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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꾸고 역사는 기록하라 - 끈질기고 당차게 오늘을 달리는 여기자들의 기록
신동식 외 20인 지음 / 푸르메 / 2013년 5월
평점 :
현재 대한민국의 20~30대 여자들의 대부분은 ‘일하는 여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 분야를 막론하고 여자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다양한 고민과 속마음, 남성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인내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는 여자들만의 문제는 수없이 많다. 게다가 한국에서 여기자로 산다는 것은 ‘죽고 못 살’ 일이다. 여자이기 이전에 기자여야 하고, 기자임과 동시에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직장 선배이자 후배여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기자는 남자보다 몇 배 더 일해야 인정받는 사회적 조건 위에 서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여성 기자였던 추계 최은희 선생의 치열한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최은희 여기자 상’ 역대 수상자들의 삶을 통해 여기자들의 삶을 담았다.
이 책에는 여성 차별이 심하던 1960년대 여기자의 삶부터 이라크전쟁 종군 취재까지 각양각색의 취재기가 소개된다. 1984년 출범한 ‘최은희여기자상’의 역대 수상자 32명 가운데 21명이 참여해 1인 6역, 1인 7역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 여기자들의 치열한 삶이 글 속에 생생하게 녹아 있다. 팔자가 드세 기자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밀려나기도 하는 여기자의 설움도 실었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여기자가 가진 강점 등을 알려주며 미래의 주역이 될 여기자 혹은 여기자 지망생에게 조언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기자들이 쏟아내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기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방대한 주제를 다양한 형식과 깊은 지성으로 녹여낸 그들의 기사는 훌륭한 글쓰기 교본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기자 특유의 자부심과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고픈 열정으로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여기자들의 삶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는 우리 인생의 멘토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제22회 수상자인 이연섭 경기일보 논설위원은 “2004년 한 해 동안 총 38회 걸쳐 분단된 남북한을 흐르는 한탄강을 역사, 관광, 생태계, 지형, 지질학까지 총체적으로 조명하며 통한의 강이 통일의 강, 화합의 강이 되기를 염원했다”며 “일에, 시간에, 사람에 떠밀려 어떻게 세월이 흐르는지 모르는 후배들에게 전문성을 갖기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는 “사실 기자만큼 안주하기 힘든 직업도 없다. 자주 바뀌는 출입처는 익숙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설사 한 출입처를 오래 담당해 눈을 감고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늠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기사로 접하는 사안들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 동일하게 반복되는 듯이 보이는 사안도 실은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고 그래서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p.70)고 말했다.
경기일보 이연섭 논설위원은 “현장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기자들은 일에, 시간에, 사람에 떠밀려 어떻게 세월이 흐르는지 모를 때가 많다. 한참 지나고 난후 내가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나, 어떤 영향력 있는 기사를 썼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때 그때 사건ㆍ사고와 이슈들만 쫓다보면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p.93)고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대한민국 여기자들의 대담무쌍한 취재기는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래 기자가 되기를 꿈꾸는 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