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특정인의 것이 아닌 민중들 전체의 삶의 총제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 책을 통해서,
최근엔 글을 잘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읽고 나선 안 쓸 수 가 없었다. 잘 몰랐던 역사, 그냥 겉 넘듯 알고 넘어갔던 우리 역사의 한 귀퉁이, 그 저 힘이 없으니 맨날 이 모양이지 하며 그냥 무감각했던 치욕스럽고 지우고 싶던 역사의 한페이지, 하지만 단지 그렇게 생각하기에만은 역사는 너무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이 글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상세한 이야기들과 정황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고 감정이입되듯 역사에 그렇게 되었다
저자의 관련논문들을 묶고 확장하여 쓴 책이라 상당히 전문적이지만 글 흐름이 자연스럽고 명확해서 일반인들도 읽기에는무리가 없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정묘병자호란의 배경과 전개과정, 조선을 중심으로 명,청,일본과의 관계, 잘 알려져 있지않던 피로인의 실태, 명나라 이신들의 활동과 영향등이다. 모두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양 호란을 국제정세속에서 넓게 볼수도 있고, 그 간에 별로 아려져 있지 않던 피로인의 규모와 처참했던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가 최대 50만으로까지 추정하는 피로인이 왜 발생했을까? 청과 청의 용병으로 침공했던 몽골의 포로에 대한 욕심, 당시 조선의 미숙한 군사적 대응, 하지만 그 건 보이는 이유였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관련있을 것이다
당시 끌려간 피로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였고, 그중 일부는 수십년이 지난 조국에 돌아오지만 다시 청국에 송환되어 처벌을 받거나, 고향에 정착하지 맛해 스스로 청국에 돌아가기도 한다. 이 사태와 관련 당시 인조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다. 피로인들의 발생과 재 송환에 대한 아픔과 무력감, 그리고 용서를 백성들에게 구한다. 조선왕조 500년 아니 우리역사에서 임금이 백성드에게 사죄한 기록은 아마 인조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으며 무언가 빠진듯한 답답한 느낌이 자꾸 들었었다. 그 건 남한산성이 병자호란의 주무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의 아주 작고 좁은 무대였을 뿐이다. 병자호란의 주무대는 청의 심양과, 의주, 그리고 명의 자금성과 가도, 일본, 경기도, 서울, 그리고 강화도로 넓혀야 하고, 당시 광해군이 있던 제주도 들어가야 한다.
쇠퇴해가는 제국 명과 떠오르는 청, 그리고 항상 조선에서 이해를 따지는 일본 그 사이에서 조선의 최선의 선택은 과연 어떠해야 했을까?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깝게는 대한제국의 멸망과 일제의 식민지배, 해방, 공화국과 군부독재, 민주화, 경제발전과 폐해에 대해서도 알야하지만, 먼 역사중에서 현재의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양 호란에 대해서도 잘 알야야 한다
모든 일에는 뿌리가 있고 현재의 대한민국을 규정하고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그 뿌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양 호란기 조선이 할 수 잇는 최선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나 또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한가지 확실한 건
역사에 대한 단순한 분노나 환희보다는 생생한 삶의 총체로서 구체적인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고 그런 인식전환과 행동만이 그런 고통스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