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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으로 말하다
오철 지음 / 도어즈 / 2014년 8월
평점 :
요즘 동창회에 가면 건배를 하면서 ‘구구팔팔이삼사’라고 한다. 한 사람이 ‘구구팔팔’하고 선창을 하면 나머지 사람은 ‘이삼사’라고 힘차게 외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아프다 죽는 것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하지만 장수가 모두 축복은 아니다. 병상에 누워 골골하는 ‘유병장수(有病長壽)’는 가정에 불화를 안겨주는 모두의 불행이 될 수 있다.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 즉 건강수명이 중요한 시대다.
이 책은 한의사이며 대중음악 작곡가이기도 한 저자 오철이 명의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의 원문을 토대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법을 알려준다. <동의보감>의 내경편 원문 202개를 예제로, 건강을 중요시하지만 제대도 관리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깨우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몸의 건강은 정신과 깊게 연계돼 있다고 설명한다. 물질과 편리를 좇는 현대인의 생활이 우울증과 불안 등 다양한 현대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건강 관리법은 “돈이 들거나 특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며 단지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의 뜻에 순응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려고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한다.
나는 평소에 <동의보감>을 읽어야 되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동의보감>의 원문이 어렵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에 쉽게 읽지를 못했다. 또 한자와 한의사라는 고리타분한 이미지 때문에 <동의보감>에 대한 거리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정반대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저자가 직접 독자에게 얘기하듯이 쓴데다 촘촘하고 섬세한 설명을 곁들여 공부까지 되게 만들었으므로 술술 머리에 들어왔다.
이 책은 <동의보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강 유지의 원리부터 건강관리 실천법, 각종 뛰어난 한의학 처방들까지 소개하므로 책장에 꽂아두고 자주 자주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의 ‘여는 글’에서 “이 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이 책은 단순하다. 복잡한 것은 사람(의사와 환자)의 마음일 뿐, 의학이 복잡하면 안 된다.’ 이것은 임상의로서 내 원칙이기도 하다. 나의 단순하고자 하는 욕심이 당신에게도 그저 단순하게 다가가길 바란다.”(p.12)고 말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단순히 몸의 건강만 아니라 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근본 원리를 설명해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형, 정, 기 신, 혈, 몽, 목소리, 언어, 진액, 담음, 오장육부, 간장, 심장, 폐장, 신장, 담부, 위부, 소장부, 대장부, 방광부, 삼초부, 포, 소변, 대변을 얘기하면서 부연이 많은 이유도 다르지 않다.
동의보감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우리 한의서다. 이 책은 한의학을 배우는 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까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