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퓌스 사건은 워낙 에밀 졸라가 유명해져서 다른 이들은 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프랑스의 세기말을 흔든 대사건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찬반양론으로 갈라져 싸웠다. 지식인이나 유명 정치가 외에도.

 그중 한명이 줄 르나르.이름이 생소하면 어렸을 때 읽은 <홍당무>란 소설을 생각하면 되겠다.그 작가다.우리나라 교육여건 상 청소년 시절 자습서나 교과서 외의 책을 읽기는 힘들었던 내가  드레퓌스 사건을 알 수 있었겠는가? 책 소개란에 나오는 르나르의 경력을 읽어봐도 이해가 안 갔으리라.나는 요즘도 청소년 소설을 읽는다.줄 베른,셜록 홈즈 등....어른이 되어 읽으면 배경지식이 쌓인 후의 독서라서 그 전에 모르던 것도 보인다.르나르가 드레퓌스 사건  때 공화파로서 드레퓌스 파에 가담해 싸웠던 사실을 몇 년 전에 알았다.그는 열렬한 공화파 사회주의자였다.장 조레스나 레옹 불룸 같은 사회당의 거물과도 친하게 지냈다.

 이 당시 에콜 노르말(고등 사범학교)출신들도 거의 다 드레퓌스를 지지했다.여기 출신의 유태인인 베르그송,방다,뒤르켐이 그들이다.그 중 뒤르켐이 보수파 논객과 싸운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뒤르켐은 결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사회주의자와 사이가 좋았고 그의 제자들 중 사회당에서 일하게 되는 이들이 많이 나왔다.장 조레스는 그의 평생 친구였다.에밀 졸라가 <나를 고발한다>는 글로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1898년. 보수파인 부뤼느띠에르는 <공판 이후>라는 글에서 개인의 인권을 운운 하는 드레퓌스 파는 무정부 상태를 몰고 올 것이라고 공격했다.이성을 권위 위에 놓고 개인 인권의 절대성을 주장하면 사회를 위기로 몰아가게 된다면서 국민을 편가르기 한다고도 했다. 이에 뒤르켐은 <개인주의와 지식인>이라는 글로 반격한다.

 개인주의를 경제적 이익만 탐하는 이기적 개인으로만 해석하지 말라.도덕적 개인주의가 있다.이기주의가 아니라 선한 의지를 가진 인간의 공동체를 지지하는 개인주의가 있다.이런 개인주의가 어찌 무정부 상태를 몰고 오겠는가.오히려 국가의 도덕적 통일성을 확보하는 신념체계이다.이런 개인주의에 반대하여 전통을 지키자는 브뤼느띠에르의 주장은 전통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김종엽 <연대와 열광- 에밀 뒤르켐의 현대성 비판 연구> 창작과 비평사1998의 제2장 정치적 현대성 비판에서 인용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드레퓌스 관련 서적은 니콜라스 할라즈 <드레퓌스: 진실과 허위, 그 대결의 역사>황의방 역 한길사1978 이다.30년 전 책이니 제목도 한자이고 책날개의 추천 글도 한자가 많다.추천의 글을 쓴 두 명 중 송건호 씨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다음과 같은(지금은 강경한 보수주의자가 되어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김동길 씨의 당시 추천사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질서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권력에 짓밟혀 개인의 행복을 빼앗긴 것일까.드레퓌스 사건도 그런 슬픈 사연 가운데 하나다.우리는 이 사건의 승리를 가져오게 한 졸라같은 양심적인 역할에서 우리 자신에 대한 절박한 질문을던지지 않을 수 없다.

헌책을 읽다 보면 맞아...이 사람이 그땐 그랬는데...할 때가 있다.김동길 씨도 한때는 군사정권에 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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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 2008-07-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축.....드디어 노이에자이트님 서재에 글을 올리시기 시작하셨군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축적하셨던 기록들 올려주시고 좋은 책들 많이 소개해 주십시오.

노이에자이트 2008-07-1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직접 쓴 글 위주로 올릴까 해요.이틀에 한 번 정도 올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