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죽음 - 스페인 최고의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죽음 탐구 여행
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 남진희 옮김, 김준홍 감수 / 틈새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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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와 고생물학자가 풀어내는 죽음에 대한 알쓸신잡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글을 인용하면, 동물들에게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죽음은 기록하고 기억하는 인간이 만들어냈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종과 달리 인간만이 죽음에 대한 존재를 두고 종교와 문화를 만들어내왔던 것이라 한다.


이 책은 죽음을 알고 있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동물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스페인의 유명한 소설가와 고생물학자가 서로 만나서 나누는 죽음에 대한 썰은 마치 유명 교양 프로그램인 알쓸신잡과 비슷한 유형을 다루고 있다. 식사를 하다가 아니면 호텔 안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하는 가벼운 대화가 어느새 '불멸의 존재'로 암세포에 항원을 가진 벌거숭이두더지쥐에 대한 이야기에서 단회번식으로 생과 사를 함께하는 연어 이야기, 개체 별로 가지고 있는 죽음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등 어디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이야기가 생물학은 물론 신화, 문화, 사회, 경제, 역사 등에 걸쳐 근거로서 등장한다.


죽음 전 단계 '노화'에 대한 신선한 관점 

죽음에 이르기 전 단계인 '노화' 에 대한 언급도 꾀나 재미있다. 동물들은 늙음을 겪기 전에 자연 상태에서 기대수명에 맞춰 살아간다. 자연에서는 늙음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의 죽음을 최대한 방어, 즉 의료 기술의 발달로 죽음의 외적 요인들을 줄여왔다. 그로 인해 이전에는 없었던 노화로 인한 질병을 갖게 된다. 물론 동물들도 스스로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동면을 해서 신진대사를 최소로 줄이는 행위를 한다고 한다.


죽음에 대해서

미야스에 말하길 신은 '죽음'을 심어 놓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신의 창조물인 인간인 만들어낸 것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신의 입장에서는 죽음은 '생명 내부로의 이동'이라고 한다. 얼마나 신의 관점의 표현이 아닌가. 그에게는 생명과 죽음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인간은 '죽음'을 인지하면서 스스로 '불멸'을 꿈꾸는 유일한 개체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생각하면 인간을 제외한 유기체는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죽음이 주는 공포나 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점은 부럽기 그지 없다.

학습만화로도 훌륭한 과학 서적 

우리가 과학 시간에 동물의 특정 행위나 습관에 대한 지식들은 번식을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한다를 배웠지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닌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왜 그런 행태를 하는지를 두 저자를 통해 설명해준다. 이 책은 학습만화로 만들어져도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두 작가는 캐릭터로서 너무나 확고한 특징이 있는 훌륭한 주인공이다. 


​인문사회 영역의 경우에는 주로 스페인 문화권에 대한 예시가 많아서 낯선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과학 서적이라기에는 어렵지 않고 알기 쉬었다. 거기다 누가 바도 MBTI가 F인 작가와 극T인 고생물학자와의 대담은 서로 평행선에 있을 것 같지만 묘하게 대화가 이어지는데 이 갭이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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