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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
이애경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1월
평점 :
나는 삶이 힘들고 지칠 때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길을 걷다보면 상처받은 아픔이 치유되고, 잃었던 희망도 되찾을 수 있어서 좋다. 여행의 진정함은 만남에 있다. 특히 사람과의 만남은 그 어떤 만남보다 더 강하다.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마늘 한 접에 실랑이를 하는 장터의 할머니, 새벽을 여는 시장의 활기찬 모습은 여행이 삶터를 벗어날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 여행을 하는 중 제주 올레 길을 걸었다.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하는 ‘올레’에 길이 더해져 이름 지어진 이 길은 2007년 9월 1코스가 개발된 이래 올해까지 모두 26코스, 412.8㎞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골목, 산, 들, 오름 등을 자연스레 연결한 올레 길은 코스마다 15㎞ 안팎으로 구성돼 한 코스를 걷는데 평균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도시를 떠나 돌과 바람이 많다는 제주에서 모처럼 자연과 호흡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그냥 눈물이 나’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으로 20~30대 많은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줬던 감성 크리에이터 이애경 작가 ‘떠남’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일상에 지치고 삶이 버거워질 때면 주저 없이 여행을 떠났던 작가는 전 세계 30여 개국의 길 위에서 만나고, 보고, 겪으며 기록해둔 소중한 순간들과 단상들을 모아 다시 한 번 ‘서른 썸싱’의 그녀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데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될 때, 정해진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 그 익숙함을 흔드는 무언가에 거부 반응이 일어날 때, 통장에 적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체크하며 나도 모르게 안주하려 할 때, 터벅터벅 힘없이 돌아오는 퇴근길이 늘어갈 때,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냥 똑같지 뭐.”라고 대답하는 나를 발견할 때... 용기 내어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가져보라“ 말한다. 여기서 ‘떠남’은 세계 일주나 유학처럼 거창한 게 아니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는 것. 자신이 속한 영역을 잠시 벗어나거나 때론 외면함으로써 답답했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여행이 매번 인생의 해답을 찾게 해주진 않지만 ‘떠남’이라는 행위 자체가 ‘힐링’이 되기도 한다. 단 하루만의 여행이든 일주일간의 여행이든 어디로 떠날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게 되면 그것 자체가 힐링이 됨을 느낄 수 있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활력이 생기며, 그날만을 위해 D-day를 적어가며 자세한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며, 훌쩍 떠난 곳에서 만난 누군가의 한 마디가 우문현답처럼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하고, 철저히 혼자가 되어 마주한 광활한 자연이, 때론 서울보다 복잡한 도심이 이유 모를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읽고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그런 순간들을 70여 편의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지난 여행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함께 늘 미루고 망설였던 여행을 떠나볼 용기를 안겨줄 것이다. 더 지치기 전에, 더 외롭기 전에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