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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나야 할 단 하나의 논어 - 혼돈의 시대,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전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1월
평점 :
...공자는 자기 삶의 리듬을 가진 사람이었고, 무엇도 구하지 않았다. ‘온, 량, 공, 검, 양’의 의미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오른다.
“군자는 온화하게 지내며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험하게 행동하며 요행을 바란다.
君子居易以俟命, 小人行險以僥幸.”
공자의 행동과 품행은 ‘온화하게 지내며 천명을 기다리는 군자’와 닮았다. 온화함, 선량함, 공손함, 검소함, 겸양함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매일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자.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천명에 맡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군자의 모습이다.
...공자의 이러한 처세원칙은 노자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몸을 뒤로해도 몸이 앞서고, 자기 몸을 소외시켜도 존재한다.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조급해하며 무엇이든 싸워서 얻으려 하면 결국에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싸우길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항상 초조하고 부정한 수단을 쓰기 쉽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태도를 자꾸 바꾸다 보면 적이 많아지는 법이다. 공자의 행동은 시야를 더 넓히는 것이었고, 이는 노자의 원칙과도 같았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에서 배우고 위에 이른다.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그는 항상 불확정성이 가득한 세계에서 다양한 준비를 하며 살았다. 이것이 바로 안티프래질이다. 기계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생동감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안티프래질인 것이다.
...“우리를 망가뜨리는 건 무지가 아니라 자만”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자신이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있으며,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모든 지식을 겸허히, 그리고 신중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성장할 기회가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득의양양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더닝 크루거 효과’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이룬 성과에 합당한 명성을 갖게 된다. 이름과 실제가 부합하는 것, “명실상부名實相符”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맹자는 이런 말을 했다.
“뜻하지 않게 받는 칭찬이 있으며, 완전하기를 바라다가 받는 비방이 있다.有不虞之譽, 有求全之毁.”
맹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기 자신이 명실상부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즉, 맹자는 자신에 대한 칭찬이 뜻하지 않게 받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반면 세상일이란 완전하기를 바라며 노력하다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방을 받을 수도 있다.
...조직에서 모든 직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려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따라서 모든 조직은 무능한 직원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것이 ‘피터의 원리’이다.
많은 사람이 업무에 대한 자기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간혹 자신이 무능하다는 험담을 듣게 된다면 승진하지 못한 사람들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를 ‘피터의 역설’이라 한다. 무능한 사람은 자기 자리를 계속 고수한다. 따라서 그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진출을 막는다. 능력 있는 사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옮긴다. 이것을 ‘피터의 우회’라고 한다. 칠조개는 바로 피터의 우회를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나랏일을 맡으라는 공자의 권유에 칠조개는 자신을 돌아보며 “능력에 자신이 없고, 긴장도 돼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도덕경』에서는 높은 수련의 경지를 다음과 같은 말로 설명한다.
“예리한 것을 꺾어 그 어지러움을 풀고 그 빛을 부드럽게 하여 그 티끌과 함께한다.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노자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예리함을 드러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하나가 되어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이 돋보이기를 원하는 사람은 높은 수련의 경지에 올랐다고 볼 수 없다.
...“내가 종일 밥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으며 생각했으나 유익한 점이 없었으니 배우는 것만 못하였다.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 無益, 不如學也.”
장자도 배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삶에는 끝이 있지만, 아는 것에는 끝이 없으니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걸 찾으면 위태로울 뿐이다.
吾生也有涯, 而知也無涯. 以有涯隨無涯, 殆已.”
인생은 끝이 있지만 지식은 끝이 없다. 유한한 생명으로 무한한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 위태로운 이유는 배움은 다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