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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
콘노 아키라 지음, 이은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4년 4월
평점 :
아라타네 가족이 된 쿠지마
이국에서 온 말하는 새, 쿠지마의 일본 생활기
일상 속 신선함을 선사하는 만화
최근 2년간 읽은 만화 중 추천할 만한 작품은 단연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이다. 러시아에서 온 말하는 새, 쉽게 말하면 이 세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외계인 같은 존재가 주는 이질감, 그리고 그가 점차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정말 좋아한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우리 집에 곰이 이사왔다] 속 곰토토를 들 수 있는데, 그 역시 요정 나라에서 온 슈퍼 파워 요정 곰 요원이다. 외계인은 아니지만 독특한 꼬마 요츠바가 일본 아빠와 함께 살아가는 [요츠바랑]도 이와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다. 적고 보니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이런 설정에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들은 일상 속에 ‘외지인’이 들어오면서 신선한 시선을 만들어낸다. 평소 익숙했던 일들이 그들의 눈을 통해 새롭게 비춰지고, 그래서 더 이상 흔한 것이 아닌 ‘특별한 것’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반전이나 강렬한 전개가 있는 장르물에서 느끼는 도파민 폭발과는 결이 다르지만, 이런 잔잔하고 따뜻한 터치가 오히려 마음을 포근하게 감싼다. 그래서 부담 없이 편하게, 그리고 안심하며 읽게 되는 만화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만화
쿠지마 덕분에 알게 된 것은 일본에서의 삶이다. 쿠지마는 학처럼 생긴 새다. 러시아에서 친절한 노부부에게 자라난 그는 일본에 와 우연히 중학생 소년 아라타를 만나 그의 집에 식객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후 일본에서 다양한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데… 어느새 일본의 ‘절분’을 맞이하게 된다.
절분에는 액운을 막기 위한 풍습으로 에호마키를 먹거나 콩을 던진다. 쿠지마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고, 아라타와도 정신연령이 맞는지라 둘은 어느새 형제 같은 사이가 되었다. 에호마키를 먹을 때는 정해진 방향을 바라보며, 말하지 않고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지만, 그걸 잊은 채 실수해버리고 낙담하는 쿠지마의 모습은 철없는 아이 같은 귀여움이 묻어난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아라타를 좋아하는 반 친구 마코토가 쿠지마를 초대해 함께 초콜릿을 만드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여기서 쿠지마의 요리 실력이 인간 여학생을 넘어설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에서 웃음이 시작되고, 살짝 어긋난 사랑 고백(?) 장면에서는 피식 웃게 된다. 사랑의 작대기가 어긋났다고 할까. ㅋㅋㅋ
재수생인 아라타의 형 스구루는 처음엔 쿠지마를 그저 시끄러운 새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여전히 시끄러운 둘을 그냥 묵묵히 넘겨주는 형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4권에서는 특히 재수생 스구루의 사립대 합격자 발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웃기고도 슬프다.
4권에서는 쿠지마의 또 다른 감동 포인트도 나온다. 스구루가 공립대 수능 시험을 보러 갈 때 쿠지마가 가방에 몰래 넣어둔 사랑스러운 물건은 감동까지 준다.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보다도 따뜻하고 솔직한 쿠지마의 매력이, 재미있는 만화를 찾는 독자들에게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