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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홀러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5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장 기쁠때가 손자자랑이라고 한다. 부모노릇에 최고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는 게 바쁘고 어른들 모시고 아이들은 어쩌면 저저로 커 주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다 커버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다 손자나 손녀들이 생기면 젊을 때 내 아이에게 쏟지 못했던 사랑이 새삼스레 샘 솟는다. 그러니 하는 짓마다 이쁘고 귀엽고 소중할 수 밖에.
이 책에 나오는 틸러와 세어리는 노부부이다. 아이들은 다 성장해서 객지로 나가고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플로리다와 댈라스를 입양한다.
플로리다와 댈라스는 쌍둥이 남매로 고아원에서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될때마다 상처를 입는다. 이제 스스로의 방어가 필요함을 느끼고 둘이 똘똘뭉쳐 자신들만의 삶을 꿈꾸며 마음을 열지 않는다. 틸러와 세어리는 이 아이들에게 대단한 인내로 사랑을 베풀고 마음을 얻으려 노력한다.
아름다운 숲 루비홀러에서 틸러와 세어리는 플로리다와 댈러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플로리다와 댈라스는 또 다가올지도 모르는 불행을 피하려고 나름의 대처를 해나간다. 이름도 신문의 광고쪼가리에서 얻은 쌍둥이 고아. 그러나 그 아이들이 루비홀러에서 틸러와 세어리와 함께 하는 삶은 정말 아름답다. 샤론 크리치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게 만드는 경쾌하고 익살스런 문체가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단숨에 읽게 만든다.
입양을 다룬 책들은 그동안 여러단계를 거쳐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오래전에는 불쌍한 시선으로 보는 고아, 결코 드러내서는 안되는 소재로 창작되다가 어느때부터 입양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작품들이 나왔고 이 즈음에는 입양을 자랑스런 일로 내세우려는 가정에서 입양아 자신이 겪게 되는 부담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나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외국동화 <일요일의 아이>와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내가슴에 해마가 산다>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루비홀러는 입양, 고아라는 소재를 가벼운 듯 그리면서도 깊은 여운이 남는 문체로 경쾌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그 행간에 휴머니즘이 풍부한 사랑도 담겨있다. 끝까지 틸러와 세어리에게 마음을 의지하지 않는 댈라스와 플로리다. 그 때문에 오히려 뻔한 결말보다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