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 이야기 4
야마토 와키 지음, 이길진 옮김, 무라사키 시키부 원작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꽃보다 남자]처럼 아름다운 그대, 히카루 겐지 

우리나라에도 재미있는 고절소설이 많다. 하지만 웬일인지 남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아는 한 [춘향전] 밖에 없다. 물론 [평강공주와 바보온달]도 있지만, 이건 소설이 아니라 삼국사기에 실렸으니 소설이라 하기도 묘한 위치이다. 남녀상열지사라는 이유로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현대식으로 발하면 로맨스 이야기는 쓸 수 없었던 시대였기에 어쩔 수가 없었나 싶다.

겐지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만화 [겐지이야기]는 원작 源氏物語를 풀어쓴 것으로,겐지(源氏)라는 인물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겐지의 일생뿐만 아니라 그의 손자까지 이어지지 대하소설이다. 일본 헤이안시대에 지어진 이 책은 참으로 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작자가 무라사키 시키부라로 궁녀로 궁중생활을 한 여성이라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뛰어난 여성 문학인들이 있었지만, 문헌에 의하면 5만원권에 얼굴을 비추시는 신사임당이나 허균의 누이인 허난설헌의 시, 대중적으로는 양반층 부녀자들이 썼던 규방가사들이 대표적이다. 결국 16세기 이후에 작품들이 남아있다. 당시 산문보다는 운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세계 최고(最古)의 소설로 역사적인 작품이다. 소설 즉 산문의 형식을 뛰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산문과 운문이 함께 공존하는 작품으로 지금까지 작품에 쓰인 시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정도로 그 묘미가 대단한 작품이다.
스토리가 매우 진보적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히카루 겐지는 왕자로 태어나지만, 천황인 아버지의 배려 아닌 배려로 ‘히카루’라는 성을 받고 신하로서 살아가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와 출중한 학문 실력 거기다 예능에도 발군이었던 이 왕자의 일생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을 보여준다. 현재 유행어인 꽃남의 시작은 바로 히카루 겐지가 효시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작품을 읽으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었는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 스토리만으로 볼 때, 페미니즘적으로 많은 논제를 남긴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작가 무라사키 시노부는 당시 여성작가로서 궁녀로서 사회적 활동이 있었으나, 이 작품 속 여성들은 수동적인 여성들이 다수 등장하기 때문에 뭔가 아이러니한 점이 없잖아 있다.


만화로 태어난 고전
 국내에도 이 작품의 완역본이 몇 년 전에 출간하였는데, 엄청난 양으로 감히 엄두조차내기 어려운 방대한 양이다. 거기다 고어로 인해서 딸린 주석도 많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을 배경으로 영화와 만화 그리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경우는 [千年の戀-ひかる源氏物語; 천년의 사랑-히카루 겐지이야기]로 2001년에 개봉을 하였다. 맨 처음 이 작품을 접하는 이들에게 영화는 그야말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화책의 경우는 작가 야마토 야키가 10번의 교토답사와 문헌조사로 탄생한 [겐지이야기]로  원작의 묘미를 그대로 잘 살렸다. 일본의 중고교생들에게 권장도서로 지정될 만큼 만화가 단순히 만화로 치부되지 않고 고전문학의 이해를 돕는 위치에 서있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이 작품은 그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이 작품만한 것이 없다. 거기다 남녀 간의 사랑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세월을 지나도 통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만화로 매체이동을 한 [겐지이야기]는 각 인물의 캐릭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며 복잡한 인물관계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거기다 원문 시의 내용을 알 수 있어, 문학적인 묘미까지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일석삼조의 득을 얻을 수 있다. 표지부터 눈을 잡는 고풍스러운 멋은 소장가치를 높인다. 매달 한 권씩 나오는 이 작품은 벌써 4권이 국내팬을 찾은 상태이다.

 복잡한 인물구성과 다양한 심리적 묘사가 등장한 것이 이 작품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