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앤 존 Martin & Jhon 마틴 앤 존 2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보이지 않는 사랑

[Martin & John]

박희정


마틴과 존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시공간을 넘어선 사랑을 나눈다. 마틴과 존은 마치 한 쌍의 페어로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이와 이몽룡, 콩쥐 팥쥐(이건 좀 아닌가...^^;;;)처럼 바늘과 실처럼 그들은 운명의 굴레에 묶여 있다. 마틴과 존, 이 이름으로 묶여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왠지 그들의 윤회의 고리를 타고 계속 이어지는 듯 하다. 설사 그들이 다른 공간에서 만나더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이다.

 

그들은 남성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물론 마틴과 존이 남성 이름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남성의 이름으로 많이 불린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이 거친 남성들의 숨소리로 가득 차 있는 여느 BL물과는 다른 차별화된 스토리와 이미지로 채워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어느 커플의 화려한 데이트에서 흔히 등장하는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아마도 보이는 사랑을 굳이 다루고 싶지 않은 작가 박희정의 소신일 수도 있겠다. 감정을 내세우지 않는 마틴과 존은 왠지 답답한 사랑을 하고 있다. 마틴이 존에게, 존이 마틴에게 갖는 감정, 느낌, 혼잣말은 음영으로 싸여있어 보호받고 있는 글씨체에서 독자에게 전해질 뿐이다. 마틴과 존, 그들은 각자 일방적으로 독자에게 말할 뿐 서로의 감정은 전달하지 못한다. 결국 그들의 소통은 제3자의 말을 통해 전해진다. 또는 시간이 흐르고 예전의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서 그 때는 못 느꼈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에 흐느낀다.

 

마틴과 존이 사는 세상은 메말랐다. 그것이 우리 일상이든 저 머나먼 어느 행성이든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그들이 갖고 있는 무게로 짓눌러 있다. 황무지의 황폐함이 머문 곳 아니면 새벽 바다에 서린 안개 위에 떠 있는 소파에 있는 마틴과 존. 공허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그 누구와 그를 안고 있는 그가 있는 책 표지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들의 관계는 결코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이다. 연못에 반사된 나르시스의 모습과 나르시스를 달리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닮아가고 닮아가려고 애쓴다. 서로의 반쪽을 완성해 가는 멀고도 짧은 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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