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 대한민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
최배근 지음 / 월요일의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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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사회적 생산물은 화폐가치로 재구성되는 화폐경제의 사회이기에, 사회적 생산물의 배분을 둘러싼 사회 구성원의 관심은 돈의 배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즉 오늘날 시대에서 돈은 권력 그 자체이다. 그리고 돈은 시장에 의한 배분과 민주주의에 의한 배분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시장 권력과 민주주의 권력은 끝없이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돈의 힘을 통제하지 못할 때 민주주의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명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1980년대 이래 (금융의 가치와 관점으로 사회를 재구성한) 이른바 ‘금융화 Financialization’로 인해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위협받는 배경이다.




...그런데 산업혁명을 단순히 기술혁명으로만 이해하면 산업혁명을 가능케 한 영국의 진짜 힘을 놓친다. 산업혁명은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새로운 시도들, 즉 벤처투자 활동의 활성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앞에서 소개했듯이 벤처투자의 활성화는 불환화폐(신용화폐)라는 발명품과 유한책임 회사라는 사회(제도의)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사회(제도의) 혁신들은 1원 1표 원리가 지배하는 시장경제가 꽃을 피울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이런 점에서 사회혁신은 기술혁신의 전제조건이었다. 흔히 기술만능주의를 생각하는 이들이 놓치는 점이다.



...소득과 금융에 대한 기본권을 소득에 대한 기본권으로 축소하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득에 대한 기본권조차 최소화하려는 것이 바로 재정준칙의 노림수이다. 이런 점에서 재정준칙을 당당히 제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가 실종되고, 민주주의와 시장 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돈의 힘의 지배와 경제력 불평등이 심화하듯이, 신용화폐에 기초한 중앙은행 시스템에서 공공금융을 배제할 때, 즉 중앙은행 시스템이 민간금융의 이익만 지원할 때 (오늘날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극심한 자산 불평등과 ‘이지 머니(모르핀) 에 중독’된 경제로 귀결된다.



첫째, 재정 지출 최소화는 모든 부문에 균등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힘이 있는(?) 부서보다 사회경제적 약자층 지원과 관련된 부서의 예산이 일차적인 조정 대상이 된다. 둘째, 공공자금의 지원이 축소되면 그에 비례해 민간금융에 대한 의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높은 이자 놀이를 하는) 금융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지는 것이다. 셋째, 감세는 고소득층일수록 혜택이 크고, 특히 금융 고소득층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게다가 재정 지출 최소화에 따른 재정 적자를 정부 차입(국채 발행)으로 해결하고, 그로 인해 정부 채무를 증가시킨다. 역설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재정 악화를 낳는 것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 중 사회적 병리 현상이 극심한 대표적 나라가 미국과 한국이다.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적 공통점은 세계에서 가장 자산 불평등이 심한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희망을 잃은, 많은 보통 사람이 자신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회적 소수자를 공격하며 분노 표출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 공통점을 갖는 배경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회가 점점 야만화되고 있는 이유이다. 차이점은 한국은 부동산자산 중심이고 미국은 주식 등 금융자산 중심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자산 불평등이 내용상 더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 경제에서 혁신 실종 등 경제 활력이 고갈된 배경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미국은 힘을 활용하여 만만한 나라들에게 자기 비용을 전가하며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반면, 한국은 비용을 떠안는 나라가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이 대외 관리 실패에 따른 작은 외부 충격으로도 경제위기에 처하게 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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