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꽃만큼 아름답고 밥만큼 소중하다 - 한 교사의 학교도서관 40년 분투기
이혜화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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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운영에 대해서 학교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 학교의 교장이 어떤 철학과 세계관에 입각해서 학교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타교와 천양지차의 차이를 보인다고 본다. 또 하나 그 학교 교장이 무슨 과목 출신이냐에 따라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학교 도서관에 대한 문제는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 사립고교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에 참여 정부가 사립학교 법을 개정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누더기가 되어있다. 그나마 현재 보수 정권의 집권으로 그나마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잘 알고 있듯이 사립학교는 교감, 교장의 관리자를 재단의 지명으로 임명하고 있다. 근래에 금고 이상의 형만 없다면 재단에 마음만 든다면 관리자로 임명되는 것이다.

 관리자 임명 평가 기준이 애매하고 어떤 기준이 없다보니 그 중에는 자격 미달의 교사가 어떻게 해서 교장이 되어,  중요한 시기의 천여 명의 학생의 인생의 멘토가 되는 것이다.

 범위를 좁혀서 이 책의 부제가 ‘한 교사의 학교도서관 40년 분투기’니 학교 도서관에 대해서만 말해보자. 대부분의 사립학교가 이 책에서 언급한 수준이다. “P시에 있는 40학급 이상 되는 큰 학교를 방문했다. 여타 학교 시설도 잘 돼 있었다. 안내를 받아 도서관을 찾아갔다. 놀랍게도 그곳은 이젤, 캔버스 등  화구와 빗자루, 걸레 등 청소 도구들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창고에 불과했다. (중략) 그냥 팻말만 붙여 놓고 담당 교사는 교과서를 주문받아 공급하는 것이  다라고 했다.”(176쪽)

 내가 사립학교 교사로 있는 가까운 친구에게 듣기로는 공립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공립은 어차피 예산이 많이 내려오기 때문에 학교장의 독서 의지와 관계없이 번듯한 장서를 갖춘 도서관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립은 예산이 세분화되어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책 한 권 구입하려면 행정실장과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고 한다. 어느 해는 책 한 권도 구입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일부 학교에 해당되겠지만 ‘수학’ 등 이과 계열의 교사가 교장이 되어 별다른 학문에 취미가 없고, 올바른 독서 한 번하지 않은 교장은 교과 재량 시간에 책을 읽히는 것은 허송세월 보내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그것을 설득해야 하는데 어떤 인간은 자기가 제일이라는 권위의식에 잘 먹혀들어 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간접적으로 겪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유년기부터 판타지 소설이라도 많이 읽은 학생이 지혜로운 판단으로 학교생활을 잘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대입 수능 언어 영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없는 학부형도 많다. 학력이 곧바로 삶과 직결되는 우리 사회에서 무조건 독서를 주장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시간에 단어 하나, 수학 문제 한 개라도 풀지 않음을 걱정하는 것이 대입을 앞둔 학부형의 인지상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혜화의 『꽃만큼 아름답고 밥만큼 소중하다』는 약간은 과장됨이 없지 않지만 독서 교육에 소중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모하다 싶은 밀어붙이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전반부는 그의 평생교육에 대한 실천에 있어 애환을 쓰고 있다. 학교 도서관에 대한 분투기는 주로 후반부에서 고학과 마찬가지인 자신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같이 배치했다. 그동안 학교 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하려면 학부형들의 압력도 만만치 안았을 것이다. 이런 내외의 압력을 이기고 초지일관 학교도서관에 대한 열정의 의지가 이 책 여러 곳에서 엿보여 읽는 동안 행복했다.

 관리자가 되려는 교사나, 현재 학교의 독서 실태를 알아보려는 학부형, 학교 독서 활성화에 관심이 있는 교사나 출판 관계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을 필자가 어느 학교 교지에서 옮겨 왔다는, 고전 <시집살이> 민요를 패러디한 ‘고딩살이요’를 읽으며 웃다가 씁쓸해 졌다. (46쪽)

학교간다 학교간다 헉헉뛰어 학교간다     우리마중 누가올까 선도부원 학생주임
선배선배 선배님들 학교생활 어떱디까     이애이애 그말마라 학교살이 개집살이
숨이턱턱 학교살이 잠자기도 힘들구나     새벽부터 시간맞춰 일어나기 어렵더라
허둥지둥 준비하여 뛰어오기 어렵더라     지각하면 오리걸음 쉬는시간 상납하고
국어숙제 사회숙제 이리치고 저리치어     사회생활 어렵대야 학교보다 어려우랴
엄마아빠 잔소리에 선생님들 채찍일세      학생주임 호랑새요 선생님들 꾸중새요
시험공부 압박이요 수행평가 골칫덩이      숙제한테 걷어채여 나하나만 썩는샐세
답안찍기 삼년이요 꾸벅꾸벅 삼년이니      활짝웃던 요내얼굴 우거지상 다되었네
팔팔했던 이내청춘 야자시간 잠만느네      비상했던 이내머리 잔머리로 가득찼네
눈물인가 콧물인가 교과서가 얼룩덜룩      쿨쿨자는 내꼴보고 날아오는 노랑카드
으악대는 비명소리 일장춘몽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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