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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지난해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라는 책을 읽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법구경’의 말을 빌려 ‘사랑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고 하면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결혼한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가슴에 품고 가라고 말한다.
“결혼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 않을 때 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결혼이 서로를 속박하지 않게 된다. 베풀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길 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대에게 덕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면, 백 명 중에 고르고 골라도 막상 고르고 나면 제일 엉뚱한 사람을 골라 결국엔 후회하게 된다. 그러니 결혼생활을 잘하려면 상대에게 덕 보려고 하지 말고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새겨야 한다.”
법륜 스님은 종교는 물론 사회, 정치, 삶 등 여러 분야에 두루 통찰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막힘없이 간결하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힘은 ‘즉문즉설’로도 잘 알려졌다.
이 책은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 운동가이자, 제3세계를 지원하는 활동가이며, 인류의 문명전환을 실현해 가는 사상가, 깨어 있는 수행자인 법륜 스님이 힘겨운 시대, 팍팍한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중년 이후 노년들에게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젊은 사람은 ‘젊으니까 힘도 있고 꿈도 가질 수 있어 얼마나 좋은가’, 나이 든 사람은 ‘인생 경험을 많이 했더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구나’라며 각각 자기를 긍정하고 현재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나가라고 조언한다.
또한 죽음의 순간은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을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 살라고 강조한다. 스님이 전하는 명쾌한 메시지를 차례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 위에 얹힌 짐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 아름다운 인생은 어떤 걸까? 스님은 세상에서 추구하는 성공과 상관없이 자기가 만족하면 그게 좋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이기 때문에 나는 인생을 행복하게 할 책임도 있고 권리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자꾸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자신을 괴롭히면, 행복해야 할 내 인생을 내가 내팽개치는 것과 같은 거라고 따끔하게 충고하고 있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인간관계를 아무렇게나 내버려두라는 게 아니라 주어진 인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사람관계가 변하는 것을 억지로 잡으려고 하지 말고, 떠난다고 아쉬워하지 말며, 집착하지도 않아야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래야 새로운 인연도 만날 수 있다.
법륜 스님은 이 책에서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도록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내 인생을 낭비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인생에서 선후로 두어야 할 것들을 제대로 챙기며 살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