교에 뒤집어씌우려는 몰염치를 성찰해야 한다.  


아무튼 이 책에서 앞으로 읽을거리를 많이 찾아 기쁘다. 날씨도 추워지고 눈발도 점점 굵어지는데  이 책에 소개된 책이나 읽어보고, 리뷰의 고수인 저자를 모방하여 서평을 써 보기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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