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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 우주 한 조각 - 태양과 별, 은하를 누비며 맛보는 교양천문학
콜린 스튜어트 지음, 허성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약 30억 년 전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남세균이라 불리는 미생물이 지구 대양에서 번성하면서다. 이 미생물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 물, 햇빛을 결합해 유리산소를 만들어냈다. 대기 중에 산소가 늘어나면서 지구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대량 멸종이라 할 만한 사태가 벌어졌다. 산소는 대부분의 생명체에게 유해했다. 결국 대기 구성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기체만이 살아남았다. 인간은 그렇게 살아남은 유기체의 후손이다. 오늘날 지구 대기의 21%를 차지하는 산소는 78%를 차지하는 질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다.
...해변에 서서 바닷물이 빠지는 것을 볼 때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바닷물이 우리에게서 멀어진다고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그것이 아니다. 바닷물은 달의 인력에 의해서든 원심력에 의해서든 제자리를 지키면서 있던 자리에 거의 그대로 머무르고 있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지구의 자전에 의해 우리가 조석 팽창이 일어난 영역 밖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바닷물이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가 서 있는 해변이 바닷물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양은 점점 밝아지고, 점점 뜨거워질 것이다. 10억 년 후 마침내 지구의 온도는 100℃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다. 지구상의 물이란 물은 모두 증발되고, 우리의 지구는 다 타서 생명이란 찾아볼 수 없는 암석 덩어리가 될 것이다. 지구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던 태양이 궁극에는 지구의 모든 생명을 몰살할 것이다...5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의 핵에서 일어나던 수소 핵융합은 중단되고, 핵은 수축하면서 온도가 1,500만℃~1억℃까지 치솟을 것이다. 뜨겁게 달궈진 핵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에서 핵융합이 다시 시작되면 태양은 별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H-R도의 주계열성 단계를 벗어나게 된다. 다시 활성화된 핵융합으로 에너지가 생기면 태양의 바깥층이 부풀어 올라 태양의 지름은 지금의 100배가 될 것이다. 수성은 불타는 태양의 품에 빨려들어가 소멸할 것이고, 금성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훨씬 더 넓어진 표면으로 열이 분산되면서 태양은 붉어져 적색 거성이 될 것이다....지구는 태양의 외층부로 끌려 들어갈지 모른다.
...빅뱅 우주론은 태초 이래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두 지역이 오늘날처럼 멀리 떨어져 있으려면 과거에 열평형 상태에 도달할 만큼 가까이 인접했을 리가 없다. 시간상 빛은 한쪽 끝에서 반대편으로 결코 이동할 수 없다. 양쪽 지역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못하는 지평선 너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것을 지평선 문제라 하며, 빅뱅 우주론의 초기 버전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중력은 단연 가장 약한 힘이기 때문에 중력에 의해 구속돼 있던 체계들이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다. 그다음으로 원자의 핵에 전자를 잡아두는 전자기력이 붕괴될 것이다. 전자와 핵 사이 공간이 팽창되면 전자기력이 붕괴돼 원자는 해체된다. 결국 양성자와 중성자를 핵 속에 함께 붙잡아두는 강력한 핵력조차 솟구치는 암흑에너지 파도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우주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는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것을 빅립이라 부른다. 은하도 없고, 별도 없고, 행성도 없고, 원자도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망망대해만 남을 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220억 년 후에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왔다. 우리 뼈 속의 칼슘과 혈액 속의 철은 죽어가는 별의 심장부에서 만들어져서 강력한 초신성 폭발에 의해 우주 공간으로 퍼진 것이다. 우주로 나가는 모험은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천문학과 우주 탐사에 들인 우리의 노력은 인간이 우주에 영구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하는 도약대가 될 것이다. 빅립으로 이 우주가 막을 내릴 때까지 우리는 경외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