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금 여기 논쟁을 하거나 말장난을 하려고 있는 게 아니다.” 대모가 말했다. “버드나무는 바람에게 굴복해서 번창해 나가지. 그러다 마침내 어느 날 그것은 버드나무 숲이 되어 바람에 맞서는 벽이 된다. 그것이 버드나무의 목적이다.” ...레이디 제시카는 시련의 시기에 무엇으로 자신을 지탱했을까? 다음의 베네 게세리트 격언을 곰곰이 곱씹어 본다면 그 답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길이든 정확하게 끝까지 따라가 버리면 어디에도 이를 수 없다. 산이 산이라는 것을 확인하려면 조금만 올라가야 한다. 산꼭대기에서는 산을 볼 수 없다.’ ....그때 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절제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베네 게세리트의 기도문을 읊조리고 있었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인간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이해 가능한 논리적 우주에 대한 욕구가 배어 있다. 그러나 현실 속의 우주는 항상 논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유한한 공간 내에서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개체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자유는 줄어든다. 이것은 막힌 플라스크 안의 가스 분자처럼, 어떤 행성의 생태계라는 유한한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도 똑같은 사실이다. 인간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생태계 속에서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하는 점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