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고양이 유키뽕 11
아즈마 카즈히로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고양이다운 삶을 포기하게 된 연유  
 아케미라는 20대 초중반의 여성과 살고 있는 고양이 유키뽕은 기존 고양이들과 다름없는 삶, 즉 고양이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주인인 아케미가 휘청거리며 집에 돌아왔을 때, 곤히 자고 있는 유키뽕을 본 그녀는 폭발하고 만다. 그녀는 유키뽕에게
“너한테 줄 밥은 없어, 내일부터 스스로 벌어먹어!”
하는 억지를 부리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주인의 말에 충격을 받는 유키뽕은 인간세계에서 진정한 생존경쟁을 다짐하게 된다. 유키뽕의 인생은 더 이상 전형적인 고양이 이미지인 이기적이고 고고한 모습이 아니라,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일용직 노동자가 되어버렸다. 알바계의 대가, 유키뽕   
 유키뽕의 알바 이력은 벌써 11권에 걸쳐서 엄청난 목록을 자랑하고 있다. 마치 노동일지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우선 공사와 냉동보관창고 정리와 같은 막노동부터 대형로봇 조종, 횟집 점원, 권투 선수 스파링 파트너, 사진모델, 도예가 도제 직원, 피트니스 센터 청소부, 좀 어리벙벙한 초등학생 세이타의 (연애)과외선생님, 해녀, 기죽어 있는 만화가 기운 복 돋아 주는 알바까지 도대체 이런 알바가 있을 수 있을까. 괴상한 것부터 일반적인 알바까지 안 해본 것이 없는 고양이 유키뽕의 험난한 인생사를 볼 때면 마치 필자의 휴학시절의 어두운 기억이 슬금슬금 되살아난다.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3개를 돌았던 그 시절, 새벽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육체노동과 사무직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 수영 강사에서 연구원 보조, 이벤트 회사 인턴, 영화제 기획팀 거기다 주말에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후미에서 지친 사람들을 챙기는 알바까지…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지만, 당시에 처음 출판된 이 만화 책 1권을 보고 필자는 만화 캐릭터와 끈끈한 연대감을 형성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으로 결국 가명을 ‘하임뽕’이라 짓게 되었다. 물론 지면 속에 존재하는 만화책에 이렇게 까지 All-in 한 것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 각종 알바로 지쳐있던 나에게 소중한 동지였다. ^^;;


 

유키뽕이 살아가는 법
 알바고양이 유키뽕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한다. 그래서 언제나 고용자에게 칭찬을 듣는다. 일을 한 곳의 다른 동료들과는 항상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다. 일에 최선을 다하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심과 약간은 노인네 같은 잔소리마냥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는 유키뽕은 자신만의 노동윤리가 있다. 고양이의 이미지가 차갑고 개인적인 반면 유키뽕은 너무나 인간적이며 정감 넘치는 인물 아니 고양이인 것이다.

뻔뻔한 캐릭터가 사는 법
 이 작품에서 유키뽕 같은 착실한 캐릭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키뽕의 주인이 아케미이다. 인생을 대충대충 살면서 일은 제대로 못하고, 알바를 해도 오래 못 간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만은 넉넉한 그녀의 모습은 유키뽕의 이미지와 비교된다. 또는 이상한 무술의 창시자라 외치는 할아버지는 무패를 빡빡 우기면서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대련에서 승리 따내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유키뽕은 운이 없게 이 할아버지와 대련을 하게 되면서 유키뽕은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당하기도 한다. 억지와 고집으로 뭉쳐있는 할아버지의 막가파 행진은 실없는 웃음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우리 주위에 분명히 살고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아파오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참고 살아야지. 휴~   

혹시 여러분도 아르바이트에 시달리고 있거나, 직장 동료나 상사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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