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천안함 희생자 영결식장에서 해군참모총장이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댓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표현이 들어갔는데,물론 북한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상 그 대상이 북한을 의미함은 다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지난 24일에는 북한 총참모장이 '공화국을 향한 그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발언을 했고...남북한의 갈등은 이제 단순히 금강산 관광을 못간다,개성공단의 가동중단이다 하는 단계를 떠나 자칫 서해상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지경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암함 침몰이 보도된 지 얼마 안 된 초기에는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였고 일부 강경한 논조의 언론과 달리 냉정한 것 같았는데 최근에는 좀 강한 발언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물론 일부 언론과 같은 그런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조중동 중에서도 동아일보가 기사나 논설 사설 등에서 가장 강한 표현을 쓰고 있는데 거의 군사정권 때 궐기대회에서나 하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국민행동본부라는 초강경 단체에서는 의견광고에 '김정일의 목을 필요로 한다'는 섬뜩한 구절을 집어넣었습니다. 

   하지만 뉴스보도 채녈의 하단자막뉴스를 보면 미국 정부는 아직 남북 양쪽에 신중한 자세 주문...정도의 태도 이상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습니다.타임이나 워싱턴 포스트도 물증이 나오기 힘들다,물증이 나와도 무력제재는 힘들 것이다는 예측입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냉정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지요.사실 자위권 발동 차원의 무력대응도 이미 천암함 침몰에서 시간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힘들고 유엔을 통한 제재도 한계가 있습니다.사실 북한은 지금도 이미 작년 노무현 서거 정국 당시의 핵실험으로 인해 유엔 제재 상태입니다.그런데도 북한의 지도부가 마비되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심지어 황장엽씨도 최근 미국과 일본 방문에서 북한은 상당히 현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남북한의 긴장이 계속될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그러면 이와 비슷한 역사적 사례를 살펴야 될텐데요,최근 그 대상으로 제가 꼽은 사건은 60년대 말의 푸에블루호 납치사건과 1,21사태 그리고 1976년 8월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입니다.이중 1,21사태는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기습한 사건으로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지요.하지만 이 일에 대해 복수하겠다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결심은 실미도 사건이라는 또 하나의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이 곳 호남지역의 노인들은 그 당시 실미도 사건으로 정래혁 국방장관이 퇴진한 데 대해 대단히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는 말을 지금도 합니다.호남출신은 대체로 체신부나 농수산부 장관을 맡는 것으로 (호남배려 차원?) 관행화되었는데 그 중요한 국방장관을 맡았다니 대단하구나 했는데 얼마 못가 퇴진했으니 말입니다. 

   푸에블루호 납치사건 때는 사실상 미국이 외교전에서 패배했다고 봐도 됩니다.북한이 푸에블루호를 나포한 것은 당시 이 배가 북한영해를 침범했기 때문이라는 명분이었는데 미국정부는 결국 그것을 시인해 버렸으니까요.자국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미국정부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당시 미국은 남한 정부와는 별 협조도 않고 직접 북한과 협상을 했기 때문에 박정희 장군이 대단히 분노했다는 후문입니다.북한 지도부로서는 이 이상 좋은 선전거리가 없지요.우리가 미제놈을 이겼다! 하는 심정이었고 지금도 푸에블루호는 영용한 공화국의 승리의 상징으로 인민들에게 전시되고 있습니다. 

  1976년 8,18사건은 일명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혹은 도끼만행 사건으로 알려졌습니다.판문점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미군 병사 둘이 북한군의 도끼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미군에 대한 직접 살상이었기 때문에 전세계가 주목한 사건이었고 미국정부도 바로 이튿날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지요.한반도 주위에 괌에서 건너온  폭격기,주일미군 해병대,항공모함까지 동원된 대규모 위력시위가 벌어졌습니다.하지만 문자 그대로 위력시위였고 군사적인 직접 응징은 아니었습니다.당시 미국 대통령 포드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카터와 힘겨운 경쟁중이어서 한반도에서 무력충돌까지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요.하지만 박정희 장군은 이 기회에 북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면서 김포의 공수부대 일부에서 특공조를 꾸려 무력충돌을 일단 일으킨 후에 연백평야까지 밀어버리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주한미군은 폭격기와 항모를 통한 위력시위 외에 상징적인 행동으로 문제의 미루나무 두 그루를 잘라버리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전시작전권은 물론 당시에는 평시작전권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으니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스틸웰 장군은 "우리 미군이 나무를 자르는 동안 한국군이 호위를 해야 하는데 이때 호위부대는 비무장이어야 한다"고 명령합니다.결국 박정희 장군은 무력충돌을 일으키지 못하고 호위부대로 갔던 공수부대원들은 북한 초소 4개를 연장으로 떄려부수고 돌아오는 선에서 그칩니다.하지마 그것 가지고도 스틸웰은 노발대발하여 공수부대 지휘관이던 박희도에게 항의하고 관련자 문책을 지시합니다.물론 박희도는 박정희의 명령을 받고 나선 일이었으니 박정희가 징계하지는 않았지요. 

  이 세가지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주한미군은 남북갈등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 왔습니다.어떤 사람들은 미제의 호전성 운운하며 주한미군은 광적인 침략근성으로 무장되어 있다 운운 하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과장된 것입니다.미국이라고 늘 치밀한 계획하에 전쟁을 일으킬 생각만 하는 나라는 아니지요.그런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이렇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하는 역할이 뭐냐는 문제가 한때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단체 사이에서 꽤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독재자 견제에 필요하다는 주장도 꽤 강했구요.

   이미 천안함 사건 전인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 일부 신문과 한나라당,자유선진당 등의 보수세력에서는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환수를 연기하자는 여론전을 해오던 중이었습니다.천안함 사건이 나자 이런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사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전작권 환수 연기를 주장한 전력이 있습니다.하지만 이미 참여정부 때 한미 정부가 합의한 사안인데 뒤집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지난 주에 일부 신문에서 한미간 전작권 환수 연기합의를 대서특필하자 바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한 것도 그런 사연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60~70년대로 올라갈 것도 없이 김대중 정부 때의 두 차례 연평해전과 작년 11월의 대청해전 때와 같은 서해상의 남북무장충돌 때에 주한미군은 개입하려고 하지 않고 남북 양 당사자간 문제라는  자세를 견지해 왔습니다.이번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북한이라는 물증이 나와도 미군이 나서지는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그러니 이 기회에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는 논의를 구체화하자든가,한미공조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논의는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쟁이란 중대사이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저 먼 옛날부터 있던 말입니다.경솔하게 전쟁을 일으켜서 댓가를 치루는 사례도 한 두가지가 아니지요.개인 간에도 갈등을 일으키기는 쉽지만 갈등 뒤에 화해하기는 어렵습니다.특히  남북 간의 갈등에는 강경대응을 부추기는 남북 양쪽의 강경세력들을 주저앉힐 수 있는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세력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그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것이 염려스럽습니다. 

***제가 알라딘에 글을 쓰려고 했을 때는 이곳을 군사안보외교 전문 사이트(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닌)로 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알라딘에는 그 분야의 글은 거의 안 올라오니까요.하지만 그동안 그런 분야의 글은 자제했습니다.한국현대사 쪽의 글도 한동안 올리는 듯하다가 요즘은 뜸해진 상태이고...하지만 앞으로는 종종 군사안보 분야의 글을 올릴까 생각중입니다.늘 그렇지만 제 글은 자극적인 내용은 자제할 것입니다.더군다나 군사분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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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스피에르 2010-04-3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주인장! 나 로베스피에르요.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사실상 물질을 우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유물론자(오로지 '唯'가 아니라 그저 우선적일 뿐)들 아닌가? 아니 사실상 한국인들은 유물론자요 마르크스주의자들 아닌가?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주장하면 만세들을 부르니 한국은 유물론자들의 천국이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무릉도원이라오. 유물론자인 동시에 관념론자라는 말은 전혀 모순되는 게 아니라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선거를 중요시하는 주인장을 보니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가 떠오른다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신뢰하지 않을테니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빅토르 위고의 化身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주인장을 칭송하오.



빅토르 위고



그는 자신의 '시대'였다. 그는 자신의 '나라'였다.

그는 군주주의자이며 공화주의자였다.

그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표현했으며, 자신의 펜 예술을 통해 스스로 가난 때문에 도둑질을 한 불쌍한 인물로,

노트르담의 꼽추로 변할 줄 알았으나 프랑스의 무기가 세상에서 구원자적 임무를 수행한다고 믿었다.

1871년에 그는 거의 혼자서 코뮌 당원에 대한 억압을 선언했다.

그 전에 그는 많은 사람과 함께 식민지 정복에 박수를 보냈다.



"이것은 문명이 야만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계몽된 nation이 암흑 속에 있는 nation을 만나게 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세계의 '그리스 인'으로서 세상을 교화시켜야 합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책으로 보는 세상(책보세), 조구호 譯, 2010 , 359~360 쪽



복거일은 자기가 빅토르 위고인 줄 아는가 보다. 식민지 정복에 박수를 보낸 것보다

'1871년에 그는 거의 혼자서 코뮌 당원에 대한 억압을 선언했다.'는 구절이 배꼽이 빠지게 웃기지 않소? 주인장 님.





노이에자이트 2010-04-30 18:20   좋아요 0 | URL
글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하지만 앞으로는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 글과 무관한 내용은 댓글로 달지 말아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2010-04-30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1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