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ㅣ 페코로스 시리즈 1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치매 노인은 모두 57만여 명이며, 이들의 60%를 가족이 돌보고 있다. 2025년이 되면 치매환자의 수가 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환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환자를 돌보는 가족 역시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 속에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서 치매 극복엔 환자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치매는 정신지체와 마찬가지로 지능의 장애다. 정신지체가 주로 지능의 발육이 늦거나 정지된 것을 의미하는 반면 치매는 이전에는 정상적이던 지능이 대뇌의 질환 때문에 저하된 것을 말한다.
이 책은 만화가, 에세이스트, 가수, 도쿄의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 일에 종사하다 낙향한 오카노 유이치가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어머니를 돌보는 일상을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페코로스’라는 말은 ‘작은 양파’라는 뜻으로 대머리인 저자 오카노 유이치의 별명이다. 저자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 유일한 운동으로 아들의 벗겨진 머리를 두드리는 어머니, 매일 밤 불안한 마음에 집 밖에서 퇴근하는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세상을 떠난 남편과 자주 마주하는 어머니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마음에 잔잔하게 흐르는 감동을 맛보게 된다.
가정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다 보면 갑작스런 폭언과 가출·배회가 가족을 힘들게 한다. 또한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늙은 자식이 늙은 부모를 돌보는 노노개호(老老介護), 그 자식이 세상을 떠난 뒤 남은 부모가 맞이하는 고독사(孤獨死), 간병에 지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개호살인(介護殺人) 등, 고령화가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들은 더 이상 이웃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그림이 훌륭하고 스토리가 뛰어나다. 작가의 선한 성품이 녹아든 듯한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터치, 대담하게 표현된 선에서는 오랜 세월 갈고닦은 만화가로서의 실력이 느껴진다.
본격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도 노인치매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노인들도 두려워하고, 가족들은 당황하고, 사회는 부담스러워한다. 갈수록 늘어만 가는 노인층 의료비에서 치매로 인한 치료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치매란 멀리 떨어트려놓아야 할 질병으로 보아서는 안되고 인생의 마무리에서 만나게 되는 삶의 한 과정이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하기를 “보이지 않는 실과 보이지 않는 바늘로 아들의 옷을 깁는 치매 어머니와의 일상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기록한 그림일기”라고 하면서 “못다 한 효도를 당장 하고 싶게 만드는, 이 시대에 필요한 좋은 책”이라고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자녀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