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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가게
이지민 지음 / 생각과사람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철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대학에서 철학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열강을 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만큼 철학은 부드럽지도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다. 그렇다면 우리들 각자의 삶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부드럽고 단순하고 쉬운가? 결코 그렇지 않다. 살림 걱정, 노후 걱정, 취직 걱정, 자식 걱정 등 우리 삶에는 어디 하나 무른 구석이 없다. 삶이란 딱딱하고 복잡하고 어렵다. 철학이 딱딱하고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까닭은, 철학의 출발점이요 터전이라 할 우리의 삶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 교육 전문가인 피터 월리가 누구든지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학급 내에서든, 방과 후 활동에서든, 대학의 철학과에서든, 철학 단체에서든, 혼자서든,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소크라테스는 어느 날, 고대 아테네의 익숙한 가게들을 지나는데 처음 본 가게가 눈에 띄었다. ‘어제는 분명 없던 가게인데’라며 자세히 살펴보니 그 가게는 보통 가게와는 다르다. 내부 선반에는 이야기, 시, 활동, 사색실험들로 포장된 철학적 생각, 사상, 수수께끼, 문제들이 놓여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물건으로 넘쳐나는 시장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테네 시장의 소크라테스와 우리를 동일시해볼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 시, 활동, 사색실험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항상 깨어있게 함으로써 철학적 생각, 사상, 수수께끼, 문제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철학자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시대와 삶에서 철학자 특유의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철학자가 내놓은 답보다는 던진 질문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 질문이 나의 삶의 질문과 통한다고 느껴질 때, 철학은 비로소 조금은 부드럽고 단순하며 쉽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소크라테스와도 같다. 이 책의 내용은 때로는 구슬리는 듯한 태도로 유머러스하고 고무적이지만, 때로는 잔소리꾼처럼 비위에 거슬릴 수도 있다. 또한 우리를 자극해 항상 깨어있도록 하지만 때로는 짜증날 정도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빙빙 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항상 우리에게 자극을 주고 격려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형이상학, 무엇’, 2장 ‘인식론, 무언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 3장 ‘가치, 무언가에서 중요한 것’, 4장 ‘언어와 의미’ 등이다. 각 장에는 부제가 붙어 있다. 끝으로 ‘뒷생각’이라는 제목 아래 포함된 항목들은 책의 내용을 다 살펴본 후 읽어보면 된다. 뒷 생각에서 존 테일러 박사는 철학 논문이나 프로젝트를 잘 쓰기 위한 유용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누구를 위한 책인가’에서 “이 책은 철학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한 책이다. 또한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모든 연령대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이 책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철학은 아주 쉬운 학문이며 상당히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을 아주 풍요롭게 해주므로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