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 수를 두다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바둑은 흑색과 백색으로 구분된 돌을 바둑판 위에 번갈아 두며 을 많이 짓도록 경쟁하는 게임이다. 집은 돌들로 둘러싸인 곳을 말한다. 흑백이 서로 많은 집을 지으려다 보면 경계선을 둘러싼 분규가 일어나기 마련이며 치열한 전투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돌들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돌의 삶과 죽음이 발생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격언과 교훈이 파생되고 바둑은 흔히 인생에 비유되기도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풀어야 할 많은 난제와 만나게 되고,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나아갈 때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물러설 때가 있다. 공세를 취해야 할 순간에 수세를 취하고 수세를 취해야 할 순간에 공세를 취하면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은 바둑이나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바둑을 두어오며 인생에서 필요한 지혜를 얻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처음 바둑돌을 잡았을 때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였다. 그때 나는 기원에서 바둑을 배운 것이 아니라, 바둑을 좋아하는 숙모님께 바둑을 처음으로 배웠다. 매일 바둑을 두다 보면 날이 새는지, 비가 오는지, 모든 걸 잊고 바둑에만 열중하게 된다. 흑과 백이 수시로 바뀌었다. 백을 빼앗긴 날은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천장이 온통 바둑판으로 보이고, 밥상위의 반찬그릇들이 바둑알로 보였다. 백을 차지한 쪽은 백을 지키려 하고 흑을 차지한 쪽은 백을 찾으려고 수시로 만나 바둑을 두었다. 그러나 나는 바둑이 주는 지혜를 채 소화하기도 전에 바둑돌을 놓아버렸다.

 

이 책은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 장석주씨가 바둑에 녹아있는 동양의 지혜를 설명하는 자기 계발서다. 바둑을 둘 때 마음에 새겨야 할 열 가지 교훈을 일컫는 위기십결(圍棋十訣)’을 통해 인생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정리한다. 바둑에서 얻는 처세의 지혜를 경영서적의 글을 인용해 소개하고 위기십결의 교훈들도 구체적인 상황을 곁들여 전달한다.

 

위기십결(圍棋十訣)이란 바둑 둘 때 마음에 새겨야 할 10가지 교훈이면서 바둑을 잘 두기 위한 10가지 비결이다. , 바둑 두는 사람이 마음에 새겨야 할 10계명이다. 8세기 중엽 당나라 현종 때 사람인 왕적신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왕적신은 시인이자 당대의 고수로 황제와 바둑을 상대하는 벼슬을 했다.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첫째는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이기려고 욕심을 내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의미다. 욕심이 앞서면 국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큰 이익을 놓쳐 패배하고 만다.

 

둘째는 입계의완(入界宜緩)’인데 적진에 들어갈 때 서두르지 말라는 뜻이다. 적진에 들어가는 순간, 변화가 일면서 위기와 기회가 번갈아 나타나는 데 고수는 그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끈다.

 

바둑판은 사람과 삶의 축소판이기에 바둑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처세이다. 이 책은 바둑을 알아야 한다거나, 바둑을 두는 사람이나, 바둑을 배우는 책이 아니다. 고전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우듯 바둑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삶을 경영하는 법을 배우고 지혜를 깨우치는 책이므로 누구나 한번쯤은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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