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케어
구사카베 요 지음, 현정수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수준의 향상과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 소자 고령화(小子高齡化. 어린이는 줄고 65세 이상 노인이 증가하는 현상.)가 심화되고 있다. 한계가 있는 간호 인력, 늘어나는 노인 인구, 그 안에서 우리의 30, 40년 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오사카대학교 의학부 마취과와 외과를 전공한 현역 의사로 일하면서 의료 현실을 비판한 에세이를 발표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메디컬 르포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사카베 요의 데뷔작으로 노인 의료 문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폐용신을 소재로 쓴 의학소설로 일본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진 바 있다.

 

폐용신(廢用身)’이란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의학 용어로, 뇌경색 등의 이유로 마비되어서 회복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팔다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소설은 고베에 있는 이진자카 클리닉원장 우루시하라가 노인환자들을 대상으로 ‘A 케어를 고안하여 시술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 글과 우루시하라원장의 ‘A 케어와 관련하여 일어난 사건들을 추적한 야구라 슌타로 편집자의 주석-봉인된 ‘A 케어란 무엇이었나-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루시하라원장이 고용되어 근무하고 있는 고베의 이진자카 클리닉은 노인 데이케어를 중심으로 하는 노인의료시설이다. “데이케어란 마비가 있는 사람이나 치매에 걸린 노인을 낮 동안에만 맡아서 돌보며 물리치료나 작업치료를 하는 시설이다. 매일 아침에 마이크로버스로 집에 들러 모시고 와서 체조나 게임 등을 하고, 저녁에는 다시 집으로 모셔다 드린다.”(p.9) 문제는 노인의료가 낫게 하는 의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 치료보다는 간병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의료행위로 저자는 간호보험으로 커버된다고 차별화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하지와 왼쪽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은 이와가미씨가 재활치료를 받고서 심리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이고, 재활치료를 통하여 오히려 활동성도 향상되는 것으로 묘사괴고 있다. 이런 이와가미씨의 변화를 지켜본 마비 환자들이 같은 시술을 받게 되는 상황을 넘어 치매환자까지도 불편함을 느끼는 팔을 절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다.

 

저자가 A 케어 문제를 제기한 배경을 살펴보면 우루시하라 원장의 보고서 말미에서 알 수 있다. “간호력은 자원입니다. 한정된 간호 자원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도 ‘A 케어같은 과감한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p.203) 이 부분에 대하여 우리 역시 심각하게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노인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게 될 것이고, 의료자원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노인 문제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나라가 결국 직면하게 될 문제다. 머지않아 합리주의적인 구미에서 ‘A 케어와 유사한 요법이 개발될지도 모를 일이다. 폐용신을 안고 있는 일본의 노인들이 차례차례 해외로 건너가서 팔다리의 절단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고서야 간신히 일본에 ‘A 케어가 역수입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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