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삐에로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작가의 화제작 [사신 치바]를 도서관에서 빌려보려 했으나 역시나 예악한도 초과로 컴퓨터 스크린 앞에서 좌절해야 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 서점을 뒤성거리다가 찾아낸 그의 또 다른 작품 [중력 삐에로]를 덜컥 사버렸다. [사신 치바]가 단편집인데 반해 이 작품은 장편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신 치바는 몇 페이지 안되는 단편물인데, 나는 단편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단편이란게 읽을 때는 좋아도 읽고 나서 남는 여운이랄까 아니 힘이 잘 전달이 안된다. 물론 개중에 멋진 단편물도 있지만, 역시 길이에 제한이 있어서 그만큼 임팩트가 강해야 한다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만족스러운 작품을 보기 쉽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대학교 1학년 때 [국어와 xx]이라는 과목이라는 수업에서 세계 명단편집을 읽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정해서 서평을 써오라는 과제가 있었다. 단편집 작가들은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 있는 유명 작가의 이름들로 차례에 열거 되어 있었다. 그들이 작품들은 딱히 머리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어떤 것은 두 세번 읽어야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고 또는 내러티브가 뒤죽박죽인 작품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몇 페이지 않되는 엽편에다가 내러티브가 정돈되지 않았으니...오죽했겠어. 그리고 비유가 얼마나 고전적인지...이게 다 내 무식을 알리는 것이겟지만 친해질 수 없는 단편들이었다. 이런 경험이 있었는지 못 모르고 단편을 사면 결국 대표작만 읽고 나머지 작품은 안 읽는 깔끔하지 못한 버릇까지 생겨 버렸다.

 어쨋든, 이사카 작가의 장편 [중력 삐에로]가 집에 도착했다. 책 표지는 연두빛 보다는 에메랄드색 바탕에 무섭게 생긴 삐에로가 떡 하니 서있다. 인도 사람들이 미간 사이에 찍는 점(빈디)을 찍은 태양이 멀리서 삐에로를 보고 있는 듯한 표지...좀 묘하다. 무섭기도 하고...아리송한 표지다. 표지에 한참 넋이 나가있다가 책 윗뚜껑을 열었다.

범죄의 얼룩이 지워진 가족

 연일 일어나는 방화사건에 관심이 쏠린 낙서 클린 전문가 하루. 하루는 유전자 검식 회사에 다니고 있는 형에게 연속 방화사건에 어떤 룰이 있다고 알린다. 그리고 이들은 방화간 난 곳에 예고 표시로 있다는 그레피티 아트(벽낙서)를 보러 다닌다.

 하루, 그의 탄생비밀은 참으로 기구하다. 그는 어머니가 강간을 당해서 낳은 아이이다. 하지만 평범하지만 대단한 어머니의 남편은 하루를 낳아도 된다고 허락을 한다. 그의 이복 형인 이즈마와 하루는 잘 지낸다. 물론 이즈마의 아버지가 이즈마에게 하루의 탄생비밀에 대해 알려준 이후 집안에는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소재가 나올 때마다 서로 경계한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그저 행복한 가정일 뿐이다. 가족 구성원이 약간 남다른...또는 범죄사건으로 재구성된 가족인 것이다.

 이즈마는 그런 동생을 아낀다. 동생이 자신의 탄생의 비밀을 알고 난 후, 섹스에 자체를 불경하게 여기는 말을 자주 해도 이즈마는 하루를 이해하려고 한다. 하루는 사드나 바티유의 이론에 대해 전면 반대를 외친다. 성적인 것 그리고 타인에게 주는 피해의식을 쾌락으로 여긴다는 이론을 증오한다. 그리고 비폭력을 외친 간디를 자신의 페르소나로 여기며 간디의 명언을 형인 아즈마에게 Ÿ섦母?말한다. 하루는 피에 흐르고 있는 강간범의 DNA를 거부하기 위한 자신만의 금욕적인 수련방법인 듯 하다.

 두 형제의 연속 방화범 따라잡기에 그들의 아버지, 엄밀히 말하면 암으로 투병 중인 아즈마의 아버지도 동참학 된다. 물론 아버지는 병원에서 말이다. 

끊고자 했지만, 중력을 거부할 수 없는 삐에로

 하나씩 나타나는 방화범의 정체와 그 이후 나타나는 이들 두 형제의 운명.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중력에 눌려 있는 우리 사회의 숨 막히는 룰에서 벗어나고자 했을까. 아니다. 작가는 우리가 생각보다 편견과 오만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과학적 맹신이 가져다 준 무서운 사고의 기울림에 우리는 얼마나 저항력이 있을까. 하루는 바로 그러한 인물이고자 한다. 강간범의 유전자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내 생각에 하루는 자신의 아버지의 원죄를 씻어내기 위한 자신의 정화로 친아버지를 죽이러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살인이라는 또 다른 피해의식으로 남아있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정반대의 길 또는 그것에서 열심히 도망을 쳤지만 결국 다른 의미에서의 피해자가 된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라 할지 호러 소설이라 할지 장르를 구분하기 애매하다. 추리 소설과 호러 소설은 서로 궁합이 맞으니 뭐 어떤 장르로 구분을 하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자아내는 하루의 불안에 흔들리는 형 아즈마의 시선에서  전달된다. 동생을 지키려 하는 형 아즈마의 평범하고도 순진한 모습에서 웃음이 새워나오기도 한다. 아마 작품이 동생인 하루의 목소리를 빌렸다면 아마도 엄청난 암울모드에 아마도 읽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추리,호러 소설이라는 점 이외에도 연속 방화범의 룰을 푸는데 필요한 정보에 대한 설명들이 과학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그 재미가 솔솔하다. 유전자 정보를 비롯해서 원인류에 대한 얘기까지, 전문적인 지식까지는 아니어도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듯 하다. 물론 써 먹을 때는 그다지 많진 않겟지만...

 무거운 무게를 다 떨쳐버린 무중력 삐에로가 된 하루가 땅에 발을 내디딜 것이라는 희망으로 남긴 작품. 책 읽는 3일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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