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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왜? - 안철수의 지난 3년, 숨겨진 뒷 이야기
강동호 외 지음 / 더굿(The Good)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안철수’라고 하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찬진 등과 함께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하나의 신화와 같은 이름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서 자국 회사가 개발한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몇 안되는 국가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3년 전 갑자기 정치판에 등장했다. 현실 정치에 실망을 한 국민들은 그에게 새정치를 해줄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고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안철수의 행보를 볼 때 국민들은 그의 ‘상식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못한 행동을 보고 실망하게 되었다.
안철수는 자신이 한 말에 대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정치 9단이 하는 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 서울시장에 출마 했다가 후보직을 접고 박원순씨를 지지하는가 하면, 걸핏하면 국민을 들먹이던 그가 2012년 대선후보 때에는 국민과 하등의 합의도 없이 문재인 후보에게 대통령후보직을 양보하여 그를 지지해 주었던 세력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안철수는 왜 2011년 서울시장 선거를 포기했을까, 문재인과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이 책은 2012년 대선 때부터 정치인 안철수 의원을 도운 정연정 배재대 교수, 강연재·오창훈 변호사, 강동호씨 등 4명의 진술과 대담을 바탕으로 안철수가 말하고 싶지 않던, 말할 수 없던 폭로들을 숨김없이 담았다. 일종의 안철수 대선 백서(白書)다. 책에는 안 의원이 작년 3월 민주당과 합당 이후 “2012년 대선 때로 돌아가면 문재인 의원과는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 문 의원이 당선되지도 못할 거면서 끝까지 왜 (후보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김지하 시인은 안철수 의원이 대권후보 시절 “깡통”이라고 했다. 내용도 없는 “새정치”를 외치며 정치판에 뛰어들어 설친다는 뜻이다. 김지하 시인의 ‘안철수=깡통’ 호칭은 안 의원의 존재감이 사라진 요즘 더욱 실감난다.
책에는 “문 의원의 마지막 광화문 유세가 끝난 뒤 안 의원은 측근들에게 ‘새정치는 없고, 친노만의 선거다. 민주당과 앞으로 더 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 의원이 대통령이 되건 안 되건 나는 내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있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비서실장 출신에 ‘친노’의 상징이자 대표다. 그가 자기로 후보가 단일화 된후 ‘친노’를 중심으로 대선을 끌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것을 예상도 못하고 자기 가슴을 친 안 의원은 아마추어일 수 밖에 없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판에 등장한 이후부터 최근까지 언론과 정치판에서는 ‘소통’의 부재, ‘언론대응’의 미숙함, ‘보안과 비밀’을 중시하는 ‘보안회사 CEO 출신’이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했지만 그는 팩트 중심의 자기변명이나 타인에 대한 원망을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라는 정치 초보자이자 작은 거인이 우리나라 정치 역사에 지금껏 없었던 일대 혁신과 희망을 가져다주길 기대했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