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문학 걸작선 1
스티븐 킹 외 지음, 존 조지프 애덤스 엮음, 조지훈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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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삶이 힘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는지 보고 싶어 그런지 종말 문학, 좀비 문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망가지고 있다는 증거인가 싶다.

관심 있는 분야에 더군다나 ‘걸작선’이라니 당연히 봤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2권은 빌리지 않았다. 1권에 없는 재미나 통찰이 2권에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기대가 ‘역시나’로 끝난 게 한두 번이어야지. 짧게 쓰자면 난 내 돈 주고 이 책을 사지 않을 것이다.

내용이 아주 호쾌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오자가 너무 많다. 담당 편집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초짜가 맡아 한 게 아닌가 싶다. 번역자든 편집자든 정말 이해했을까 싶은 문장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어지간하면 나도 오탈자 얘기는 안 하고 싶지만 좀 너무하더라. 그래서 짧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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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 능력주의 사회와 엘리트의 탄생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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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공부하러 보스턴으로 떠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보스턴에 있으면서 아이들 데리고 하버드대학교에 놀러가고 그랬단다. 그 좋은 캠퍼스에서 두 딸에게 “너희들이 다닐 학교”라고 했단다. 어렸을 때부터 꿈을 심어 준 거라 생각한다. 서울대 캠퍼스도 넓고 좋던데 거기는 얼마나 더 좋았을까?

 

강준만이 새로 낸 책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을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이 ‘아이비리그로 유학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장 영어라는 장애물이 나타나 새롭게 품은 소망은 망상이란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지만, 아이비리그에서 공부하면 정말 노벨상 따위는 따 놓은 당상일 거 같았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정리해 보니 허망함이 밀려왔다. 강준만이 끈질기게 파고드는 엘리트주의 문제에서 아이비리그 또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 앞부분에서는 대체로 역사를 중심으로 아이비리그가 어떻게 출범하고 성과를 냈는지 살펴보지만 뒤로 가면 아이비리그가 고착하는 미국 엘리트 사회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건드린다.

 

우리나라 학벌 문제의 뿌리가 이제는 아이비리그로까지 뻗어 있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서울대에 아등바등 목숨 거는 건 이제 목동 같은 동네의 일부 강남 워너비들뿐”이라는 강남 아줌마 말이 우리 현실이다. 지방 사람은 서울로, 서울 강북 사람은 강남으로, 강남 사람은 미국 사립 기숙학교로 아이들을 보낸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거의 사라진 셈인데도 좋은 학교만 나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퍼뜨림으로써 착취 구조를 대물림시키고 있다. 

 

아무튼 책은 흥미진진하다. 내가 역사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비리그를 주제로 미국 역사를 되짚는 과정이 재밌다. 상식, 지식이 왕창 쌓인 기분이다. 비문 없고 깔끔한 강준만 글은 여전히 잘 읽힌다. 정말 우리는 미국의 속국인지도 모르겠다. 교육 문제를 제대로 풀려고 해도 미국 교육 제도를 연구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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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연애를 기록하다
양성관 지음 / 북카라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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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첫째, 연애하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 둘째, 자기 연애 이야기를 자랑은 아니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셋째, 한 달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는 게 부럽다. 나 같은 의지박약들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사실 난 처음 읽으면서 “여자들, 너희는 다 속고 있는 거야” 이런 걸 까발리는 책일 줄 알았다. 대체로 여자가 여우짓 많이 하니까 그 반대로 나가는 전략을 취할 줄 알았다. 그런 면에서는 좀 기대에 못 미쳤다.  

어찌 보면 글쓴이 양성관이 좀 괜찮은 남자가 아닐까 싶다. 앞에서는 성인 군자처럼 굴지만 뒤로는 엉큼하고 더러운 짓 가리지 않는 사람이 태반인 세상에서 여자 친구든 독자든 누구를 상대하든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다. 좀 너무 현실에 충실한 감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이제는 월급쟁이나 다를 게 없는 세상에서, 물론 다른 월급쟁이들보다 통장에 찍히는 액수 단위가 다르겠지만 그리고 공중보건의나 수련의 월급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테고, 나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기도 하다. 열심히 살아온 글쓴이를 응원해 본다. 청혼했는지 모르겠지만 결혼식 잘 치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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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어린이신문 기자 : 신문 편 자라는 어린이 잘하는 어린이 1
박세준 지음, 정연 그림, 홍용훈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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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어린이 신문기자가 구한다? 전교생이 서른한 명밖에 안 되는 내담초등학교가 시내에 있는 학교와 합치게 된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학교는 작지만 (어쩌면 덕분에) 다양한 특별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신문부 정호는 고민 끝에 신문을 만들기로 한다. 내담골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면 사람들이 내담골로 이사 오지 않을까? 시골 작은 초등학생들이 벌이는 신문 제작 모험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대충 이런 내용이다. 폐교라는 좀 극단적인 상황이 좀 거시기하지만, 아이들이 자기 나름대로 자기 개성과 특기를 살려 뭔가를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제목처럼 ‘자라는 어린이’가 아닌가? 어차피 어리고 앞으로 배울 게 많은 아이들이니까.  

어린이책이지만 사실 어른들도 배울 게 많다. 간단하게는 신문과 잡지가 어떻게 다른지 배우고,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 제목을 어떻게 다는지 설명돼 있으니 이 책 한 권만 봐도 웬만한 기자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학교에서 신문을 이용해 신문활용교육을 많이 한다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학생들에게 유익할 거 같다. 한 마디로 초등학생들에게 신문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우연인지 아닌지 요즘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좀 했다. 아이들에게 신문을 읽게 만들라고. 그 전에 부모가 먼저 신문 읽는 모습을 보여 주라고. 요즘은 어중이떠중이도 기자입네 하지만 제대로 고른 신문만큼 아이들 교육에 좋은 것도 없다. 그래서 이 책도 읽히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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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Z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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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지쳐서 그런지 정말 종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종말 문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뜨이고 걸린 책이 <세계대전 Z>다. 
 

재미있다. 무섭지만 흥미진진하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책을 놓기가 힘들다. 500쪽이 넘지만 단숨에 읽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을 인터뷰한다는 구성도 괜찮았다. 덕분에 더 잘 읽힌 거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추진한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서 해법을 찾는다는 이야기, 이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이스라엘이 살아남은 이야기, 전국이 요새지만 외려 온 국민이 요새에 갇혀 좀비로 변한 북인 이야기 등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얘기도 잠깐 나온다. 살아남아 인터뷰하는 걸로 봐서는 대응이 나름 괜찮았다고나 할까? 
 

다만 전염병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설명이 부족한 듯하다. 아무리 중국이 땅덩어리가 넓고 온갖 불량식품이 넘친다고는 하지만 모든 혐의와 비난을 혼자 뒤집어쓰기에는 좀 미안했다. 이 책 말고 며칠 전에 읽은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에서도 전염병의 근원지로 중국을 꼽았다. 미국 사람이 쓴 책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직도 호수나 바다에 숨어 있을 좀비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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