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자 수확자 시리즈 1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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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 어디로 가나요?」
「음.」 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당신의 기억과 생애 기록은 이미 선더헤드에 저장되어 있으니, 소실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당신의 몸은 가까운 친족이 결정하는 방식에 따라 땅으로 돌아가겠지요.」
「그래요, 그건 다 알아요. 하지만 나는 어디로 가죠?」
당혹스러운 질문이었다. 「말했듯이 당신의 기억 구성체는 선더헤드 안에 존재할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구성체에 말을 걸 수 있고, 그러면 구성체가 답을 하겠죠.」
「그렇겠죠.」 그녀는 약간 격앙되어 말했다. 「하지만 나는요?」나는 그 순간 그녀를 거뒀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후에야 말했다. 「나도 몰라요.」




...시트라가 수확자가 된다면 패러데이의 예를 따르리라. 그리고 수확자가 되지 못한다면 죽을 테니 아무래도 좋았다.
어쩌면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거두게 하자는 결정에 어떤 뒤틀린 지혜가 담겨 있는지도 몰랐다. 누가 이기든 간에 극도의 슬픔을 안고 수확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그 반지의 대가를 영영 잊지 못할 테니.




...「뭘 찾아야 하죠?」
「누군가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느낌. 스스로가 알든 모르든…… 끝맺을 준비가 됐다는 느낌.」
「연령 차별은 금지인 줄 알았는데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침체야. 어떤 사람은 처음 회춘을 하기도 전에 침체해 버리지. 어떤 사람은 몇백 년이 걸려야 침체하고.」




...용기를 청한다. 그리고 내가 전해야 하는 죽음에 둔감해진 나머지 죽음 자체가 평범하고 흔한 일이라고 느끼는 날은 결코 오지 않기를 빌고 또 빈다. 내가 인류에게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은 평화나 안락이나 즐거움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할 때마다 우리 모두의 내면도 조금씩 죽기만을 빈다. 공감의 고통만이 우리를 인간으로 유지시킬 터이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잃어버린다면 어떤 신도 우리를 도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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