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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기독교 역사 - 세계사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기독교 이야기
유재덕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기독교 2000년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교회의 태동과 발전 과정은 사회와 늘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러므로 기독교 없는 인류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 기독교가 만들어낸 문화의 기세가 주춤해진 것도 사실이다. 기독교가 제공했던 여러 가능성들이 인류에 제공한 가치는 분명 인정해야 하나 기독교로 인해 발생했던 끔찍한 사건들도 간과할 수 없다. 부패와 타락으로부터 시작된 기독교의 쇠퇴가 이제 시대적 대세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책은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과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기독교교육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재덕 교수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숨어 있는 기독교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기독교사 혹은 교회사 책은 특정 종파, 교파의 입장에서 교회 제도나 신학, 교리사의 흐름을 기술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이 책 <기독교 역사>는 어떤 사상이나 종파, 또는 역사적인 인물과 관련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산책하듯이 기독교의 역사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사건 중심으로 엮었다.
대부분의 기독교 역사 책이 어렵게 씌여진 데 반해서 이 책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오늘날과 비슷한 기독교 역사’에서는 중세의 에이즈, 흑사병과 책읽기가 불러온 혁명, 십자군과 화장술의 부활 등 과거의 일들을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본다. 2부 ‘위험한 기독교 역사’에서는 유대인이 박해를 받은 사연, 노예제도,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비극, 음주와의 전쟁 등 기독교의 크고 작은 역사적 오류들을 검토한다.
3부 ‘거꾸로 보는 기독교 역사’에서는 동방박사, 콘스탄티누스의 정체, 십자군 전쟁, 루터의 항의문 등 우리가 가진 역사적 상식을 뒤집어본다. 4부 ‘궁금한 기독교 역사’에서는 콘스탄티노플, 라틴어만 권하는 사회, 경교가 동쪽으로 온 까닭, 동방교회의 매력에 빠진 러시아, 루터의 스캔들, 교황이 무오를 거부한 공의회 등 평소에 알고 싶었던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세시대에 여성이 인간으로 대접받을 방법은 은거생활에 힘쓰는 수녀가 되든지, 처녀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남성 우위적 사고에 사로잡힌 중세 기독교는 모든 재앙이 여자에게서 비롯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하나님에게 바쳐진 수녀와 처녀들은 특별하게 받들었다. 처녀의 순결성을 특별한 미덕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루터가 주도한 종교개혁은 일부 추종 세력들이 시골로 내려가서 농부의 옷을 걸친 채 선술집을 기웃대면서 급진적인 종교 사상을 퍼뜨렸다. 오래 전부터 과다한 소작료와 세금에 시달리던 농민들은 도시의 빈민과 장인들의 지지까지 등에 업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루터는 폭력이 심화되자 보수적 태도로 돌아서서 군주들을 향해서 농민들의 소요를 진압하도록 요구했다. “할 수 있는 자는 찌르고, 치고, 목을 조르라. 만약 죽는다면 복된 것이며, 더 복된 죽음을 너는 결코 다시 얻지 못할 것이다.” 루터를 하늘에서 내린 선물로까지 떠받들던 농민들은 루터를 군주들의 앞잡이로 간주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중세 기독교가 무의미하고 부패했다고 간단히 정리해 버리고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중세 시대 많은 크리스찬들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고 느낀다면 우리 역시 중세 시대의 악행과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려고 애쓰기 전에 무조건 정죄하고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한 크리스찬의 모습이 아니다. 이런 반성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역사 속에서도 하나님은 결코 멈추지 않고 일하시고 계심을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